2014년 새해를 맞아 데일리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로 진행되는 경기를 놓고 'IF LOL'이라는 새로운 코너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IF'는 영어로 '만약에'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IF LOL'은 '만약 이렇게 했다면 승부가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IF LOL'을 소리내 읽으면 '이프롤', 즉 '입롤'로도 부를 수 있는데요. 말 그대로 '입롤'을 해보는 코너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IF LOL'을 통해 짚어볼 경기는 지난 1일 열렸던 나진 실드와 제닉스 스톰의 롤챔스 8강 3세트입니다. 각각 한 세트씩을 주고 받은 상황에서 양팀에게 3세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였는데요. 제닉스 스톰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나진 실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버텼고, 두 번의 바론 스틸을 통해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냈습니다.
일명 바론으로 불리는 내셔 남작은 처치할 경우 팀 전원에게 공격력, 주문력, 체력회복, 마나회복 추가 능력치를 부여합니다. 때문에 바론은 앞서고 있는 팀에게는 승리 굳히기, 뒤지고 있는 팀에게는 역전의 발판을 제공(?)하는데요. 앞서고 있다고 무리하게 바론 사냥에 나서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는 IM 2팀과 KT 불리츠의 16강 마지막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고 있던 IM 2팀은 유리한 상황에서 바론 사냥에 나섰다가 뒤를 내주면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죠.
제닉스 스톰 역시 무리하게 바론을 두드리거나 스틸을 당하면서 결국 승리까지 내주고 말았습니다. 3세트는 4강 진출의 분수령이 됐고 결국 나진 실드가 4세트까지 기세를 이어가면서 4강행 열차에 탑승했죠. 거두절미하고 경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제닉스 스톰은 3세트에서 레오나와 오리아나의 궁극기 연계, 쉬바나와 엘리스라는 든든한 탱커를 앞세워 나진 실드를 압박했습니다. 또 드래곤을 계속 챙기면서 골드 격차도 늘렸죠. 레오나를 이용해 상대를 끊어낸 뒤 수적 우위를 앞세워 타워를 빠르게 철거하는 운영도 일품이었습니다. 또한 후퇴하는 과정에서도 레오나의 흑점폭발과 오리아나의 공 컨트롤을 통해 상대의 추격을 쉽게 저지했죠.
제닉스 스톰은 31분경에 내셔 남작을 처치했고, 돌려깎기로 전 라인 2차 타워를 파괴하면서 승기를 굳혔습니다. 하지만 제닉스 스톰은 39분경 재생성된 내셔 남작을 '제파' 이재민이 플레이한 루시안의 궁극기에 뺏기면서 나진 실드에게 역전의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제닉스 스톰은 바론 언덕에 모여있다가 내셔 남작이 재생성되자마자 사냥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눈치챈 나진 실드가 내셔 남작 쪽으로 달려오는 상황이었죠. 이 때 제닉스 스톰의 대응은 CC기를 보유한 오리아나와 레오나가 다가오는 적을 막고 나머지 셋이 사냥을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막기보다는 최대한 빠르게 일점사해 내셔 남작을 잡았다면 어땠을까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나진 실드의 선수는 정글러 '노페' 정노철과 서포터 '고릴라' 강범현이었습니다. 정노철의 리 신이 진입할 경우 레오나의 여명의 방패나 엘리스의 고치로 기절시키면서 바론 스틸을 막을 수 있었죠. 물론 강범현의 애니가 광역 스턴을 넣고 리 신이 바론 스틸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내셔 남작을 거의 다 잡은 상황에서 딜을 포기하고 방어에 나선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론 사냥, 왜죠?
한 차례 바론 스틸을 당하면서 승리가 늦춰지긴 했지만 제닉스 스톰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나진 실드와 신경전을 벌이던 제닉스 스톰은 중앙 대치 상황에서 전투를 개시, 상대를 몰아낸 뒤 곧바로 내셔 남작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왜죠? 당시 경기 시간은 50분에 치달았습니다. 웬만한 필수 아이템을 모두 뽑은, 골드 차이가 무의미한 시간대입니다. 또 나진 실드는 직전 교전으로 루시안의 궁극기만 빠졌을 뿐 애니, 그라가스의 궁극기가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제닉스 스톰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교전을 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닉스 스톰은 내셔 남작을 두드리며 교전을 강요했고 패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셔 남작의 체력을 반쯤 깎았을 때 나진 실드가 근처에 도착했죠. 강범현의 애니가 점멸 티버 소환으로 4명을 묶은 뒤 그라가스의 술통폭발이 작렬, 제닉스 스톰 5명 전원에게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제닉스 스톰은 전 챔피언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깎였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렇지만 술통폭발의 화력에 의해 내셔 남작도 빼앗겼죠.
체력적 우위를 점했고, 바론 버프까지 두른 나진 실드는 빈사 상태의 제닉스 스톰 챔피언들을 하나하나 눕히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내셔 남작이 '애로우' 노동현의 이즈리얼을 공격하면서 노동현은 전장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닉스 스톰에서 핵심 공격수 역할을 해야할 이즈리얼이 빠지자 나진 실드는 신나게 제닉스 스톰을 때려잡았습니다. 3킬을 내준 제닉스 스톰은 중앙 억제기가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죠.
◆지금이야, 빨리!
중앙 억제기가 파괴된 이후 제닉스 스톰은 방어 과정에서 '노페' 정노철의 리 신을 잡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곤 곧바로 내셔 남작으로 내달려 사냥을 시작했죠. 상대 정글러가 없는 상황, 즉 바론 스틸을 당할 확률히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제닉스 스톰의 오더는 분명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라가스의 궁극기 데미지를 간과한 점은 제닉스 스톰의 실수였습니다.
내셔 남작 처치 직전 '꿍' 유병준의 그라가스가 던진 술통폭발에 바론이 비명횡사하면서 제닉스 스톰에게는 또 한 번 지옥이 펼쳐집니다. 그라가스의 궁극기인 술통폭발은 3레벨 기준 450 기본 데미지에 +100% 주문력이 더해진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합니다. 라바돈의 죽음모자, 존야의 모래시계,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 공허의 지팡이, 리안드리의 고통을 구비하고 있던 그라가스의 술통폭발 데미지는 1000을 가뿐히 넘기죠. 즉 18레벨에 사용하는 강타 데미지보다 더 높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내셔 남작을 뺏긴 제닉스 스톰은 차례차례 나진 실드 챔피언들의 제물이 되어 회색화면을 보고 맙니다. 그리곤 곧바로 넥서스를 파괴당했죠.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나진 실드의 대역전극이었습니다. 이후 나진 실드 정노철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제닉스 스톰 노동현 얼굴에는 아쉬움 섞인 분노가 절묘하게 스쳤습니다. 희비 교차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죠.
만약 제닉스 스톰 '피카부' 이종범의 레오나 혹은 '스위프트' 백다훈의 엘리스가 그라가스의 진입을 막아냈다면 전황은 또 달라졌겠죠. 그게 아니라면 교전을 유도한 뒤 수적 우위를 앞세워 압승을 거뒀다면 그대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경기 막판 승리를 내줄 위기에 봉착했지만 내셔 남작 사냥으로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제닉스 스톰이 좀 더 침착하게 집중력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요? 2014년 새해에 롤챔스 4강이라는 선물이 제닉스 스톰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으까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ro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