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는 몇 명의 은인이 존재합니다. e스포츠계가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진에어 조현민 전무가 대표적이지요.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아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전병헌 민주당 국회의원 역시 은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e스포츠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은인이 나타났습니다. 한 개인이 아닌 게임사 넥슨입니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e스포츠 리그에 투자하면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독주 체제였던 e스포츠의 종목 다변화에 기여한 넥슨이 이번에는 새롭게 경기장을 만들며 e스포츠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게임사 입장에서 e스포츠는 돈을 쓰는 곳이지 돈을 버는 곳은 아닙니다. 투자 대비 성과를 바로 보여줄 수도 없는 산업이 바로 e스포츠죠.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e스포츠에 투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합니다. 어쨌건 게임사 역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지금까지 어떤 게임사보다 e스포츠에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e스포츠 경기장을 1년만에 '뚝딱' 만들어 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의 리그도 열게 해주는 대인배의 면모입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 넥슨의 행보는 바로 e스포츠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e스포츠를 즐겨봤고 지금은 그 꿈을 이뤄내고 있는 사람 넥슨 피파실 황영민 과장을 만나 넥슨의 꿈이 담긴 아레나 경기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최근 게임사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게임은 누가 뭐래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입니다. 현재 LOL은 PC방 점유율 1위를 오랜 기간 고수하고 있으며 e스포츠 종목으로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처음 LOL이 한국에 정식 서비스를 하기도 전부터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e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LOL은 게임과 e스포츠 모두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e스포츠라는 분야가 가져 오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게임사가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잘 가꾸느냐, 또 꾸준하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게임에도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입니다.


넥슨은 그동안 e스포츠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게임사였지만 꾸준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벤트성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았고 상황에 따라 리그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e스포츠는 돈을 쓰는 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죠.

라이엇게임즈의 행보를 보며 넥슨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넥슨은 앞으로 추구할 e스포츠에 대한 장기 계획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리그를 여는 것이 답이었어요. 그런데 온게임넷이라는 한 방송사에서 수많은 넥슨 게임 리그를, 프라임 시간대에 소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많은 부서들이 고민하던 시점에 넥슨이 경기장을 짓고 새로운 방송국 하나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죠."

언제나 게임사에게 계륵과 같은 존재였던 e스포츠의 위상이 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넥슨은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와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e스포츠만한 수단이 없다고 판단했고 무엇보다 e스포츠가 가지는 열정과 꿈을 함께 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채택된 이후 황영민 과장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일이 빠르게 추진될수록 넥슨과 e스포츠 업계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피파온라인3가 이용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2013년 안에 경기장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로 뛰어다녔습니다.

◆팬들이 오기 편해야 한다
경기장을 건설하자는 의견이 모아진 뒤 실무진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에 경기장을 얻어야 가장 좋을지에 대한 의견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황영민 과장의 고민은 하나였습니다.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경기장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넥슨 아레나가 가지는 지향점을 정해야 했던 것이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에요. 그런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모든 고민이 해결됐죠. 회의 때 경기장은 팬들을 위한 공간인데 팬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좋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방송을 해야 하는 스포TV 측과 회의를 하는데 같은 의견을 주더라고요. 카메라 동선에 신경쓰기 보다는 팬들이 오기 쉽고, 보기 쉽고, 즐기기 쉬운 경기장을 건설하자는데 동의하더라고요. 그렇게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고 나니 척척 손발이 맞아 들어갔죠."

모든 결정은 팬들의 편이성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황 과장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위치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최대한 많은 팬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최대한 많은 대중교통이 몰려 있는 곳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많은 후보군이 나왔는데 버스가 많으면 지하철이 주변에 없고 지하철 근처면 버스가 일찍 끊기는 등 접근성을 만족시키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강남역 근처는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모두들 눈이 번쩍 뜨였죠. 사실 한국에서 강남역 만큼 교통이 편한 곳은 없죠. 경기도로 연결되는 수많은 버스가 새벽까지 있고 2호선, 7호선, 9호선, 분당선 등 4개의 지하철 노선이 깔려 있죠. 팬들의 접근성을 강화하자면 이곳 이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접근성이 좋아도 임대료가 비싸면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물이 나와 있느냐도 고민해야하지요. 실무진들은 기획서를 위에 올릴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넥슨 임원진들은 "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말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그만큼 넥슨은 이번 아레나 경기장 건설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임원진 또한 넥슨을 이용하는 팬들에게 무언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입니다.

"상부에서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니 정말 힘이 났어요. 어렵기만 하던 경기장 건설이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고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니 신나더라고요. 솔직히 힘들긴 했죠(웃음). 밤낮 없이 일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팬들을 위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넥슨 아레나 경기장이 완공됐습니다. 그 경기장에서 현재 팬들은 경기도 보고 가끔 강남역에 약속이 있을 때 쉬어가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넥슨이 원하는 바로 그런 모습으로 말이죠.

◆꿈이 담긴 경기장
넥슨 아레나에는 많은 사람들의 꿈이 담겨 있습니다. 황영민 과장의 꿈도 여기에 함께 녹아 있죠. 황 과장의 아내는 현재 임신 중입니다. 경기장 완공을 위해 밤새 뛰어 다니느라 뱃속의 아가와 아내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것을 늘 미안해 하던 황 과장은 나중에 아이가 아빠의 꿈이 담긴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꿈을 꾸곤 합니다. 그것이 황 과장이 아레나 경기장 건립에 온 힘을 쏟은 이유기도 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e스포츠를 너무나 좋아했어요. 이런 콘텐츠는 처음이었죠.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하면서 결국 대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3학년 때 온게임넷에 입사했어요. 네오플을 거쳐 넥슨으로 이직하면서도 대학교 때 꾸었던 e스포츠를 향한 꿈은 계속됐었죠. 언젠가는 나도 e스포츠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게 돼 너무나 기뻐요."

한 사람만의 꿈으로, 한 단체만의 욕심으로 이뤄내기 어려운 큰 프로젝트가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것은 이렇게 e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자그마한 꿈이 모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황 과장도 자신의 아이가 나중에 아빠가 만든 경기장에서 아빠의 꿈이 실현된 공간을 보며 꿈을 키워 가기를 바랍니다.

"넥슨이 꿈꾸는 e스포츠는 피파온라인3를 시작으로 넥슨 아레나에서 성장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끊임없이 팬들을 위해 노력하고 팬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넥슨 아레나 많이 사랑해 주실거죠?"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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