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LOL STAR'에서는 KT 롤스터 불리츠 '레오파드' 이호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윈터 시즌을 앞두고 KT에 합류한 이호성은 나진 실드와의 3~4위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요. 이호성은 당시 완벽한 쉬바나, 레넥톤 플레이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습니다. 보여줄 것이 정말 많다는 이호성은 준비된 신인이었습니다. 다가오는 스프링 시즌에서 이호성의 맹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이번 주 'LOL STAR'를 빛낸 손님은 나진 실드의 중단을 책임지는 '꿍' 유병준입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유병준은 돌연 은퇴와 함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로 전향을 선언했죠. 약 1년 정도 두문불출했던 유병준은 나진 실드에 입단하면서 LOL 팬들에게 '꿍'이라는 아이디를 알렸습니다.
LOL 데뷔 첫 시즌이었던 서머 시즌에서는 눈에 띄는 플레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판도라TV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윈터에서 유병준은 국내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경기력을 뽐냈습니다. 서머 시즌에서 알을 깨고 나온 유병준이 윈터 시즌에서 날개를 활짝 편 것이지요.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프로게이머다운 승부욕은 유병준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이끌었습니다. 한 시즌만에 나진 실드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유병준과의 'LOL STAR', 지금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할게요.
유병준=반갑습니다. 나진 실드에서 중앙을 책임지는 '꿍' 유병준입니다.
비시즌 기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으세요?
유병준=지난 시즌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고치고 있어요. 또 다른 팀에 대한 분석,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죠. 비시즌인데도 정말 바쁘네요(웃음).
지난 시즌 워낙 잘 해서인지 그렇게 부족했던 부분은 느끼지 못했는데요.
유병준=맵 리딩이 부족했어요. 또 라인전이 최상급 미드 라이너들에 비해 달린다고 느꼈고요. 지금요? 많이 보완했죠. 라인전까지 잘하게 되면 다음 시즌에는 보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진은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마쳤는데요. 특히 '노페' 정노철 선수의 은퇴가 아쉽습니다.
유병준=저도 많이 아쉬워요. (정)노철이 형이 팀의 정신적 지주였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느낌이었거든요. 이제는 제가 더 잘해야할 것 같아요. 해야할 것, 신경써야 할 것이 참 많아졌어요. (조)재걸이형이 오면서 팀 색깔도 많이 바뀐 것 같고요.
팀 색깔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유병준=공격적인 성향이 약간 줄어든 대신 안정적인 느낌이 추가됐다고 할까요? 초반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중후반 분위기가 많이 변했어요. 좀 더 탄탄해졌죠.
미드와 정글의 호흡은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조재걸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춰봤을 것 같은데 어때요?
유병준=호흡은 잘 맞는 편이에요. (조)재걸이형은 형보다는 친한 친구같은 느낌이에요. 재걸이형이 오면서 실드는 다 정신 연령이 비슷해졌어요(웃음).
이제 본격적으로 유병준 선수 얘기를 해볼게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프로게이머 출신이잖아요? 스타1은 왜 그만 뒀나요.
유병준=당시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습 때만큼 경기에서 실력을 발휘 못하니까 성적도 좋지 않았죠. 그래서 대회에 나갈 때마다 자신감이 많이 없었어요. 지면 크게 우울해지고요.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어쩌다 LOL을 접했는데 여기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함께 하기로 했던 (임)태규형, (전)민호와 1년 정도 자취를 하면서 프로 준비를 했죠.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꽤 오래 활동했잖아요.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게 두렵진 않았나요?
유병준=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선택을 앞두고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후회할 것 같지는 않았어요. 자신이 있었거든요. 물론 성공할 수 있을지 두렵긴 했죠. 그래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게임에만 몰두했어요.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연습을 했죠. 그 시기에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스타크래프트 선수 시절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유명했다고 들었어요.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요(웃음).
유병준=기죽지 않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내는 거죠(웃음). 지금도 그래요. 항상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습관이 된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고 나서 형들을 보며 배운 거에요. 항상 좋은 것만 배웠죠. 그 때 참 행복했어요. 물론 지금도 행복하죠.
유병준 선수는 말을 깔끔하게 잘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엔 말을 정말 못했다고 들었거든요(웃음).
유병준=당시에는 기가 눌려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형들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났거든요. 말 한 마디에도 조심스러웠죠. 이제는 나이가 좀 찼죠. 팀에서도 중견급이니까요.
LOL로 전향한 후 한동안 소식이 뜸했어요. 당시엔 어떻게 지냈어요?
유병준=테스트 제의를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연습에만 몰두했어요. 함께 하고 있던 동료들도 있었고요. 끝까지 같이 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아쉬웠죠.
그런데 스타1에서 LOL로 전향하고 나서 적응은 빨랐나요? '코코' 신진영 선수는 애를 좀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유병준=스타1을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는데 그 전에는 카오스를 많이 했었어요. AOS에 대한 개념은 알고 있었죠. 그래서 적응은 문제 없었어요. LOL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느꼈지만 전 AOS 쪽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빨리 팀을 잡지 못해 조급한 마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유병준=그런 건 없었어요.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웃음). 나진에는 테스트 없이 들어왔어요.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서 팀을 이끌고 싶어요.
어떻게 테스트없이 들어갈 수 있었죠?
유병준=그래서 저도 처음엔 연습생인 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바로 실드의 미드를 맡으라고 하시더라고요. 팀 연습을 하다보니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가장 큰 문제가 챔피언 폭이었어요. 잘하는 걸 하면 괜찮게 하지만 못하는 챔피언을 잡았을 때는 심각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챔피언 폭을 넓히는 데 주력했어요.
그 기간에는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을 것 같아요.
유병준=당시 (김)상수형한테 계속 지면서 자신감을 잃었죠. 하지만 3개월쯤 지나고 나서 챔피언 폭과 함께 실력도 크게 올랐어요. 그 때부터는 상수형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습이 되더라고요.
참, 삼성에 있을 때 설거지의 화신이라고 불렸다면서요(웃음). 나진에서도 설거지 솜씨를 발휘하셨나요?
유병준=이스트로 때부터 막내 생활을 오래했어요. 삼성에 와서도 1년 동안 막내라 설거지를 많이 했죠. 또 팀을 나가서 자취할 때도 지겹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설거지가 하기 싫어 나가서 먹게 되더라고요(웃음). 나진에는 밥을 해주시는 이모님이 계셔서 설거지할 일은 없어요.
나진 실드 소속으로 첫 출전한 롤챔스 서머에서 8강에 진출했어요. 하지만 8강에서 CJ 프로스트에게 0대3으로 졌죠. 아쉽진 않았나요.
유병준=허무했죠. 연습할 때 했던 것들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어요. 하지만 0대3으로 지면서 얻은 것도 많아요. 성적에 대한 갈망이 더 커졌고 더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이번 시즌에 4강까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머 시즌만 해도 유병준 선수의 존재감은 미미했어요. 하지만 지난 판도라TV 롤챔스 윈터에는 달랐어요. 확실히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모습이었어요.
유병준=동료들이 다 잘해서 마음이 편해요. 의지가 된다고 할까요? 의지가 되니까 편안하게 제 것만 신경쓰면서 경기에 임할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서머 시즌과 달리 윈터 시즌에는 자신있는 챔피언 위주로 선택을 했어요. 그게 잘 먹힌 것 같아요. 제 역할도 잘 수행했고요.
유병준 선수가 활약한 경기가 참 많아요. 그 중 그라가스의 술통 폭발로 바론 스틸을 한 것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요. 유병준 선수는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유병준=바론 스틸을 했던 그 다음 경기에요. 3세트가 짜릿했다면 4세트는 완벽했다고 자평합니다(웃음). 확실하게 경기를 이끌었거든요.
지난 시즌 다양한 챔피언을 꺼냈잖아요? 특히 케일은 상당히 의외였어요.
유병준=채우철 코치님이 추천해주셨어요. 하지만 당시 많이 아파서 제대로 플레이를 못했어요. 삼성 오존에게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쉬웠죠. 3~4위전에서 지고 잠도 못잤어요. 정말 분하더라고요. 준비한 것들을 많이 못했어요.
라이즈도 한 번 선보였어요. 라이즈가 스킬 사거리가 줄어든 이후 대회에서는 자취를 감췄잖아요. 라이즈는 어떻게 꺼낸 거에요?
유병준=저는 특이한 픽을 좋아하진 않지만 동료들이 좋아해요(웃음). 대회에서 쓰이지 않는 챔피언이라도 동료들이 자신있게 하라고 말을 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부담없이 연습할 수 있어요. 스프링 시즌에 선보일 깜짝 챔피언도 준비하고 있어요. 미리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거든요(웃음).
지난 시즌에는 나진 실드가 최초로 4강에 올랐어요.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의미가 있었던 시즌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유병준 선수는 어떤가요?
유병준=자신감이 많이 올랐죠. 그동안 나진 실드가 8강에서 항상 0대3 패배를 당했잖아요? 8강에 대한 벽을 깨트린 게 큰 것 같아요. 다음에는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생기면서 기세를 탔어요. 요즘 게임이 너무 잘되서 제가 두려울 정도에요(웃음).
유병준 선수가 실드에 입단 후 8강, 4강을 차례로 올랐으니 다음 시즌은 결승에 오를 차례인가요?
유병준=스타1까지 치면 프로게이머 생활이 5년째인데 이제 성적을 낼 때가 됐죠(웃음). 좋은 동료들과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스프링 시즌 기대해 주세요.
LOL 마스터즈가 개막하는데요. 마스터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병준=이런 방식의 리그는 괜찮은 것 같아요. 또 팀을 섞어서 나갈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대회를 하면서 동료간 친밀도도 훨씬 올라갈 것으로 기대해요.
서킷 포인트가 걸려있지 않은 건 아쉬워요.
유병준=프로라면 모든 경기를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록 서킷 포인트가 없지만 마스터즈도 마찬가지에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요.
올 봄 바뀐 멤버도 있고 새로운 리그도 생겼어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유병준=지난 시즌에 발견됐던 문제점들을 최대한 보완해서 우승까지 노릴 거에요. (조)재걸이형이 오면서 색깔이 많이 바뀌었어요. 나진 실드에 많은 응원 바랍니다.
올해 더욱 비상하길 바랍니다. 끝으로 유병준 선수의 목표 들어보고 인터뷰 마칠게요.
유병준=기복없이 항상 잘하는 선수, 안정감 있고 믿음직스러운 선수가 목표에요. 팀에서 믿고 쓰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웃음).
글=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