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나진 실드 '꿍' 유병준을 만나봤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를 은퇴하고 1년간의 공백 끝에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유병준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유병준은 지난 시즌 팀 최고 성적인 4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지요. 다가오는 스프링에는 반드시 결승에 오르겠다는 유병준의 결의에 찬 눈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번 주 'LOL STAR'를 찾은 손님은 바로 SK텔레콤 T1 K의 서포터 '캐스퍼' 권지민입니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SK텔레콤 K는 '푸만두' 이정현이 건강상 문제로 휴식기에 접어들면서 서포터 자리가 공석이 되고 말았는데요. 권지민은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병훈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최근 마스터즈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SK텔레콤 K의 일원이 됐음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부담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SK텔레콤 K는 '무결점'으로 불렸습니다. 만약 SK텔레콤 K가 부진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새 멤버인 권지민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릴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지요. 권지민은 이러한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해 쉬는 시간도 반납하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팀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나아가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프로다운 마인드는 권지민을 한층 성장시켜줄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SK텔레콤 K '캐스퍼' 권지민과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안녕하세요.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권지민=SK텔레콤 T1 K의 새로운 서포터 '캐스퍼' 권지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SK텔레콤 K의 서포터가 됐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권지민=아직도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기분은 최고에요. 최고의 팀에 들어왔으니까요.
지난 윈터 시즌 이후 진에어를 나왔잖아요. 팀을 옮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권지민=1월에 계약이 끝났어요. 이후 좀 쉬려고 했거든요. 재정비도 하고요. 그러던 와중에 좋은 팀에 자리가 나서 지원을 하게 된 거죠.
SK텔레콤 K의 서포터 모집에는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고 쟁쟁한 경쟁자들도 많았어요. 권지민 선수가 발탁되리라는 자신이 있었나요?
권지민=어차피 쉬려고 했으니 되면 좋고, 안되면 쉬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마음 편히 먹고 솔로랭크만 하고 있었죠(웃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권지민 선수에게 쏠려있어요. 만약 SK텔레콤 K가 부진하기라도 하면 비난의 화살이 권지민 선수에게 집중될 수도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부담이 되진 않나요?
권지민=확실히 부담은 되죠. 하지만 부담이 큰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부담감은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에어에서 두 시즌을 보냈어요. SK텔레콤으로 옮긴 뒤 더 좋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요?
권지민=일단 동료들이 세계 최고잖아요. 그래서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어요. 배울 것도 정말 많고요.
SK텔레콤의 숙소는 외진 곳에 있는데요. 숙소 창문에서 논밭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웃음).
권지민=원래 잘 안 돌아다니는 편이라서 크게 상관은 없어요. 공기도 좋고요(웃음).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권지민 선수를 보면 굉장히 조용한 성격이에요. 낯을 가리는 건가요, 아님 원래 성격인가요?
권지민=조용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게임할 때도 말을 잘 안해서 혼나기도 했어요. 지금은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SK텔레콤은 상당히 가족같은 분위기에요. 선수들을 보면 마치 친형제 같죠. 장난도 엄청 많이 치고요. 이런 분위기에 금방 적응했나요? 권지민 선수 성격에 조용히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권지민=아직은 도저히 적응이 안돼요(웃음). 그래서 가만히 있는데 걱정이에요.
선수들 영향을 받아서 권지민 선수의 성격이 좀 쾌활하게 바뀔지도 모르겠는데요?
권지민=아직은 모르겠어요. 좀 더 지내봐야죠(웃음). 잘 해주는데 아직은 친하지 않아서 어색해요.
호흡을 맞추는 채광진 선수가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꼽히잖아요? 직접 호흡을 맞춰보니 어떤가요?
권지민=같이 하지 않았을 때는 뭔가 신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같이 해보니까 사람은 사람이더라고요(웃음). 아직 맞춰보는 단계이지만 호흡이 나쁘지는 않아요.
'푸만두' 이정현 선수는 킬을 상당히 많이 가져갔어요. 반면 권지민 선수는 기록만 놓고 봐도 킬을 거의 먹지 않아요. 이런 부분은 채광진 선수가 상당히 좋아할 것 같은데(웃음).
권지민=글쎄요. 그런 부분은 아직 언급을 안하더라고요. 아마 좋아하겠죠(웃음)?
이번에 SK텔레콤에 들어가면서 아이디를 '캐스퍼'로 바꿨어요. 꼬마유령 캐스퍼인가요?
권지민=마스터즈에 로스터를 보내야 하는데 한참을 아이디로 고민했어요. 결정을 못하자 최병훈 감독님이 '캐스퍼'라는 아이디를 추천해 주셨어요. 이 것 말고도 여러가지를 추천해 주셨는데 가장 마음에 든 게 '캐스퍼'였어요.
그러고보면 아이디를 꽤 자주 바꿨어요. '로레이', '아이스베어', '캐스퍼'까지. 아이디를 자주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권지민=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다가도 쓰다보면 별로인 거에요. 그래서 계속 바꿨어요. 아이디를 잘 못 만드는 것 같아요. 아마추어 때는 '지민지민', '지민짱짱123' 등 이런 아이디를 썼으니 말 다했죠(웃음).
화제를 좀 바꿔 볼게요. 처음 ahq 코리아를 통해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어요. LOL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권지민=원래 게임을 좋아했어요. 특출나게 잘한 게임은 없었지만 두루두루 여러 게임을 섭렵했죠. 그러다보니 게임 센스가 늘더라고요. LOL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Psw에 들어간 후로 실력이 확 늘었어요.
권지민 선수도 Psw 출신이었군요. 원래 프로게이머가 꿈이었나요?
권지민=그렇진 않아요. 학교를 다니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뭘 잘하는지 몰라서 피아노, 프로그램, 미술 등 여러가지를 하고 있었는데 Psw에서 제의가 오더라고요. 그 때부터 프로게이머의 길을 택한 거죠.
5개의 포지션 중 서포터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권지민 선수도 '팀에 들어갔는데 서포터 자리만 남아있더라'인가요(웃음)?
권지민=그건 아니에요(웃음). LOL을 하기 전에 카오스나 아발론을 했어요. 그런데 LOL에는 서포터라는 특이한 포지션이 있더라고요. 원래 게임을 할 때 특이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서포터가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서포터로 시작했죠.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할 줄 알았다면 다른 포지션을 했을텐데'하는 생각이 가끔 들긴 해요.
왜죠?
권지민=뭔가 좀 더 컨트롤적인 부분을 보여준다던가 주도해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어서요. 또 서포터는 말을 많이 해야하는데 제가 말이 적잖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종종 들어요.
요즘은 '서포터 캐리'도 많이 나오잖아요. 솔직히 포지션 변경은 '비추'입니다(웃음). 아마추어에서 프로까지 올라간 선수들을 보면 특출나게 잘하는 챔피언이 하나씩은 있더라고요. 권지민 선수는 어떤 챔피언을 잘 다뤘나요?
권지민=케일 서포터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건 팀 게임에서는 쓰기 힘들어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잘 안 쓰게 된 것 같아요. 데뷔전에서 잘한다고 생각해서 케일을 골랐는데 긴장해서 궁극기를 잘 못썼어요. 그 후로 거의 고르지 않았죠. 지금은 쓰레쉬가 가장 자신있어요.
케일은 요즘 미드는 물론 서포터로는 거의 쓰이지 않아요. 그래도 지난 시즌 솔로랭크에서 케일을 두 번째로 많이 썼고 이번 시즌에도 꽤 했더라고요?
권지민=다 미드로 갔어요. 일단 정석적인 서포터 챔피언들부터 완벽하게 하고 싶거든요. 지금은 무조건 이기고 싶어요. 그래서 케일은 잠시 넣어두기로 했죠(웃음). 그래도 감을 잊지 않기 위해 케일을 종종 해요. 정말 좋아하는 챔피언이거든요.
선수 생활 중 아픔도 있었어요. ahq가 리그 중간 후원을 철회했잖아요. 그 때 심경은 어땠나요? 그 때 안정적인 팀에 들어가자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권지민=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냥 '이런 경우도 있구나'하고 말았죠(웃음). 첫 사회 경험이었어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 것 말고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권지민=아무래도 성적이 좋지 않거나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힘들 수 밖에 없죠.
그래도 1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분명 얻은 것도 있겠죠?
권지민=멘탈이 좋아졌어요. 점점 발전하는 제 모습이 보이니 뿌듯하기도 하고요. 계속 배워나가는 것 같아요.
현재 솔로랭크 챌린저 5위에 올라있어요. 언제나 챌린저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 같은데요. 연습 외에는 솔로랭크에 시간을 투자하는 편인가요?
권지민=ahq 코리아나 진에어에 있을 때는 솔로랭크 위주로 연습을 해서 점수를 올리기 쉬웠던 것 같아요. SK텔레콤 K에 들어오기 전에도 솔로랭크만 했거든요. 쉬는 시간에도 솔로랭크를 돌려요. 쉬는 시간, 자는 시간을 쪼개서 연습만 하고 있어요.
그럼 권지민 선수는 대체 언제 쉬나요?
권지민=잘 때가 쉬는 시간이에요(웃음). 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자는 시간을 더 줄이고 싶은데 잠을 안자면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이번 시즌 솔로랭크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한 챔피언 목록을 보니 시비르, 리 신이눈에 띄더라고요. 원거리 딜러도 종종 하는 편인가요?
권지민=웬만하면 하다 라인에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또 요즘 시비르가 참 좋더라고요.
리 신은 정글이었나요? 아님 '마타' 조세형 선수처럼 서포터로 썼나요?
권지민=정글, 서포터 모두 해봤어요. 그런데 서포터로는 별로 좋은 것 같진 않아요. 원거리 딜러가 무조건 라인전이 강한 걸 골라야 해요. 안그러면 포킹 리 신 밖에 안되더라고요(웃음).
곧 롤챔스 스프링이 시작됩니다. 기대가 많이 될 것 같은데요.
권지민=기대보다는 부담이 많이 되죠. 스크림에서 질 때마다 '나 때문인가'하는 생각이 앞서요. 아무래도 팀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걱정도 많이 되요. 열심히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쉬는 시간에도 연습을 하고 있고 자는 시간도 줄이고 싶다고 말한 거에요.
노력 뒤에는 반드시 성과가 따르기 마련이에요.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높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기 때문에 성적에 목말라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스프링 시즌에서 우승을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권지민=당장 은퇴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좋을 것 같아요(웃음). 롤드컵이요? 롤챔스만 우승해도 날아갈 것 같은데요.
롤챔스, 마스터즈 모두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끝으로 권지민 선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권지민=실수하는 모습 없이 스스로 만족하고 팬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플레이를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또 컨트롤적인 측면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테니 많은 응원 바랍니다(웃음).
글=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