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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장재호 "WCG 우승 못해 천추의 한"

[피플] 장재호 "WCG 우승 못해 천추의 한"
한국을 대표하는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문' 장재호가 잠시 공백기를 갖는다. 10년 이상 꾸준히 정상급의 기량을 펼쳐왔던 장재호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오는 11일 입소하면서 잠시 팬들 곁을 떠나게 된 것.

데일리e스포츠는 6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입소를 앞둔 장재호를 만났다. 장재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을 이뤘지만 WCG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는다"며 "너무도 간절히 원해서인지 WCG 결승전 전날에는 잠도 이루지 못했고, 경기에서 집중력도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우승 상금만 4억원! 수많은 우승!

장재호는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 중 가장 성공한 선수로 꼽힌다. 워크래프트3 대회 상금으로만 4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연봉과 대회 초청비 등 다른 수입까지 합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그동안 받은 상금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나라마다 화폐가 다르니 우리 돈으로 당시 환율 따져서 계산해야 되는데요. 예전에는 한 기자님께서 열심히 정리해주셨는데 지금까지 받은 상금이 다 계산된 자료는 없어요.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면 4억 원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상금 외에도 게임단에서 활동할 때는 다른 수입도 있었죠. 번 돈은 저축할 때는 저축도 하고 쓸 때는 쓰고 그랬습니다."

장재호는 자신이 우승한 대회 우승 횟수 역시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중국 등 해외 대회에서도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메이저 대회로 분류할 수 있는 대회에서 15-20번 정도 우승한 것 같습니다다. 통계 자료가 몇 군데 있는데 저마다 기준과 수치가 달라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네요. 어떤 곳에서는 온라인에서 치러진 소규모 대회 우승을 포함시켰고, 다른 곳은 몇몇 대회가 누락돼 있고 그렇습니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대회를 기준으로 15번에서 20번 정도 우승한 것 같고요. 3위 이내 입상까지 따지면 30번 정도 될 것 같네요."

[피플] 장재호 "WCG 우승 못해 천추의 한"

◆WCG 우승 놓쳐 너무 아쉬워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장재호지만 유독 인연이 없는 대회가 있다. 장재호는 'e스포츠 올림픽'이라 불리던, 이제는 삼성전자의 독단적인 폐지 결정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WCG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지난해 WCG에서 워크래프트3 종목이 마지막으로 치러진다고 했을 때 정말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결승전에 진출해서 1경기를 이기고 2경기도 초반 상황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집중력을 잃고 데몬헌터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결국 2경기를 패했고, 3경기마저 후왕시앙 선수한테 내주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너무 아쉬웠고, 지금까지도 아쉽습니다. WCG가 아예 사라진다고 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WCG만큼 여러 나라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e스포츠로 하나가 되는 무대도 없었는데 말이죠."
WCG 우승을 놓친 뒤 인터뷰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만 장재호.
WCG 우승을 놓친 뒤 인터뷰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만 장재호.

◆결승 전날 잠 한숨도 못이뤄

장재호는 WCG 2013 워크래프트3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날밤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우승을 너무나도 간절히 원해서인지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았고, 경기 당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국제 대회 결승전 경험이 누구보다 많은 슈퍼스타도 WCG 금메달 앞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상하게 WCG 결승전을 앞두고는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대단했습니다. 2008년 WCG 결승전에서 마누엘 쉔카이젠 선수와 만났는데 그때도 결승 전날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승전에서 사용할 전략을 구상하느라 잠을 못 이뤘고, 결국 결승전에서 패했죠. 그때 경험을 떠올리고 지난 대회에서는 숙면을 취하려고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상대 선수가 잘해서 졌지만요."

◆최고 라이벌은 '스카이' 리 샤오펑

장재호에게는 라이벌이 많다. 장재호가 오랜 기간 최고 기량을 펼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기에,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모두 장재호를 라이벌로 꼽아왔다. 장재호가 생각하는 최고 라이벌은 중국의 간판 스타 '스카이' 리 샤오펑이었다.

"라이벌을 한 명만 꼽아달라고요?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많은 선수들이 스쳐 지나갑니다만, 단 한 명만 이야기하라면 리 샤오펑 선수입니다. 2005년인가 WEM에서부터 만나기 시작해서 정말 오랫 동안 많은 대회에서 만나서 이기고 졌습니다. 제가 더 많이 이겼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거의 5대5 승률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재호는 두 번째 라이벌로 '그루비' 마누엘 쉔카이젠을 꼽았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 준을 최고 맞수로 선택했다. 장재호는 "마누엘 쉔카이젠 선수와도 많이 만났고, 내가 많이 지던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5대5 정도로 승패를 나눴다. 박 준 선수는 내가 상대했던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컨' 비결은 꾸준한 연습!

장재호에게 따라 다니는 많은 수식어 중 하나가 바로 '신컨'이다. 장재호가 보여주는 '신들린 듯한 컨트롤'은 전세계 워크래프트3 팬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특히 장재호는 재플린에 체력이 낮은 영웅이나 유닛을 태웠다 내리는 재플린 컨트롤로 팽팽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모습을 자주 선보여왔다.

2007년 온라인 대회로 치러진 AWL(아프리카TV 워크래프트3 리그) 김성식과의 경기에서 2초 남짓한 시간 동안 재플린 아케이드와 보존 스태프 2회 시전, 포털 사용에 이은 역공으로 상대 영웅을 잡아낸 장재호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당시 중계를 맡은 나이스게임TV 정진호 캐스터와 오성균 해설은 흥분한 어조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시청자들도 함께 열광했다. 장재호는 그외에도 수많은 경기에서 눈부신 컨트롤을 선보였다.

"과분한 이야기지만 많은 분들이 '신컨'의 비결에 대해 물어보십니다. 많은 연습량과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플레이입니다. 워크래프트3는 영웅과 유닛 하나하나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습 게임에서도 영웅을 살리기 위해 재플린 아케이드를 계속 쓸 수밖에 없습니다. 연습과 경험이 쌓이면 그런 컨트롤은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피플] 장재호 "WCG 우승 못해 천추의 한"

◆워3와 찰떡궁합...제대 후 다른 RTS 도전하고파

프로게이머로 많은 것을 이룬 장재호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마우스를 놓게 됐다. 장재호는 잠시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게 됐지만 군 제대 후 다른 종목 선수로 복귀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가 제대하는 시점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종목 선수로 복귀할 수도 있습니다. 워크래프트3는 다시 하기 어렵겠죠. 이미 대회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기존의 스타크래프트2처럼 이미 자리를 잡은 종목 선수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은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신규 종목 중에서 제가 매력을 느끼는 게임이 나온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장재호는 복귀 종목에 대해 "아무래도 워크래프트3와 유사한 RTS 장르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한다. 팀 플레이를 해야 하는 AOS 게임은 개인전 위주로 해온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영웅과 소수 유닛 컨트롤에 집중해야 하는 워크래프트3는 나와 정말 잘 맞는 게임이다. 좋은 게임과 좋은 선수들, 좋은 팀을 만나 프로게이머로서 많은 것을 이루고 누렸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 지원 보다 강화돼야

장재호는 워크래프트3 종목에서 세계 최정상급의 실력을 지녔음에도 e스포츠 종주국이자 모국인 한국에서 활동한 기간은 길지 않았다. 한국 e스포츠 대회가 스타크래프트 위주로 치러지면서 워크래프트3 대회가 일찌감치 폐지되면서 국내 무대에서는 설 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장재호는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 국내 무대 성적만으로 공군 에이스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수많은 해외대회 상위 입상을 통해 국위선양을 했음에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며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느꼈고, 결국 늦은 나이에 입대를 앞두고 있다.

"국내 e스포츠 종목 쏠림 현상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 때 다른 종목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러 종목의 대회가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열려야 e스포츠의 균형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의 워크래프트3 선수들과 지금의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국내에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피플] 장재호 "WCG 우승 못해 천추의 한"

◆해설이나 감독은 '글쎄'...자기계발 전념할 것

장재호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기간 동안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향후 계획에 대한 고민을 하겠다는 각오다.

"게이머 생활을 하느라 정신 없이 달려왔습니다.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어요. 공백 기간 동안 공부도 하고 심사숙고해서 잘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스포츠 해설가나 코칭스태프는 글쎄요. 제가 워낙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어서 제게 적합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시간이 나면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요. 해외 활동을 하면서 영어를 주로 사용했지만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다시 돌아올 때까지 '짧은 안녕'

장재호가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말을 전하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 갖고 있습니다. 잠시 여러분 곁을 떠나게 됐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잘 다녀와서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해외 무대에서 활동할 때도 변함 없이 한국에서 응원해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큰 힘이 됐고, 그래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중국에서 와서 자리를 빛내줄 두 선수와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위해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이형주 선수에게도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8일 있을 제 고별전에 많이 와주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데일리게임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사진=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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