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는 주변에서 즐기는 자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 경쟁이 심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는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승부의 세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즐기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천재를 이길 수 없다는 역으로 된 명언이 더 설득력 있는 곳이 바로 스포츠의 세계입니다.

e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어떤 선수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즐기는 선수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 선수가 노력하는 선수들을 꺾고 가장 최고의 위치에 올라가지는 못했기에 우리는 그저 "명언은 명언일 뿐"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김민재의 등장으로 우리는 드디어 '천재'와 '노력하는 자'를 이기는 '즐기는 자'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물론 그에게는 어느 정도의 게임 센스와 노력이 분명 존재하죠. 하지만 그를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준 것은 게임과 리그를 즐기려는 그의 가치관 덕분이었습니다.

즐기는 자의 표본,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초대 개인전, 단체전 모두 우승을 차지한 김민재의 유쾌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우승은 운명이었다?
김민재가 결승전에 임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에게 긴장감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지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그는 경기 내내 여유로운 표정을 보였습니다. 골을 넣을 때마다 뒤에 서있는 피파걸에게 말을 건넬 정도로 승부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김민재는 원창연이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컵을 차지하며 단숨에 피파온라인3 최강자로 등극했습니다. 이제 그는 챔피언으로서 다음 시즌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솔직히 우승할 것이라 생각해 본적 없어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승에 욕심이 없었던 거죠. 그저 개인전은 내 실력 발휘만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경기 자체를 즐기다 보니 이기더라고요.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겠지만 가장 놀랐던 것은 저였을걸요(웃음)?"


그가 자신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김민재는 동료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에 단체전 우승을 위해 더 노력했습니다. 개인전 연습은 딱 두 판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개인전 우승은 욕심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연습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승을 바라는 것이야 말로 욕심이죠. 우승을 절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아니라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덕분에 경기를 즐기게 됐고 오히려 상대가 초조해 지기 시작하면서 저에게 운이 따라줬죠. 그냥 그날은 운명이 제 편이었던 것 같아요."

한 팀에 소속된 적도 없었던 김민재는 어떤 프로게이머보다도 프로의식이 투철한 선수였습니다.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지 않고 요행을 바라지 않는 정직함. 그리고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여유까지 프로가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춘 준비된 챔피언이었던 것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임 피파온라인3
김민재가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피파온라인3에 대한 선입견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많이 투자해 좋은 선수들만 보유하면 무조건 잘할 수 있는 게임이 피파온라인3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에 김민재는 "절대 아니다"라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피파온라인3뿐만 아니라 원래 게임을 좋아해 많은 게임을 접해봤지만 피파온라인3만큼 어려운 게임은 처음 봐요. 피지컬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잘할 수 없는 게임이에요. 대회는 어떻겠어요. 패스와 프리킥, 골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수 만 번 타이밍을 연습하고 시험해요.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만큼 피파온라인3 선수들도 연구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김민재는 아직도 피파온라인3를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평생을 가도 정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항상 긍정적이고 유쾌한 김민재에게 피파온라인3는 평생을 도전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요. 전략과 전술을 구상하고 어떤 지역에서 어떤 패스를 해야 좋은지 크로스를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골을 성공시키기 위해 어떤 각도로 공을 차야 하는지 모든 요소를 고려해 연구해야만 완벽한 골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이는 머리만 좋아서도 손만 빨라서도 안 되요. 모든 요소가 딱 떨어졌을 때 완벽한 골이 탄생해요. 팬들이 보기에는 그냥 한 골일 수도 있지만 그 골 하나를 성공시키기 위한 프로게이머들의 노력은 상상 이상이에요."

리그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이 프로다운 면모를 뽐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도 김민재는 피파온라인3 정복을 위해 머리로 손으로 연습에 임합니다. 챔피언인 그에게 피파온라인3는 아직도 정복할 곳이 많이 남아있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노력하는 천재 그리고 즐기는 자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김민재는 연습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그런 선수가 우승까지 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김민재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연습과 함께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김민재에게는 그만의 독특한 연습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머리 속으로 정말 많은 전술을 생각해요. 미리 상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테스트를 하면서 최종적으로 전술을 가다듬죠. 연습을 많이 하는 것보다 오히려 연구를 많이 하고 전술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써요. 피파온라인3는 무작정 연습하는 것보다 연구가 더 필요한 게임이거든요."


그가 생각해 내는 전술을 보면 게임 센스가 남다르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김민재는 전술을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의 플레이가 다양한 것도 이 덕분입니다.

또한 그는 노력형 프로게이머입니다. 예전부터 대회가 주는 압박감이 얼마나 심한지 깨달은 김민재는 대회 때 압박감과 중압감을 극복하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전국투어를 감행했습니다. 김민재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피파 대회에 모두 참가했습니다. 전 대회에 참가하면서 그는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게임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원창연과 달리 결승전 내내 김민재는 여유가 넘쳤던 것도 이 같은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게임 센스와 노력이 뒷받침 돼야 즐길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면 자신감이 충만해 있을 것이고 그 덕분에 경기를 즐길 수 있어요. 천재와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즐기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건 저만의 노하우인데 너무 다 알려주는 것 같은데요(웃음)."

◆든든한 지원군 어머니
처음에는 게임 하는 것을 반대하셨던 어머니도 지금은 김민재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응원이 김민재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가족의 응원만큼 선수를 힘나게 하는 것은 없나 봅니다.

"어머니가 이제는 '게임으로 꼭 성공해야 하지 않겠냐'고 응원해 주세요. 어머니 말처럼 저도 이제는 게임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싶어요. 우승 한번 했다고 제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리그가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선수들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겠죠. 초대 챔피언으로서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리그를 활성화시키는데 앞장서고 계속 좋은 성적 유지한다면 훗날 당당하게 성공한 프로게이머로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김민재. 차기 시즌에서도 김민재의 여유 넘치는 표정과 재미있는 경기가 리그를 보는 재미를 더하게 해주기를 바라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