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2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성주라는 센스 넘치는 테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까지 프라임에서 활동했고 WCS 코리아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조성주는 진에어로 이적한 뒤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2라운드에서도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다승 단독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조성주의 특기는 프로토스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병력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과감하고도 정확한 컨트롤을 통해 프로토스의 핵심 유닛을 제압하는 플레이를 한두 번 보여준 것이 아닙니다. 프로리그 데뷔전이었던 삼성 갤럭시 칸 송병구와의 대결에서 불곰과 해병으로 거신을 일점사해서 잡아내는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죠.
이번 MVP와의 결승전에서도 조성주는 '스타급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평상시에는 생각할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에는 감히 떠올리기 어려운 바위 깨기를 선보였는데요. 조성주의 판타스틱한 판단을 함께 보시지요(조성주-김도경 대결 다시 보기(http://www.youtube.com/watch?v=pfhK2F0WoXE).
◆맵부터 심상치 않았다
진에어 그린윙스와 MVP의 1세트는 '연수'에서 펼쳐졌습니다. 프로리그를 자주 보신 분들, 또는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자주 보시는 분들은 '연수'라는 맵에 대해 잘 아실 것입니다. 프로토스 선수들이 "점멸 추적자만으로 이긴다"라고 말하는 맵이 바로 '연수'입니다. 본진으로 올라가는 언덕이 매우 넓기에 프로토스가 추적자의 점멸 기능을 개발한 이후 모든 종족을 불문하고 두드려 패는 맵입니다. 일부 선수들은 "'연수'에서 프로토스를 만나면 확장 가기가 두렵다"고도 말합니다. 수비할 범위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점멸 추적자가 무서워서 방어만 하고 있으면 어느새 프로토스는 확장을 늘리면서 힘을 쌓기 때문에 중후반전으로 가도 답을 내기가 어렵습내다.
프로토스가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연수'라는 맵에 진에어 그린윙스는 조성주를 출전시켰습니다. 프로토스가 무슨 전략을 쓰든지 조성주라면 막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겠지요. 그리고 중후반전으로 가더라도 조성주의 컨트롤이라면 프로토스를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서려 있었겠지요.
'연수'에 출전한 조성주는 복합적인 전략을 짜왔습니다. 한 타이밍 늦은 벙커링과 의료선을 통한 드롭을 연합한 작전입니다. 자유의 날개 시절에 자주 쓰이던 1-1-1 체제를 택한 조성주는 병영에서는 해병을, 군수공장에서는 땅거미지뢰를, 우주공항에서는 의료선을 생산합니다. 김도경이 앞마당에 연결체를 가져간 것을 확인한 조성주는 건설로봇을 보내 프로토스의 앞마당 지역에 벙커를 지었죠. 김도경이 이를 알아채고 저지하려 추적자를 이동시키자 조성주는 그 위로 해병과 땅거미지뢰를 드롭하면서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김도경의 대처도 좋았습니다. 최근에 테란 선수들이 땅거미지뢰를 자주 사용하기에 관측선을 일찌감치 확보한 김도경은 조성주의 땅거미지뢰를 제거하려 했습니다. 추적자가 한 번만 더 공격했으면 지뢰를 파괴할 수 있었던 상황에 조성주는 매설된 지뢰를 풀어서 의료선에 태웁니다. 조성주의 컨트롤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죠.
◆통하지 않은 견제
조성주가 초반 압박을 시도했지만 전체적인 전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김도경의 방어가 너무나도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던 조성주의 목표는 앞마당 연결체를 파괴하는 것이었죠. 테란이 테크트리를 올리고 병력을 확보하려고 앞마당 사령부를 늦게 가져갔기에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줘야만 했습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익은 프로토스의 앞마당에 건설된 연결체를 깨뜨리거나 탐사정을 대거 잡아내는 것입니다.
벙커링이 실패한 이후 조성주는 의료선 1기를 활용해 김도경의 앞마당을 두드렸습니다. 연결체를 파괴할 만한 병력 구성은 아니었고 탐사정이라도 대거 잡아내겠다는 생각에 해병과 땅거미지뢰를 태우고 이동했습니다. 반대 쪽으로는 밴시 한 기를 생산해 양방향 흔들기를 시도했지요.
김도경은 조성주의 패턴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막아냈습니다. 먼저 도착한 밴시는 소환된 추적자로 잡아냈고 앞마당 탐사정 견제는 관측선을 동원해서 막아냈습니다. 일꾼 생산을 줄이고 견제에 입중하던 조성주는 김도경과의 일꾼 차이가 10기까지 나기도 했습니다.
◆돌역장!
조성주는 김도경의 압박에 숨을 쉬지 못할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중앙 지역으로 치고 나가려고 했지만 김도경이 추적자와 광전사를 유지하면서 거신과 집정관까지 대동해 조이기를 시도한 탓에 신경전만 펼쳐야 했지요. 특유의 컨트롤을 구사해봤지만 기껏해야 광전사 한두 기를 줄인 것이 전부였습니다.
우세하다고 판단한 김도경은 광전사와 추적자, 거신, 불멸자, 집정관을 이끌고 조성주의 언덕 지역으로 밀고 들어왔습니다. 광전사의 돌진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어 있었고 일단 해병과 불곰에게 달라 붙은 뒤에는 거신으로 때려줄 생각이었죠.
김도경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조성주가 빛나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앞마당과 제2 확장 기지 사이의 넓은 길로 프로토스의 병력이 밀고 들어오자 파괴가능한 바위를 깨뜨리면서 김도경의 병력을 두 갈래로 나눠버린 것입니다.
돌진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광전사가 먼저 밀고 들어오자 바위를 깨뜨린 조성주는 근접 공격 유닛인 광전사를 모두 잡아냈습니다. 돌무더기가 역장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김도경의 병력을 반으로 갈라 버린 것이지요. 급하게 김도경이 바위를 한 번 더 깨뜨리려 할 때 바이킹으로 거신을 두드리면서 프로토스의 화력을 줄여버렸지요.
◆심리를 뒤흔든 돌역장 효과
교전이 일어나기 전 인구수를 보면 '돌역장'의 효과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교전이 시작될 무렵 김도경은 162, 조성주는 153이었습니다. 일꾼 숫자는 57기로 같았기에 프로토스가 병력이 10 가량 많았지요.
돌역장에 광전사가 갇혀버린 이후 프로토스의 인구수는 급감했습니다. 8기 정도의 광전사가 모두 잡혀 버렸고 거신까지도 바이킹에 의해 제거되면서 105까지 줄어들었습니다. 19분41초에 발현된 돌역장 효과는 20분15초, 즉 34초만에 프로토스의 병력을 50기 이상 줄이는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프로토스는 테란과 싸울 때 광전사와 거신의 포지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광전사가 맷집이 되어주고 그 위로 거신의 열광선 공격이 들어가야 해병과 불곰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두 유닛 사이에 배치되는 추적자는 테란의 바이킹이 거신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보조 유닛이지요.
완벽한 조합을 갖췄다고 판단한 김도경은 자신만만하게 공격을 시도했지만 조성주가 바위를 깨뜨리면서 광전사를 옴쭉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손을 쓸 방법이 없었지요. 아마도 처음 당해보지 않았을까요. 김도경의 머리 속은 하얗게 변했을 것이고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싸움을 걸었겠죠.
만약 김도경이 광전사가 갇힌 순간, 광전사를 버리고 추적자와 거신, 불멸자, 집정관을 살려냈다면 어땠을까요? 뒤로 빠지는 순간 조성주의 바이킹이 거신을 모두 제압한 뒤 테란의 압박이 역으로 진행됐을 것입니다.
불리한 상황을 재기 넘치는 판단으로 극복한 조성주는 이 경기를 통해 최고의 테크니션 뿐만 아니라 최고의 판단능력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