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내내 완벽한 모습으로 그 누구도 우승을 의심치 않았던 원창연. 그런 원창연을 깨부수기 위해 김민재가 들고 나온 전략은 변형된 4-4-2 포메이션이었다. 원창연의 트레이드 마크인 얼리 크로스를 완벽하게 차단한 것은 물론 점유율에서도 오히려 앞서면서 김민재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서머 시즌 예선을 앞두고 스프링 시즌 우승자 김민재의 변형 4-4-2 포메이션을 살펴본다.
◆측면을 찔러라
김민재는 원창연과의 1세트에서 전반전에만 세 골을 터트리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김민재는 세 골 모두 좌측면에서 시작된 공격으로 성공 시켰다. 측면 공격에 약한 원창연의 3-5-2 포메이션의 빈틈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일단 김민재의 4-4-2 포메이션을 살펴보면 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를 배치했고 측면 돌파나 크로스를 위해 양측에 윙어를 뒀다. 몸싸움 능력과 골 결정력이 높은 드록바, 토니를 투톱으로 기용하고 발재간과 돌파력이 뛰어난 테베즈, 헐크로 원창연을 흔들겠다는 심산이었다.
김민재는 중앙선까지 올라온 왼쪽 수비수 폴센의 패스를 기점으로 좌측을 공략했다. 테베즈, 드록바, 토니까지 짧은 패스가 물 흐르듯 이어졌고 토니에게 1대1 찬스가 주어지면서 손쉽게 골망을 흔들었다.
좌측을 찔러 한 번 재미를 본 김민재는 계속해서 왼쪽을 두드렸다. 특히 8단계 강화된 테베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쉴새없이 원창연을 몰아세웠다. 김민재는 테베즈로 좌측면 돌파를 성공시킨 뒤 볼을 중앙으로 돌려 멜로로 슈팅, 코너킥을 만들었고 펠라이니로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인저리 타임에 터진 쐐기 골 역시 좌측 공격에서 시작됐다. 좌측에서 골대 앞까지 대각선 방향으로 논스톱 숏패스가 흘렀고 드록바가 노마크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김민재의 투 톱은 전방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의 침투만 있었을 뿐이다. 모든 골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수비형 미드필더 멜로와 펠라이니, 그리고 좌측면을 파고드는 테베즈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또 3세트 역시 우측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헐크의 패스를 드록바가 중간에서 받아 최전방의 토니에게 연결,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터트렸다.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우승은 상대의 스타일과 약점을 분석해 맞춤형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김민재의 것이었다.
◆수비만 6명! 뚫을테면 뚫어봐
김민재의 결승 상대였던 원창연은 결승전을 치르기 전까지 10경기에서 무려 24골을 터트린 득점 기계였다. 하지만 김민재는 결승전에서 원창연에게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김민재가 택한 변형 4-4-2 포메이션의 뛰어난 수비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김민재는 4명의 미드필더 중 두 명을 수비에 집중시켰다. 멜로와 펠라이니를 포백과 바싹 붙여 수비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피파온라인3의 '국민 포메이션'인 4-1-1-4의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를 최대한 후방 배치하면서 유사시에는 5명 이상의 선수가 수비에 나서게 되는데 김민재가 선보인 포메이션의 경우는 한 명이 더 수비에 가담하게 된다.
게다가 김민재는 양측 수비수로 원창연의 윙어들을 집중 마크하면서 얼리 크로스를 원천 차단, 원창연의 공격 흐름을 흐트러트렸다. 중앙 침투 역시 6명의 수비수로 간단히 허용하지 않았다. 간간히 중앙 패스를 허용했다하더라도 어김없이 체흐의 선방이 펼쳐졌다.
대회 내내 상대의 전략에 따라 매번 포메이션을 변경하며 대응했던 김민재는 원창연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분석했다. 그렇게 내놓은 게 변형 4-4-2 포메이션이었던 것이다.
◆점유율은 곧 승리
3-5-2 포메이션을 격파한 측면 돌파, 얼리 크로스와 중앙 공격을 차단한 6명의 수비 모두 김민재의 우승 배경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민재가 원창연을 격파한 원동력은 바로 점유율이다.
원창연은 대회에서 점유율 축구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격파했다. 5명의 미드필더들로 중원을 장악하면서 천천히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를 즐기는 게 원창연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그런데 김민재는 이러한 원창연을 상대로 오히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김민재는 두터운 수비로 공격을 차단했고, 원창연에게 공격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볼을 돌리면서 점유율을 확보했다.
김민재가 점유율을 높이자 좀처럼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한 원창연의 플레이에는 조급함이 묻어나왔다. 결정적인 찬스를 번번히 날리면서 자멸하고 만 것이다. 김민재는 피파온라인3에서 점유율은 곧 승리로 직결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