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를 모두 인터뷰 했던 예전에는 더 심했습니다. 심지어는 인터뷰를 귀찮아 하는 선수도 있었죠. 상황이 너무 심각해 지금은 승리한 선수 중 한 명을 골라 인터뷰를 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지금은 인터뷰 기회를 자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은 한번의 인터뷰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인터뷰를 귀찮아 하는 선수들은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프로리그 3라운드 정규시즌 1위를 기록한 최연성 감독의 인터뷰를 들으며 오랜만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 단어, 한 문장에 진심이 들어있었고 감독으로서는 하기 힘든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가 한 말 중 가장 큰 울림을 줬던 것은 "우승을 못해도 상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감독이 이런 말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팀이 부진하면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기 때문입니다. 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경질되는 것은 선수가 아니라 감독입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특히 SK텔레콤처럼 명문팀 감독은 무조건 우승을 해야지만 감독으로서 인정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연성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승 못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력이 이렇게 좋고 연습을 이렇게나 많이 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우승을 못해 자신이 경질 돼도 상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리더의 한마디가 선수들에게 엄청난 힘을 줬습니다. SK텔레콤은 참 멋진 리더를 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누구보다도 책임을 가지고 사건을 수습해야 할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고 모든 것을 밑에 사람들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된 리더가 없는 단체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가 이런 상황이지만 e스포츠에는 멋진 리더가 많은 것 같다 참 다행입니다. ‘우승 못해도 상관 없다’며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멋진 발언을 한 최연성 감독을 비롯해 모든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선수 지도를 하고 있는 감독까지 책임 있는 리더들이 많다는 것은 e스포츠 미래를 더욱 밝게 하는 것 같습니다.
최연성 감독의 멋진 발언에 박수를 보내며 책임 있는 리더로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