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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리그] SK텔레콤 최연성 감독 "내려 놓으니 우승이 왔다"

[프로리그] SK텔레콤 최연성 감독 "내려 놓으니 우승이 왔다"
최연성 감독이 이끄는 SK텔레콤 T1이 처음으로 프로리그에서 라운드 우승을 달성했다. 1라운드에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승리하면서 결승에 올랐지만 KT에게 0대4로 패했고 2라운드에서는 5위에 그치면서 포스트 시즌조차 가지 못했던 SK텔레콤은 명가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팀이 저조한 성적을 내는 동안 최연성 감독은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처음 지휘봉을 잡았고 원대한 목표를 세웠지만 진행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모든 것을 감독의 손에 넣고 휘두르려 했던 최 감독은 2라운드에서의 실패를 되새기면서 내려 놓기를 시도했다. 코치들의 권한을 강화시켰고 선수들에게는 과감하게 휴일을 주는 등 타이트한 운영보다는 느슨하지만 효율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3라운드 정규 시즌에서 6승1패, 세트 득실 +14라는 최고의 성과를 올렸고 결승에서도 승리하면서 취임 첫 우승을 일궈냈다.

Q 취임 후 첫 우승을 달성햇다.
A 라운드 우승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겠다. 최종 우승을 위한 필수 조건의 첫 퍼즐을 맞춘 것이기에 덤덤하다.

Q 선봉으로 김민철을 출전시켰다.
A 1경기에서 김민철을 쓴 이유는 KT와 CJ의 경기를 보고 난 뒤에 떠오른 영감 때문이었다. KT가 '세종과학기지'를, CJ가 '미로'를 고르는 패턴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2세트에 '미로'가 배치되면 선봉으로 프로토스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다. 정규 시즌 1등팀으로서 장점을 가져갈 맵이 없었다. 그 와중에 CJ에게 심리전을 걸 수 잇는 맵이 '회전목마'였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었고 CJ도 우리가 저그를 낼 것이라 예상한다면 프로토스를 1세트에 출전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두 개의 로드맵을 갖고 결승전의 판을 짰다.

Q 김준호에게 3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A 김준호가 일찌감치 나온다면 김민철을 일찍 내세워서 분위기를 잡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김민철을 내세웠다. 김준호가 '미로'를 커버하기 위해 나선다면 김도우로 맞불을 놓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김민철이 1세트에 나가도록 계획을 세웠다. 김정우와 김준호를 김민철이 모두 잡아냈을 때 정우용을 상대로도 이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져서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Q 정우용에게 2패를 당하면서 당황했을 것 같다.
A 정우용은 프로토스전을 잘한다. KT와의 경기에서도 이미 보지 않았나. 그렇지만 김민철을 잡아내면서 당황했다. 여기에 '해비테이션스테이션'을 정말 많이 준비한 원이삭까지 지면서 속으로는 당황했다. 그래도 의연하려고 노력했다. 감독인 내가 당황하니까 선수들까지도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지난 KT와의 결승전에서 내가 배운 점이다. 실없는 사람이라 생각될 정도로 웃으려고 했고 패한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티를 내지 않았다. 그래도 티가 났다면 내 연기력이 부족한 것이다(웃음).

Q 김도우가 '미로의 원주민'이었다는 표현을 썼다.
A 김도우가 '미로'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정윤종도 김도우의 플레이를 따라할 정도로 맵에 대해, 상대 종족의 전략에 대해 모두 꿰차고 있었다. 김준호가 뒤에 나왔더라도 저격 카드는 김도우였다.

Q 김도우가 5, 6세트를 잡았다.
A 김도우가 '세종과학기지'를 전승하고 있었고 '미로'는 '원주민'이었다. 두 맵을 소화하라고 했을 때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에이스였다. 데이터와 연습 결과, 상대가 내놓을 선수를 봤을 때 모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카드였다. 만약 정우용에게 졌다면 어려운 경기가 됐겠지만 그래도 김도우를 믿었다.

Q 감독으로서 첫 우승이다.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힘들었을 것 같다.
A 내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내가 알던 SK텔레콤이 아니었다. 제대하자마자 팀이 달라져 있었고 나도 달라져 있었다. 선수들과 나 사이에 말하지 못하는 괴리감이 있었다.

3개월 동안 화가 많이 났다. 최강 전력이 모여 있는 팀을 이끌고 있는 수장인데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자꾸 지니까 잠도 안 오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남 몰래 울기도 많이 했다. 부임한 뒤 싹 뜯어 고치려고 했던 것이 나를 지치게 했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많이 내려 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코치들을 믿었고 선수들 관리에서도 크게 보려고 역할을 분담한 것이 팀이 잘 돌아가는 도움이 된 것 같다.

Q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했나.
A 성수대교까지 뛰었다. 새벽 2시에 선수들이 연습을 마치고 나면 옷을 갈아 입고 뛰었다. 성수대교를 건너 왔고 압구정을 통해 숙소로 돌아오는 러닝을 계속하며 마인드 관리를 했다. 지금은 마라톤 대회에 스스로 출전 지원서를 낼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고 팀 성적도 잘 나오고 있다.

Q 4라운드가 남았다.
A KT보다는 반드시 잘해야 할 것 같다. 현재 포인트를 보면 우리가 237점, KT가 253점이다. KT는 4등 안에는 들 것 같다. 우리가 정규 시즌에서 1위를 하고 KT가 3등을 하게 되면 제로 베이스다.

KT만이 목표는 아니다. 진에어, CJ, 삼성 등이 포스트 시즌에 대결할 후보팀이라고 생각한다. 라운드 전승으로 정규 시즌 1위를 하고 싶다.


Q 3라운드에서 당한 유일한 패배가 삼성 송병구에게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한 경기였다. 전승 우승이 끊겼을 때의 느낌은.
A 송병구가 3라운드 우리와 경기할 때 베르세크르의 가츠 같은 느낌이 들더라. 도움을 주던 모든 사람들을 떠나 보낸 뒤 악령들과 홀로 싸울 때의 그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에이스 결정전에 나왔다. 신노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송병구가 나올 것이라 예상은 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프로토스 카드를 내고 말았다. 그 경기에서지고 나니까 주위 사람들이 모두 왜 저그를 쓰지 않았느냐고 지적을 했는데 나는 송병구의 표정에 홀려 있었고 패했다.

Q 4라운드까지 1주일 정도 시간이 있다.
A 선수들끼리 섬으로 놀러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1박2일 동안 쉬고 곧바로 준비할 것이다. 개인리그도 있어서 오래 쉬지는 못할 것 같다. 선수들은 휴식을 정말 원한다. 하루 휴일을 걸고 내부 평가전을 했을 때 정말 죽어라 하더라.

Q 하고 싶은 말은.
A 이성영 단장님과 좋지 않은 징크스가 있었다. 단장님이 칭찬을 하시거나 경기장에 오시면 졌다. 그러다 보니 단장님도 힘들어하셨고 나도 감독으로서 정말 죄송했다. 그나마 이번 라운드 우승을 통해 조금이라도 보답한 것 같다. 사무국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이긴 것 같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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