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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LOL] SKT의 약점이 된 자르반 4세와 질리언

[IF LOL] SKT의 약점이 된 자르반 4세와 질리언
지난주 막을 내린 SK텔레콤 LTE-A 리그 오브 레전드 마스터즈 2014 결승전은 SK텔레콤과 삼성 중 누가 국내 최강인지를 가리는 무대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큰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하나요? 결과는 3대0 삼성의 완승으로 끝이 났지요.

결승전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하지만 K가 있는 SK텔레콤 역시 만만찮다는 의견이 덧붙여졌는데요. K가 2승을 거두고 S가 분전한다면 SK텔레콤의 우승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LOL은 기세 싸움이었습니다. SK텔레콤이 못했다기 보다는 삼성이 너무도 강했습니다. SK텔레콤은 2, 3세트에 K를 배치해 1세트에서 S가 패하더라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하지만 K가 2, 3세트 모두 패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번 'IF LOL'을 통해 조명해 볼 경기는 SK텔레콤 K와 삼성 오존의 3세트입니다. SK텔레콤 K는 2세트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자르반 4세를 다시 한 번 정글 챔피언으로 기용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 올스타전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던 질리언 서포터 카드를 꺼냈습니다. 파격적인 선택이었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과연 이들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데요. SK텔레콤 K가 다른 챔피언을 택해 3세트를 따냈다면 전세는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자르반 4세, 왜 또?
2세트에서 '벵기' 배성웅이 자르반 4세를 골랐을 때 중계진을 비롯한 팬들은 열광했습니다. 자르반 4세는 최근 잘 등장하지 않을 뿐더러 배성웅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굉장히 잘 다뤘던 챔피언이기 때문이지요.

자르반 4세는 한동안 리 신, 엘리스와 더불어 '정글 3대장'이란 칭호를 받으며 '소환사의 협곡'을 누볐습니다. 에어본과 슬로우 두 개의 군중제어기를 지녔고, 궁극기인 '대격변'으로 상대 주요 딜러를 가둬둘 수 있는 자르반 4세는 최고의 정글 챔피언으로 꼽혔었지요.

하지만 자르반 4세가 대회에 등장하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상대를 띄울 수 있는 깃창 콤보의 판정 범위가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지요. 깃창 콤보 너프로 자르반 4세는 존재 이유가 사라졌고, 대회에서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자르반 4세가 대회에 나오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3세트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배성웅은 경기 초반 미드 라인을 찔렀습니다. 깃창 콤보를 시전했지만 에어본에 실패했죠. SK텔레콤 K는 곧바로 '댄디' 최인규의 엘리스의 역갱킹을 맞아 '페이커' 이상혁이 전사하면서 선제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깃창 콤보에 실패하는 '벵기' 배성웅.
깃창 콤보에 실패하는 '벵기' 배성웅.

배성웅의 자르반 4세는 7분경 아군 정글에서 협공을 받아 전사했고, '임팩트' 정언영의 라이즈가 탑 3인 다이브를 당할 때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정글링이 느린 자르반 4세는 빠른 기동력을 앞세워 갱킹으로 재미를 봐야 하는데 초반부터 말리면서 SK텔레콤 전 라인이 무너지고 만 것이지요.

대규모 전투에서도 자르반 4세가 할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혼자 깃창 콤보로 들어갔다가 회색 화면을 보기 일쑤였지요. 대격변은 '임프' 구승빈의 코그모를 잠시 묶어두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포위된 상황에서 자르반 4세가 할 수 있는 것은 현격히 줄어든다.
포위된 상황에서 자르반 4세가 할 수 있는 것은 현격히 줄어든다.

당시 밴픽 상황을 보면 리 신, 이블린이 밴이 된 상태에서 SK텔레콤 K는 두 번째 픽으로 자르반 4세를 가져갔습니다. 상대 정글러가 먼저 나오자 삼성 오존은 쉬바나와 코그모를 가져가며 여유롭게 밴픽을 진행했습니다.

2세트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던 자르반 4세를 굳이 또 선택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엘리스, 카직스 카드가 모두 남아있었던 상황에서 말이지요. 최인규가 8연승 신바람을 냈던 엘리스를 배성웅이 빼앗아 왔다면 경기는 다르게 전개됐을 것입니다.

3세트 밴픽 상황.
3세트 밴픽 상황.

◆질리언 서포터의 한계
질리언은 대회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서포터 챔피언입니다만 지난 LOL 올스타전에서 SK텔레콤 K가 보여준 파괴력은 굉장했습니다. 특히 트위치와 상당히 좋은 궁합을 보여줬는데요. 이번에도 SK텔레콤 K는 벼랑 끝에서 질리언 카드로 활로를 뚫어보려는 심산이었습니다.

질리언 서포터의 장점은 무궁무진합니다. 패시브 스킬인 '깊은 깨달음'은 모든 아군 챔피언의 경험치 획득량을 8%만큼 높여줍니다. 라인전에서 먼저 레벨 업이 되는 게 얼마나 큰 이득인지 LOL을 해보셨다면 잘 아실 겁니다.

또 라인전에서는 '시한 폭탄'으로 견제가 가능하고, 적의 이동 속도를 줄이거나 아군의 이동 속도를 높이는 '시간 왜곡'은 상대의 갱킹에도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질리언의 궁극기인 '시간 역행'은 해당 챔피언이 전사했을 경우 되살리기가 가능해 팀에 캐리형 챔피언이 있을 때 상당히 큰 힘이 됩니다. SK텔레콤이 3세트에 택한 챔피언들 중에는 라이즈, 트위치가 있겠습니다.

또한 질리언이 트위치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트위치의 암살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인데요. 은신한 트위치에게 '시한 폭탄'과 '시간 역행'을 동시에 걸어줄 경우 트위치의 암살 가능성은 현격히 높아집니다.

그러나 지난 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이미 게임이 삼성 쪽으로 기운 상태에서 질리언은 팀 파이트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팀이 크게 뒤쳐지고 있을 때 질리언은 정말 무기력했습니다. '루퍼' 장형석의 쉬바나가 밀고 들어오자 이정현은 '시간 왜곡'을 사용해 필사적으로 '피글렛' 채광진의 트위치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잘 성장한 쉬바나는 온갖 공격을 맞으며 SK텔레콤 K의 진영을 휘저었습니다.

'시간 역행'으로 되살아나자마자 쉬바나에게 잡힌 트위치.
'시간 역행'으로 되살아나자마자 쉬바나에게 잡힌 트위치.

또 이정현은 '시간 역행'으로 대규모 전투마다 아군의 핵심 챔피언들을 되살렸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전투에서 전황이 불리해 되살아나자마자 다시 바닥에 누울 수 밖에 없었지요.

질리언 같은 수동적인 챔피언보다는 이정현이 잘 다루는, 능동적 플레이가 가능한 레오나, 자이라가 선택됐다면 어땠을까요? 상대를 잘라내기도 수월하고, 원거리 딜러를 지키는데도 훨씬 나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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