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6주년을 맞아 SK텔레콤 T1을 이끄는 두 남자, 최연성 감독과 최병훈 감독과의 만남을 준비했는데요. 두 사람 모두 e스포츠 업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죠.
SK텔레콤 레전드 중 하나인 최연성 감독은 선수 시절 '괴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숱한 우승 기록이 최연성 감독의 화려한 현역 시절을 속삭여주죠.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팀 감독을 맡고 있는 최연성 감독은 지도자로서의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팀 최병훈 감독은 스타크래프트, 스페셜포스, LOL 등 세 종목 우승을 맛 본, e스포츠팀 감독 중 유일한 감독입니다. 지난해 9월 감독으로 승격한 최병훈 감독은 SK텔레콤 T1 K의 롤챔스 2연패, 롤챔스 전승 우승, 롤드컵 우승 등 팀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최고지도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또 최고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두 남자. 최연성, 최병훈 감독과의 유쾌한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반갑습니다. 팬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연성=2003년 12월 28일 프로게이머로 데뷔해 지금까지 e스포츠와 함께 하고 있는 최연성입니다. 지금은 SK텔레콤 T1 스타크래프트2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이제 9개월차인 신인 감독이에요.
최병훈=LOL팀 코치를 하다 작년 9월부터 감독을 맡고 있는 최병훈입니다. 전 별로 특별히 할 얘기가 없네요(웃음).
최연성=아니, 왜 없어? 롤챔스 2회, 롤드컵, 롤 올스타전 우승! e스포츠 대상에서 감독상까지 받으신 분이(웃음). 지금 최고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감독이죠.
두 분 다 업계에선 레전드죠(웃음).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보니 공통점이 꽤 있더라고요.
최병훈=일단 둘 다 전주 최씨에요. 사무국 회의를 할 때 '최감독'이라고 하면 둘 다 대답해요(웃음).
한 때 같이 코치로 활동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벌써 6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네요.
최연성=제가 코치를 하다 입대를 했잖아요. 전역하면 최병훈 감독과 꼭 같이 하고 싶었어요. 상병 휴가 쯤이었을 거에요. 만났는데 굉장히 힘들어하더라고요. 당시 스페셜포스 팀이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나 전역하면 같이 하자'고 말했어요. 그런데 LOL로 도망갔어요(웃음).
최병훈=일이나 돈 보다는 그냥 뭔가에 질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막연히 기다릴 바에야 사라지고 싶었어요(웃음). 하지만 LOL 팀을 맡으면서 다시 기회를 잡은 거죠.
최연성=최병훈 감독이 스트레스를 평소에 좀 풀어야하는데 쌓아두는 타입이에요. 그러면 안되는데(웃음). 저와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해서 서운하지는 않아요. SK텔레콤 T1하면 종목을 떠나 항상 최고였잖아요? LOL팀에 가서 또 SK텔레콤 T1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놨으니, 그럼 된거죠.
최병훈 감독님은 최연성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이 어땠나요?
최병훈=최연성 감독님이 선수일 때 뵀는데 솔직히 무서웠어요. 이 사람이 날 때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웃음).
최연성=왜그래. 나 안그래도 이미지 안좋은데(웃음).
최병훈=최연성 감독님께는 많은 걸 배웠어요. 은퇴 후 코치를 할 때 옆에서 지켜봤는데 항상 생각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선수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머리 속에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걸 보고 저도 성장한 거죠.
최연성=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그런 생각하고 있었는데(웃음).
최연성 감독님,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죠(웃음)?
최연성=최병훈 감독이 팀을 맡으면 항상 결승을 가요. 스페셜포스도 그랬잖아요. 대단하죠. 사실 코치 명함은 같이 달았지만 나보다 훨씬 오래 혼자 팀을 이끌어봤잖아요. 그 노하우를 뺏으려고 했는데 잘 안알려주더라고요(웃음). 한 번은 팀워크와 성적 중 어떤 게 먼저냐고 물어봤어요. 팀워크라고 하더라고요. 전역하자마자 물어봤던 건데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스타2, LOL 모두 SK텔레콤 T1이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건 대단한 것 같아요.
최연성=변화가 필요했어요.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e스포츠 업계를 독점하고 있었잖아요. 독점할 땐 좋지만 망하면 한 방에 훅 간다는 뜻이고요. 지재권 등 여러 안 좋은 이슈가 겹치면서 국내 e스포츠 시장이 휘청했고 파이도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어요. 다행히 LOL이 나오면서 e스포츠 파이를 키우고 있어요.
최병훈=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파이가 커졌지만 남이 먹는 건 싫어요(웃음). 우리가 커져가는 파이에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10년이 지나도 SK텔레콤 T1이 계속 이 위치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고요.
최연성=간단히 정리하자면 LOL이 파이를 키웠고, 그 안에서 우리가 강자가 됐죠. e스포츠가 점점 성장할텐데 100년 후에 '가장 강한 팀이 어디냐'라고 했을 때 누구나 'SK텔레콤 T1'이라는 대답이 나오도록 열심히 달려야죠.
갑자기 인터뷰가 딱딱해진 것 같은데요. 두 분 사이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최병훈=둘이 같이 면허를 따러 간 적이 있어요. 정식 학원이 아니라 '야매'로 따는 곳으로 갔는데 장난 아니었죠(웃음). 산 속으로 끌려가서 납치되는 줄 알았어요.
최연성=솔직히 2종 보통을 따도 되는데 최병훈 감독이 '나중에 배추 장사라도 하려면 1종으로 따놔야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어쨌든 계속 떨어지는 거에요. 제일 열받았던 건 신호등이었어요. 빨강, 주황으로 바뀌길래 클러치에서 발을 떼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주황 다음에 다시 빨강으로 바뀌더라고요. 차가 조금 움직였는데 곧바로 탈락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니, 보통 횡단보도에선 안그러잖아요. 무슨 신호등이 심리전 거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안한다고 그냥 나와버렸어요.
최병훈=전 끝까지 도전해서 결국 땄죠. 최연성 감독님은 결국 전역하고 작년에 딴 걸로 알고 있어요.
말만 들어도 최연성 감독님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네요(웃음). 그런데 최연성 감독님은 최병훈 감독님과 어떻게 친해지셨나요? 저도 2년 넘게 봤지만 아직도 조금은 어렵거든요.
최연성=최병훈 감독이 친해지기 전에는 진짜 말이 없어요. 옛날에는 뭘 물어보면 무조건 단답으로 대답했어요. 그래서 친해지기 더 어려웠죠. 그런데 (박)용욱이와는 친하더라고요. 그래서 용욱이가 어떻게 하나 봤더니 막 대하더라고요.
최병훈=(박)용욱이형과 같이 방을 쓴 적이 있었는데 제가 코를 곤다고 새벽마다 깨우는 거에요. 용욱이형은 잠을 못자서 미치고, 전 새벽마다 깨워서 미치고. 일주일 동안 서로 말을 안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자는데 용욱이형이 코를 심하게 골더라고요. 깨우진 않았고 녹음을 한 다음에 들려줬죠. 그리고 그 날 같이 술 마시러 나갔어요(웃음).
최병훈 감독님은 정말 막 대해야 친해지는 타입인가요?
최병훈=조금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제게 막하는 여자를 좋아해요(웃음).
최연성=변태인 것 같아요(웃음). 그냥 이 것 하나만 아시면 돼요. 최병훈 감독을 무작정 존중만 해주면 관계는 영원히 평생선을 달릴 거에요. 처음부터 약간 익살스럽게, 장난도 하면서 접근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두 분 다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됐잖아요. 코치였을 때와 감독인 지금을 비교한다면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최병훈=일단 무거워요. 마음, 머리 둘 다요. 감독은 결정권이 있지만 책임까지 주어지잖아요. 낭떠러지에 있는 느낌이에요.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무섭죠(웃음).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코치 때보다 훨씬 심하고요. 하지만 자신이 팀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기회도 동시에 존재하죠.
최연성=최병훈 감독이 말한 것에 100% 공감해요. 외줄타기 하는 느낌이랄까요. 코치와 감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에요. 최병훈 감독이 힘든 부분을 말했으니 전 좋은 점을 꼽을게요. 일단 감독은 두 가지 타입이 있는 것 같아요. 뒤에서 울타리가 되거나, 자신의 색깔을 넣어 이끌어가는 타입. 전 두 가지 다 해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전자의 감독이 먼저 되야 하죠.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은 다음 내 컬러를 낼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을 잘 듣지 않는 선수가 있으면 정말 피곤하실 것 같아요.
최병훈=아마 없는 팀이 없을 걸요?
최연성=시대, 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팀에 다 있을 거에요. 그런 선수를 얼마나 잘 컨트롤 하느냐가 관건이죠.
그럼 두 감독님은 그런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는 편인가요?
최병훈=항상 두 명 이상씩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명이면 괜찮을텐데 두 명 이상이 되면 말 안듣는 시너지가 엄청나요(웃음). 만약 둘이 합이 잘 맞으면 자칫 팀이 망가질 수도 있어요.
최연성=그래서 각개격파가 필요해요. 근거를 들어서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죠. 그냥 우격다짐으로 하면 더 큰 반항을 해요.
서로 다른 종목의 팀을 이끌고 계신데요. 서로에게 부러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최연성=LOL이 지금 인기가 있잖아요. 롤드컵이라는 세계 대회도 있고, 체계도 잘 잡혀있어요. 그게 굉장히 부러워요. 스타2도 프로리그를 롤드컵처럼 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되잖아요. 외국팀 실력이 한국과 비교해 너무 낮아요. 또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가 있다는 것. LOL 선수라면 누구나 롤드컵 우승을 꿈꾸잖아요. 롤드컵 우승을 위해 달리는 열정이 정말 부러워요. 저도 선수 시절 스타리그 우승을 위해 모든 열정을 불태웠거든요.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거에요.
최병훈=전 스타2 쪽의 딱 잡혀있는 시스템이 부러워요. 이미 굵직한 뼈대가 있고 거기에 살을 계속 붙여 나가는 거 잖아요. 지금 LOL팀은 연습 시스템을 바꾼다던가 시간 변경만 있어도 조금 거부감이 들거든요. 그게 성적이나 경기력으로 나오곤 하니까 섣불리 뭔가 하기가 힘들어요. 또 최연성 감독님은 선수 시절 전설이었고, 지금도 선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잖아요? 그런건 따라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가 없는 부분이죠.
인터뷰가 굉장히 훈훈하네요(웃음). 평소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나요?
최병훈=평소에 전화를 안해요. 연락을 하면 안되거든요(웃음). 제가 스타2팀 경기가 있는 날 연락을 하면 꼭 지더라고요. 일정 안보고 전화했다가 속으로 뜨끔한 날일 정말 많아요.
최연성=징크스가 꽤 있어요. LOL팀과 스타2팀이 동일한 상대와 경기를 하잖아요? 그럼 LOL팀은 이기고 스타2팀은 항상 졌어요. 한 번은 LOL팀이 지고 있다길래 오늘은 우리가 이기나보다 했는데 바론 스틸로 역전승을 했다는 거에요. 그래도 그날은 우리도 이겼어요(웃음).
최병훈=스타2팀이 3라운드에서 전승을 하고 있을 때 말 없이 경기장에 한 번 찾아간 적이 생각나네요.
최연성=2대0으로 이기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역스윕을 당했죠. 끝나고 같이 밥을 먹는데 서로 말이 없었어요. 그래서 LOL 마스터즈 결승날 복수하려고 '잘해'라고 문자를 보냈죠(웃음). 그런데 진짜로 지더라고요. 이제 정말 서로 경기가 있을 땐 문자, 전화는 안하려고요. 아예 아는 체도 안할 거에요.
최병훈=마스터즈 때 복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장난이고요. 최근 스타2, LOL팀 모두 중요한 시기라 서로 만나거나 연락하는 걸 자제하고 있어요.
두 분 다 유부남이에요. 하지만 게임단을 이끌다보니 중요한 시기에는 집에 못 들어갈 때도 분명 있겠죠. 가정에는 충실한가요(웃음).
최연성=최병훈 감독은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젋었을 때 사진을 보면 정말 잘생겼어요. 당시 2대 미남으로 불렸죠. 그런데 지금 살이 좀 쪘어요. 최병훈 감독 아내가 새벽에 뭘 먹자고 하면 항상 같이 먹어주더라고요. 아마 아내분이 살 빠지면 도망갈까봐 계속 먹이는 것 같아요. 살 빠지면 선녀처럼 도망갈까봐요(웃음).
최병훈=살은 빼고 있어요. 아내가 도와주고 있죠. 그런데 10년이 넘었는데 살 빠진다고 외모가 돌아올까요?
최연성=조영구 못봤어? 살 빼면 달라진다니까.
최병훈 감독님은 지금도 잘생기셨어요. 최연성 감독님은 아들이 있으시죠?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
최연성=초등학교 1학년인데 커가는 걸 보는 게 재미있어요. 제가 뭘 하려고 하면 계속 따라해요. 지치고 힘들 때 아들을 보면서 활력소를 얻어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이게 있으면 일반인보다 추위를 두 배 더 타거든요? 혹한기 훈련 때 9겹을 껴입었는데도 얼어 죽을 것 같은거에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 때 아들의 얼굴이 떠오르더라고요. 아들이 내 삶의 끈을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책임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최병훈=전 아직 아이가 없어요. 그래서 뭔가 아직도 연인 같은 느낌이에요. 아이가 생기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최연성=최병훈 감독이 지식의 저변이 상당히 넓어요. 잡기에 능하다고 할까요. 애를 낳으면 해주고 싶은 게 굉장히 많을 거에요.
그럼 최병훈 감독님은 애는 언제쯤 가지실 생각이에요?
최병훈=(최연성 감독에게)갖기 쉬운 거에요?
최연성=마음만 먹으면 되는 거 아냐?
최병훈=그런 거에요?
최연성=노력도 좀 해야 해. 그런데 그런 게 있어. 드래곤이나 바론 스틸 할 때 '무조건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하면 꼭 안돼. 그런데 '에이, 되겠어?'하고 강타를 쓰면 되잖아. 인생이 그런거지 뭐(웃음).
최병훈=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만드는 게 목표에요.
쭉 대화를 하면서 느낀 건데 두 분 다 말을 참 잘하십니다. 역시 '짬'은 무시 못하네요.
최병훈=항상 인터뷰에 대비해서 공부를 좀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최연성 감독님이 지금까지 했던 인터뷰를 쭉 봤는데 못따라가겠더라고요. 전 임기응변에 능하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알고봤더니 최연성 감독님도 임기응변이 뛰어난 건 아니더라고요(웃음).
최연성=어떻게 알았지? 전 인터뷰 하기 전에 200~300번씩 연습을 하고 가요. 직접 입으로 말하면서 말이죠. 임기응변은 진짜 안돼요. 인터뷰가 끝나고 '더 좋은 대답이 있었는데'하며 후회한 적도 많아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예상 질문을 생각해요.
문득 최연성 감독님 선수 시절이 떠오르네요. 그 때 도발을 참 찰지게 하셨는데(웃음).
최연성=옛날엔 그렇게 많이 했는데 지금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이 그렇게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제가 선수 때는 라이벌이었던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도발이나 세리머니를 해도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형성이 잘 안 돼 있잖아요.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최병훈=그런데 성적이 안나오는 쪽에서는 도발하기가 힘들어요. 성적이 나오는 쪽에서 건드려줘야 해요. 선수들이 스토리를 만드는 것. 저도 최연성 감독님 의견에 동의해요.
최연성=우리가 같이 사는 방법이에요. 스토리가 있을 때 강자가 나오고 스타가 나와요. 스토리가 없으면 스타2 경진대회, LOL 경진대회 밖에 안되는 거에요. 팀간 라이벌 관계가 있으면 팬들 입장에서는 더 재미있게 경기를 볼 수 있어요. 또 라이벌이 있으면 선수들 마음가짐부터 달라지죠.
최병훈=이건 게임단 쪽에서도 노력을 좀 해야하는 것 같아요. 라이벌 구도에서 계속 밀리면 지는 쪽에서 투자를 하고. 그런 선순환이 일어나야겠죠. 그리고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최연성=맞아요. 요즘은 선수들이 팬들 무서워서 세리머니를 못해요. 예의가 없다느니, 기본이 안 돼 있다느니 지금은 선수들이 팬들을 의식할 수 밖에 없게 됐어요. 세리머니를 했는데 '뭐하는 거야'라는 반응이 돌아오면 위축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럼 또 경진대회가 되는 거에요. 원이삭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세리머니를 좋아하던 선수가 지금은 겁을 내요. 그러면서 팬들은 '왜 재미가 없어요?'하는 거죠. 세리머니에 대한 인식이 이걸 하는 게 부러운 거고 나도 하고 싶은 걸로 바뀌어야 해요.
최병훈=팬들도 선수들도 e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봐요. 선수들은 자신을 상품화해서 팔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LOL판만 봐도 인터뷰에서 자신의 매력이나 능력을 어필하는 친구가 드물어요. 인터뷰 자체의 중요성을 모르는 선수도 많죠.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연봉도 오르는 거에요(웃음).
저 역시 두 감독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래야 더 이야깃거리가 풍성해 질텐데요. 이제 인터뷰도 막바지에 다다랐네요. 두 분은 앞으로 SK텔레콤 T1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최병훈=우리보다 더 오래된 삼성, KT가 있지만 SK텔레콤이 e스포츠 쪽에서는 굉장히 많이 브랜드화 됐다고 봐요. 지금보다 e스포츠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파이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T1이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게 만드는 게 목표에요. 또 프나틱이나 SK게이밍 같은 해외 유명 팀들처럼 좀 더 크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러려면 감독인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최연성=야구단인 SK 와이번스가 주식회사가 됐잖아요? 게임단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좋은 롤모델이죠. 갑자기 맨체스터시티 만수르 구단주에게 한 마디 하고 싶어요. 여기도 부 한 번 보여주세요(웃음). 농담이고요. 일단 감독 취임하면서 우승을 100번 하겠다는 말을 했어요. 지금까지 개인전까지 합쳐 네 번을 했어요. 제가 한 말을 꼭 지키고 싶어요. 팀을 100번 우승시키고 나면 저도 더 성장해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SK텔레콤 T1의 많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서로에게 덕담 한 마디씩 하고 인터뷰 마칠게요.
최병훈=성적을 위해서 자주 연락은 안하겠습니다(웃음). 갑상선이 좋지 않아 약을 드시고 계신데 빨리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곧있을 프로리그 4라운드, 그리고 최종 포스트시즌에서 두 번의 우승을 보태시길 기원합니다.
최연성=롤챔스 서머 반드시 우승하길 바라고 롤드컵 2연패까지 해내길 바랍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일류는 일류에요. 일류는 반드시 살아남거든요. 최병훈 감독이 일류 감독이 됐으면 좋겠어요. LOL 업계에서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그런 능력을 인정받는 감독이 되길. 넌 할 수 있어(웃음).
글=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