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IF SC2'에서 소개해 드릴 경기는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 4라운드 5주차 SK텔레콤 T1과 삼성 갤럭시 칸의 3세트 프로토스 정윤종과 저그 신노열의 명품 엘리전입니다.
이 경기는 명품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엘리전의 진수라고 생각되는데요. 신노열의 건물 하나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정윤종의 센스 플레이가 빛을 발했습니다.
◆무난한 힘싸움 구조
'세종과학기지'에서 펼쳐진 정윤종과 신노열의 대결은 일반적인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정윤종은 앞마당 확장 이후 우주관문에서 불사조를 5기까지 생산하며 신노열의 일벌레를 잡아냈고 신노열은 잃은만큼 일벌레를 또 뽑으면서 최적화된 병력 생산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견제에 치중하던 두 선수는 대규모 교전 없이 조합을 완성했습니다. 정윤종은 거신과 공허포격기, 추적자, 광전사로 주병력을 꾸렸고 신노열은 타락귀와 뮤탈리스크로 공중 병력을 형성했고 바퀴를 추가하면서 지상군도 갖췄습니다. 무난하게 힘싸움을 펼치겠다는 뜻이었죠.
정윤종이 먼저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거신과 공허포격기를 이끌고 신노열의 앞마당 지역으로 이동한 정윤종은 바위를 두드리면서 체력을 빼놓았죠. 신노열이 수비하지 않으면 바위를 깨고 치고 들어갈 수도 있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신노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병력을 복귀시키지 않고 오히려 바퀴와 타락귀, 뮤탈리스크로 공격을 시도하면서 정윤종의 12시 확장 기지를 여차하면 치고 들어갔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정윤종은 모선핵의 대규모귀환을 통해 주병력을 앞마당으로 이동시켰습니다. 동시에 8시 지역으로 보낸 차원분광기 한 기로 소환한 광전사를 신노열의 7시 부화장으로 밀어 넣으면서 견제를 성공시켰습니다.
◆크로스 카운터
정윤종과 신노열은 인구수를 200 가까이 채운 뒤 서로의 진영으로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15분경 정윤종은 차원분광기를 통해 광전사 견제를 성공한 7시 신노열의 부화장 쪽으로 주병력을 이동시켰고 신노열 또한 정윤종의 앞마당 확장 지역으로 바퀴와 저글링, 뮤탈리스크, 타락귀를 보냈습니다.
서로의 심장을 치겠다는 생각으로 엘리전을 선택한 것이지요. 두 선수는 이빨을 꽉 깨문 채 치명타를 치려고 인파이트를 시도했습니다. 정윤종은 7시 부화장을 거신의 화력을 활용해 순식간에 지워버렸고 신노열 또한 저글링과 바퀴, 뮤탈리스크롤 하나밖에 없는 정윤종의 앞마당 광자포를 파괴하며 난입했습니다.
서로 비슷한 속도로 건물을 깨나가기 시작한 두 선수는 비슷한 시기에 건물이 보이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신노열이 먼저 정윤종의 연결체 세 동을 모두 파괴했고 정윤종은 한 발 늦게 3시 부화장을 깨뜨렸습니다.
◆자원이 가른 승부
상대 진영의 건물을 거의 다 파괴한 뒤의 결과는 같지 않았습니다. 정윤종은 인구수 124에 광물 2335, 개스 247을 보유하고 있었고 신노열은 인구수 141, 광물 764, 개스 128을 확보한 상황이었습니다.
인구수에서는 신노열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병력의 속도 측면에서도 앞서 있었습니다. 지형지물과 상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공중 유닛인 뮤탈리스크와 타락귀가 주력이었고 저글링의 대사촉진진화 업그레이드까지 마쳤기에 속도전에서는 이점을 갖고 있었죠.
정윤종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거신과 집정관, 추적자 등 병력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앞서 있었지만 연결체를 여러 곳에 지으면서 신노열의 정찰을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았지요.
상대 건물을 해체한 뒤 정윤종과 신노열은 몰래 본진 짓기에 나섰습니다. 신노열은 일벌레를 2시 지역으로 보내 부화장을 지었지만 정윤종의 이동 경로에 있었기에 금세 발각됐고 파괴됐습니다. 정윤종은 탐사정 5기를 뿔뿔히 흩어 놓으면서 신노열이 알 수 없는 지역에 연결체를 지었죠.
스타크래프트2는 본진(저그의 부화장, 프로토스의 연결체, 테란의 사령부)가 모두 깨질 경우 잔여 건물의 위치가 파악됩니다. 먼저 위치가 발각된 쪽은 정윤종이었죠. 그렇지만 정윤종은 2000이 넘는 광물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400이나 들어가는 연결체를 여러 곳에 지으면서 숨바꼭질을 시도할 여유가 있었습니다. 반면 신노열은 부화장을 2동 밖에 지을 자원이 없었기에 심리적으로 위축됐죠.
◆신노열이 유리했다
부화장을 짓기에는 자원이 부족했던 신노열은 추출장을 숨겨 지으며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20분경 정윤종의 주병력과 12시 인근에서 정면 대결을 펼친 신노열은 생각지도 못한 승리를 거두면서 엘리전에서 이길 수도 있다는 여지를 만들어냈습니다.
거신과 공허포격기, 모선핵, 추적자를 보유한 정윤종을 상대로 저글링과 바퀴, 뮤탈리스크, 타락귀로 정면 충돌을 선택한 신노열은 인구수에서 56대29로 두 배 가까이 앞서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본진과 7시에 추출장을 지어 엘리전을 지속했죠.
정황상으로 봤을 때 신노열이 훨신 유리해 보였습니다. 정윤종은 화력 싸움에서 신노열과 맞대결을 하기가 어려웠죠. 22분 신노열의 추출장은 본진에 위치했고 정윤종은 이를 깨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동원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 병력 상황을 보면 신노열은 뮤탈리스크 18기, 바퀴 2기, 저글링 7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정윤종은 탐사정 3기, 차원분광기 1기, 추적자 10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 공격 유닛이라고는 추적자 10기가 전부였습니다. 신노열 입장에서는 가만히 추출장 근처에 병력만 배치해놓으면 이기지는 못해도 비길 수는 있었습니다.
정윤종도 연결체가 있었기에 3기 남은 탐사정으로 자원을 물어 나르면서 재건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었지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고 위험 요소도 많았습니다.
◆승부를 가른 차원분광기
정윤종은 놀라운 선택을 합니다. 차원분광기를 보유하고 있던 정윤종은 신노열의 병력이 위치한 5시 지역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그리고 추적자는 입구 지역으로 움직였죠. 신노열이 차원분광기를 잡아내기 위해 뮤탈리스크와 타락귀를 이동시키자 정윤종은 추적자 10기로 난입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추출장을 일점사했지요. 공격력 업그레이드까지 되어 있는 추적자 10기가 추출장 하나를 깨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정윤종은 엘리전을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신노열은 아마도 정윤종의 차원분광기에서 병력이 소환될 것을 염려했을 것입니다. 뮤탈리스크와 타락귀로 차원분광기를 잡아내면 걱정거리가 사라지니까 병력이 이동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패착은 신노열이 입구를 막아 놓았던 바퀴까지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정윤종의 추적자가 신노열의 본진으로 난입하는 경로를 보면 점멸을 쓰지 않고 유유히 들어옵니다. 차원분광기를 잡기 위해 신노열이 입구를 막아 놓은 바퀴도 동원했기에 추적자는 점멸 한 번을 아꼈고 추출장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점멸을 사용했죠.
흥미로운 점은 신노열의 시선을 끈 차원분광기가 12분에 생산된 유닛이라는 사실입니다. 7시 부화장을 견제하기 위해 뽑아 놓은 차원분광기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살아 남았고 정윤종의 승리를 가져온 원동력이 됐습니다.
차원분광기의 역할은 또 있었습니다. 탐사정을 태우고 다니면서 신노열이 생각지 못하는 지역에 떨군 뒤 연결체를 몰래 짓는 일이었죠. 신노열이 대군주를 산개하면서 결국 찾아내긴 했지만 탐사정이 발각되지 않고 맵의 구석구석에 건물을 짓는데 요긴학 쓰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요소입니다.
정윤종은 신노열을 꺾은 뒤 "엘리전을 치러서 처음으로 이겨봤다"며 소감을 남겼습니다. 만약 차원분광기가 없었지만 정윤종의 엘리전 첫 승이 이뤄졌을까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