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아나운서는 쟁쟁한 아나운서들이 많은 상황에서 1위를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득표수 가운데 66.7%를 차지한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들의 표가 있음을 듣고는 더욱 놀랐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과 만난 적이 거의 없는 신지혜 아나운서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결과였던 것이죠.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에게 신지혜 아나운서는 이미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엄청나게 재방송됐던 '그라운드의 지혜'를 경기장에서 시청한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은 신지혜 아나운서의 열렬한 팬이 됐습니다. 그리고 프로리그가 시작하기 전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스포TV 게임즈와 함께 하세요"라는 문구를 이야기하는 신지혜 아나운서의 모습에 반한 프로게이머들도 많았습니다.
신지혜 아나운서는 도저히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고 판단해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습니다.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신지혜 아나운서에게 몰표(?)를 던진 한 게임단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삼성 갤럭시 칸인데요. 무려 8표를 신지혜 아나운서에게 몰아준 삼성 덕에 이현경 아나운서를 7표 차이로 제치고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신지혜 아나운서는 결과를 보여주자 곧바로 삼성 숙소로가 감사함을 전하겠다는 의사를 표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삼성의 주장 송병구와 신지혜 아나운서의 '맨투맨' 인터뷰가 진행된 것이죠. 인터뷰 분위기요? 사실 기사에 쓰지 못할 내용들이 너무나 많아 기자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인터뷰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느낌이었다는 것만 살짝 귀띔해 드릴게요.
의외로 공통점이 많은 신지혜 아나운서, 송병구와의 '커중진담(커피 마시는 중에 나오는 진심 담긴 담소)'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오늘 처음 만난 사람 맞나요?
두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화력입니다. 송병구도 신지혜 아나운서도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스스럼 없이 지내는 엄청난 친화력의 소유자입니다. 이날도 분명 두 사람은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마치 몇 년은 친구로 지낸 사람처럼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어색한 기운 한번 느낄 새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났지만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돼 있어서 그런지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아요. 게다가 저는 신지혜 아나운서를 TV로 자주 봤잖아요. 굉장히 친숙한 느낌이 드네요. 근데 실물이 훨씬 예쁜 것 같아요."
"그건 제가 화면에서는 안 예쁘다는 이야기인가요(웃음)? 저도 오늘 인터뷰를 하기 전 기사를 검색해 봤는데 저보다 나이가 한 살 많더라고요. 피파온라인3에서는 한 팀을 제외하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거의 없어요. 저보다 나이 많은 프로게이머를 보니까 신기한데요?"
신지혜 아나운서가 송병구를 처음 본 느낌은 신기함이었나 봅니다. 신 아나운서보다 나이가 많은 프로게이머가 아직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현역으로 뛰고 있음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했는지 알겠다며 송병구를 칭찬하기 시작했죠. 송병구는 칭찬에 쑥스러운 듯 "30대 프로게이머도 있었다"며 겸손해 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곧바로 투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지혜 아나운서는 감사의 인사를, 송병구는 동료들을 대신해 자신이 나온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했습니다.
"제가 1위로 뽑힌 데에는 송병구 선수의 1표도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웃음). 특히 삼성 갤럭시 칸 선수들이 저에게 8표나 주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만약 삼성 선수들이 이현경 아나운서에게 4표만 던졌어도 저는 2위를 했겠네요. 삼성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에게 음료수라도 사야 할 것 같아요."
"저희가 스포TV 게임즈를 자주 시청하거든요. '그라운드의 지혜'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재방송 될 때마다 신지혜 아나운서가 있더라고요. 이제는 정이 들었다고 할까요(웃음)? 어제 만난 사람 같고 그래요(웃음). 오늘 신지혜 아나운서랑 인터뷰 한다는 것을 동료들이 듣고 엄청 부러워했어요. 덩달아 저도 신났지만 말이에요(웃음)."
"이따가 감사 인사라도 드릴 겸 숙소에 올라가려고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럼 아마 숙소가 초토화될 것 같은데요? 선수들이 엄청 좋아할 거에요. 이따가 같이 가세요."
◆솔직함은 장점일까, 단점일까?
첫 만남이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신기하게도 공통점이 많음을 발견했습니다.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송병구는 "지나치게 솔직해서 비난을 많이 당하는 편"이라고 말했고 신지혜 역시 "나도 그런 성격이라 손해를 많이 본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송병구의 솔직함은 워낙 유명했죠.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하는 송병구의 성격 때문에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협회나 방송국 등에 할 말은 하는 대범함으로 팬들의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이기도 합니다.
솔직함은 송병구를 다른 프로게이머와는 다른 위치의 선수로 만들어 놨습니다. 정작 본인은 "성격상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못하는 데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야기 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내가 어려운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송병구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송병구는 프로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지혜 아나운서는 송병구의 이런 이야기를 경청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신지혜 아나운서도 지나치게 솔직한 탓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사회 생활을 배워가고 있지만 신지혜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솔직함을 바탕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솔직함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오면서 싫어도 좋은 척, 올바르지 않은 것을 봐도 모르는 척 행동하는 것이 더 편해 보이더라고요. 팬들에게 비난 받을 일도 별로 없고. 그런데 성격상 그렇게 안되네요(웃음)."
"그 말 공감해요. 저도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라서 초반에 애를 많이 먹었죠. 사실 그냥 좋게 넘어가도 되는 일들이 있는데 이상하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 역시도 이것보다는 모르는 척 넘기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우리 같이 성격 고쳐주는 학원이라도 다닐까요(웃음)?"
◆e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진 남과 여
송병구와 신지혜 아나운서는 이제 20대 중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자칫 열정이 식을 수도 있는 나이이지만 두 사람 모두 e스포츠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음을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넘나들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송병구와 처음에는 낯설었던 e스포츠 분야에 들어와 지금은 누구보다 e스포츠를 사랑하게 된 신지혜 아나운서는 e스포츠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번 시즌 프로리그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다음 시즌 더 치고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프로리그에 신지혜 아나운서가 나오면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왜 피파온라인3만 하세요(웃음). 스타크래프트2가 어려운 게임이긴 하지만 '그라운드의 지혜'같은 프로그램 하나 만들면 제가 스승이 돼서 두 달 안에 그랜드마스터 찍게 해드릴게요(웃음)."
송병구의 농담 반, 진담 반인 제안에 신지혜 아나운서는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살리고자 하는 송병구의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신지헤 아나운서의 발언에 송병구는 당장이라도 한국e스포츠협회와 스포TV 게임즈에 전화할 기세였습니다.
"빨리 전화해서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야겠어요(웃음).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에게도 자주 얼굴 보여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피파온라인3만 사랑하시지 말고 스타크래프트2도 사랑해 주세요(웃음)."
"그럴게요(웃음). 송병구 선수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하지 마시고 항상 최선을 다하셔야 해요(웃음). 제가 프로리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을 때 송병구 선수가 없으면 서운할 것 같아요. 지난 시즌 13연패 하셨다는 이야기에 또 와우를 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앞으로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신지혜 아나운서에게 '와우 했냐'는 이야기는 안 듣게 해야겠어요. 농담처럼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지금 이렇게 들으니 부끄럽네요(웃음). 신지혜 아나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나운서가 되시길 바랄게요."
사실 두 사람, 아니 기자까지 세 사람이 함께 한 인터뷰는 두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긴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드릴 내용을 정리하면서 죄송한 마음도 들더군요. 생각보다 짧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것은 모두 송병구, 신지혜 아나운서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기사에 낼 수 없는 사적인 생각과 이야기들을 더 많이 나눴고 차마 그 이야기는 기사로 내보낼 수는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인생 사는 이야기, e스포츠 이야기 등 인터뷰가 아니라 수다를 떨게 됐네요(웃음). 신지혜 아나운서와 함께 더블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한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응원해 주실거죠?"
"그럼요.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운 점도 많아요. 제가 e스포츠와 인연을 맺고 있는 동안 계속 송병구 선수가 맹활약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할게요. 이번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 거두시길 바라요. 송병구 파이팅!"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