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시아' 김정우가 이번에는 진짜로 우리 곁을 떠납니다. 얼마 전 동료 신동원과 함께 CJ 엔투스와 결별한 김정우는 더 이상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팀에서 재계약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통보를 받은 뒤 김정우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팬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정우는 프로리그 막판 포스트시즌에서 테란전을 바탕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고 개인리그 본선에도 진출하는 등 이제 막 '매시아'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악일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다는 김정우는 "당당하게 뒤를 돌아 작별을 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프로게이머 시절 김정우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게이머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함께 겪었던 김정우. 자신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CJ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을 법도 하지만 김정우는 "남 탓만 하다 보면 결국 내 마음만 다치게 된다"며 담담한 표정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로 이제 막 빛을 보게 됐을 때 은퇴를 결정한 김정우에게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프로게이머로서 김정우의 마지막 이야기를 데일리e스포츠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첫 번째 은퇴를 선언했을 때도 김정우의 은퇴는 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죠. '최종병기' 이영호를 역스윕으로 잡아내 개인리그 첫 우승을 기록하며 정점에 있을 때 돌연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우는 놀란 팬들을 뒤로하고 그렇게 e스포츠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김정우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은 대부분 '매시아'의 재림을 반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정우의 복귀는 팬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기도 했죠.
돌아온 김정우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과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를 병행하던 시절 김정우는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며 팀을 우승시키는데 공을 세우기도 했죠.
그러나 스타2로 완전히 전환하고 난 뒤 그의 성적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스타1과 비교했을 때 스스로도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을 기록한 김정우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김정우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연습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포스트시즌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보여준 김정우는 조금씩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CJ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김정우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김정우 입장에서는 천청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비록 성적이 많이 좋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황하긴 했지만 김정우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해외팀에서 활동할 수도 있었지만 김정우가 은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사랑하는 어머니 옆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김정우는 망설이다가 자신이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전했습니다.
"사실 프로리그 중반부터 이번 시즌 성적을 잘 내지 못하면 차라리 그만 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거든요. 아들로서 어머니 옆에서 간호도 해드리고 함께 많은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찰나 회사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죠."
김정우는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꿈도 중요하지만 당장 뛸 팀도 없고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상황에서 1년 정도 게임을 하는 것과 1년 동안 어머니 옆에 있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더 맞는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어머니였어요. 어머니와 더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요. 그동안 몇 년을 어머니 옆에서 떠나 살았잖아요. 아프신 어머니 옆에서 아들 노릇 제대로 해보고 군대에 입대하고 싶어요. 그게 지금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랑하는 팬들
김정우가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가장 눈에 아른거렸던 것은 바로 얼마 전 개인리그 현장에 찾아와 자신을 응원해 줬던 팬들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들을 또다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팬이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성적도 잘 내지 못하고 있었고 제 외모도 많이 늙어서(웃음). 하지만 얼마 전 개인리그에서 팬들이 찾아와 여전히 응원하고 있었음을 전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셔서 울컥했어요.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눈물이 나는 것을 꾹 참았다니까요."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해외팀에서라도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도 팬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응원을 또다시 저버리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들의 사랑이 김정우를 지금까지 버티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팬들의 응원하던 목소리, 눈빛이 떠올라요. 은퇴를 하게 되면 다시는 그 모습을 그 목소리를 볼 수 없는 거잖아요.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팬들도 제 결정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해외 팀으로 간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와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들겠죠. 그것을 포기하기는 쉽지가 않아요. 그래도 저를 응원해주신 팬들을 위해 더 멋진, 더 나은 김정우의 모습 꼭 보여드릴게요."
어머니와 팬들을 끔찍하게도 생각하고 아끼는 김정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말을 이어가는 김정우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의 은퇴를 막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를 아껴 주셨던 팬들과 e스포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제가 e스포츠, 팬들 그리고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해서입니다. 프로게이머를 했던 지난 시절은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e스포츠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가기를 바랍니다. 저도 잘 살게요!"
이별은 씩씩하게 해야 한다며 마지막에는 환한 웃음을 보이며 손을 흔들었던 김정우. 앞으로 그가 하는 일에 프로게이머였던 시절이 날개가 되기를 그래서 그를 응원했던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