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과 함께 최근 e스포츠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있는 남성 통역사가 있다.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아메리카와 레드불,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등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 송정우(미국명 제임스 송)다. 송정우는 인터뷰어가 차분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트리고 선수, 팬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담당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제동과 인연을 맺다
송정우는 지난 해 캐나타 토론토에서 벌어진 WCS 시즌3 파이널에서 처음으로 통역 일을 시작했다. 이제동의 동창을 통해 소개를 받았고 이 대회에서 이제동과 친분을 쌓은 송정우는 초청을 받아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주최를 맡은 북미 스타리그(NASL) 측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통역사가 없어 애를 먹고 있던 중 우연히 한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송정우를 발견했다. 경기를 보러 갔다가 NASL의 요청으로 통역을 맡은 송정우는 특유의 친근함을 앞세워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해냈다.
"1999년에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제대로 된 한국의 e스포츠 열기를 느껴보지 못한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어요. 혼자서 유투브 영상과 기사를 찾아보면서 e스포츠 소식을 접하곤 했죠. 우연한 기회에 아는 동생을 만났는데 이제동 선수와 학교 동창이라고 하더라고요. 동생을 통해 이제동 선수를 소개 받았는데 미국으로 대회를 하러 오면 자주 만나곤 했어요."
엉겁결에 일을 시작했지만 그는 일회성이라고 생각하고 학교 생활을 계속했다. 그렇지만 NASL이 해산한 뒤 사람들이 레드불과 ESL 아메리카로 이직하면서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다. 송정우의 능력을 기억하고 있던 레드불과 ESL에서 다시 한 번 통역 일을 제안했고 레드불 배틀 그라운드와 WCS 아메리카에서 다시 한 번 활동할 기회를 얻었다.
◆논란이 된 통역 문제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송정우는 다른 인터뷰어와 달리 통역과 함께 선수와 팬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활발한 모습이 좋다는 평가도 많지만 통역을 하는데 의역이 많아서 불편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문 통역사가 아니에요. 트레이닝을 받은 적도 없죠. 통역사라는 타이틀과 실제로 제가 하는 활동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저 역시 통역이라면 직역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한국과 북미의 문화와 정서 차이, 언어가 갖고 있는 뉘앙스의 차이를 감안했을 땐 e스포츠에서는 직역을 하게 된다면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외국에 오래 살면서 배운 한국과의 다른 점을 약간의 농담과 제스처를 사용하면 외국 팬들에게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전에 선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그 선수의 스타일과 성격을 가장 잘 살릴수 있는 방향으로 통역을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그게 제 장점을 살리는 방법이자 선수들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더 큰 재미를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송정우가 통역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IEM 토론토에서 KT 롤스터 이영호가 우승했을 때다. 2010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월드사이버게임즈(WCG) 그랜드파이널에서 이영호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감명받았던 송정우는 5년 만에 e스포츠 대회에서 이영호를 다시 만났고 이영호가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선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2010년 WCG 그랜드파이널 현장에서 이영호 선수를 처음 만났어요. 사실 5년이 지나고 대회 참가를 위해 토론토에 온다고 했을 때 '어게인 2010?'이라고 말하면서 서로 파이팅하기로 했죠. 사실 이영호 선수가 수술로 재활 기간도 있었고 힘겹게 스타크래프트2 적응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우승했을 때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고요. 아는 형으로서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이영호 선수의 경기를 지켜본 팬 중에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하자면 이영호 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직접 본다면 환호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확신해요."
◆e스포츠 콘텐츠 일 하고 싶어
토론토 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라이어슨 대학에서 건축 인테리어를 공부한 그는 모델로 활동했고 영화에서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5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송정우는 만약 e스포츠에서 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크리에이티브 쪽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다고 했다. 우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전공과는 거리가 먼 일에서 종사하고 있는 '폴트' 최성훈 선수과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만약 e스포츠에서 일을 할 수 있다면 크레이티브 쪽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또한 현재 활동하는 통역사들이 각자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스타일이 다르다고 해서 좋지 않게 보지 말고 너그럽게 인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대회에서 통역을 하게 된다면 선수들과 팬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