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은퇴설은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입니다. 김민철은 실제로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SK텔레콤과 결별하면서 김민철은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고 은퇴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은퇴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김민철에게 필요했던 것은 '은퇴'가 아니라 '휴식'이었나 봅니다. SK텔레콤에서 나온 뒤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많은 것을 고민하던 김민철은 다시 게임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 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은퇴설? 설이 아니라 사실이었어요"
김민철이 은퇴를 결심했던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열정이 식었음을 느꼈을 때 김민철은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만 두드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 시즌 중반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순간이라고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흥미를 잃어간 것 같아요. 어느 날 아무런 의미 없이 연습만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죠. 열정도 재미도 없이 기계처럼 컴퓨터에 앉아 연습하고 다시 기계처럼 숙소에 가서 잠을 청하고. 이제는 그만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더라고요."
시즌 중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김민철은 스스로와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였지만 한번 온 슬럼프는 쉽게 헤어나오기 어려웠습니다. 실력에서 슬럼프가 온 것이 아닌 마음에서 슬럼프가 오다 보니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은퇴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 떠올리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은 팀에도 민폐고 저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이 상태라면 다른 팀에 가는 것도 민폐라는 생각에 SK텔레콤과 결별을 했던 겁니다."
은퇴를 결심하고 SK텔레콤과 재계약에 사인 하지 않았던 김민철. 사람들의 숱한 물음에 답하지 않고 묵묵하게 은퇴를 준비하던 김민철은 일주일이 지난 뒤 스스로에게 찾아온 변화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휴식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데뷔 후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던 김민철은 게임을 내려 놓았던 지난 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손에서 놓으니 자신이 얼마나 게임을 좋아했고 승부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은퇴가 아니라 아주 잠시의 휴식이었던 것 같아요. 쉬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돌아보게 됐어요. 아직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주일 후부터 들기 시작했어요.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와 키보더를 만지면서 깨달았죠. 아직 은퇴할 때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 게임에 접속한 김민철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트위치TV에서 팬들과 소통하며 게임을 즐기던 김민철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게임을 해야 할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결심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게임하는 즐거움을 느끼니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차오르더라고요. 다시 게임을 하고 싶다, 다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불타올랐어요. 잠깐의 휴식이었지만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국 팀에서 활동하고 싶다"
트위치TV에서 스트리밍을 하면서 김민철은 외국 팀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팬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즐기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도 재미있고 예전 해외 대회에서 자신의 아이디를 연호하던 외국 팬들의 열기가 그리워짐을 느꼈습니다.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현장에 직접 찾아와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던 모습 아직도 귀에 생생해요. 어떻게 보면 그런 열기가 그리웠던 것 같아요. 팬들과 소통도 그리웠고요. 즐겁게 게임을 하고 싶어요. 스스로 컨트롤 할 자신도 있고요."
김민철은 외국 팀에 입단할 생각입니다. 자신의 이런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은 국내 기업 팀보다는 외국 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내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김민철은 "열정을 찾기 위해 떠나는 만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응원해 주시는 국내 팬들께는 너무나 죄송해요. 하지만 더 큰 꿈을 위해 더 넓은 곳으로 나간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즐거운 일을 해보고 싶거든요. 외국 팀에서 활동하면서 더 열정적이고 재미있게 게임 하는 김민철로 돌아올게요."
은퇴까지 생각했다가 다시 게임을 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 김민철의 고민은 깊었습니다. 결론을 내린 김민철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습니다. 앞으로 멋지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즐기는 김민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걱정을 끼쳐드려 너무 죄송해요. 은퇴를 결심해 놓고 입을 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제 마음 속에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의 침묵 때문에 팬들께 염려를 끼쳐 송구스럽습니다. 더 잘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테니 제 사과 받아 주실거죠(읏음)?"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