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에요. 오래 전 일이라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꽤 오래 전부터 e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던 저로서는 이번 카트라이더 리그 참가가 너무나 반가웠어요. 역시 경기장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생기가 도는 것 같아요."

연예인이 e스포츠 경기장에 와서 '고향'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웬만큼 깊게 e스포츠와 인연을 맺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그 주인공이 이화선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된 10여년 전 이화선은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프로그램에 출연해 e스포츠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화선이 e스포츠계에서 활약하던 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지만 이화선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닌 정말 재미있고 즐거워서 한 일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이화선은 "e스포츠는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고백을 했는데요. 과연 이화선과 e스포츠는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부터 이화선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김정민 해설 위원과 아는 사이?
인생을 바꿔 놓은 경험을 듣기 전 과연 이화선은 어떻게 e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예전부터 이화선은 게임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MMORPG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게임 방송 출연 제안을 받았고 이화선은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던 이화선은 지금의 올드 팬들에게는 추억의 프로그램인 '씨유배틀넷'이라는 코너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이 많이 사라졌는데 예전에는 배틀넷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며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지금은 해설 위원이 된 (김)정민이나 (김)동수와는 그때 만났고 지금까지 알고 지내고 있죠."

이화선에게 e스포츠는 즐거웠던 추억이 대부분입니다. 시청자들과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도 즐거웠고 프로게이머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에 이화선에게 지금도 '씨유배틀넷'은 좋은 추억입니다.

"다시 하라고 한다면 못할 것 같긴 해요(웃음). 지금은 잃을 것도 많고 이미지도 있고 나이도 있고(웃음). 그때는 젊고 패기 넘쳤어요. 게임을 매개체로 하는 e스포츠의 매력은 젊음과 열정인 것 같아요."

◆"다시 돌아온 e스포츠는 여전히 즐거워요"
카트라이더 리그 섭외 요청이 들어왔을 때 망설임 없이 승낙한 것은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선수들의 열정과 현장의 열기를 느끼고 싶었던 것이죠. 이화선은 카트라이더 리그를 통해 추억을 선물 받았습니다.

"장소도 달라졌고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도 다르지만 그때 제가 느꼈던 열정과 열기는 그대로네요. 그래서 더 즐겁고 행복해요. 선수들과 경기를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 기분이 드네요."

이화선은 현재 CJ 레이싱 감독으로 카트라이더 리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유영혁을 가장 먼저 데려와 팀을 꾸린 이화선은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레이싱도 그렇지만 e스포츠도 승부의 세계잖아요. 경기 결과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죠.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경기에서 이긴 날 팀은 패했고 제가 패한 날에 팀은 이겼어요. 사실 리그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이기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팀이 지니 힘들더라고요. 왜 e스포츠의 매력에 빠지는지, 선수들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몰두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설명할 수 없지만 사람을 끄는 힘이 e스포츠에 있는 것 같아요."


유영혁에게 큰 짐을 준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이화선. e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예전부터 지켜봤던 이화선 입장에서는 선수들 하나, 하나의 꿈을 응원하고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충하려면 나온다고 이야기도 하지 않았을 거에요.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할 겁니다.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최선은 다했다는 자부심은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인터뷰 내내 CJ 레이싱 소속 선수들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를 때마다 미소를 감추지 못했던 이화선. 엄마의 마음으로 선수들을 돌보는 이화선이 있기에 CJ 레이싱은 강력한 1위 후보로 부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을 바꿔 놓은 e스포츠
이화선에게 현재 레이싱은 방송 활동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레이싱을 빼놓고는 그의 인생에 대해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레이싱은 이제 이화선의 일부분이 됐습니다. 그런데 여성이 하기 힘든 레이싱과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요?

"레이싱을 시작한 계기가 특이해요. 이 모든 것이 리니지 덕분(?)이죠. 게임도 좋아하고 e스포츠 방송에서 활동하니 리니지를 개발한 엔씨소프트에서 한 행사에 저를 불렀어요. 행사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 (이)세창이 오빠가 앉아 있었던 것이죠. 통성명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세창이 오빠가 '레이싱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재미 있을 것 같아 연습에 참가한 것이 인연이 됐어요."

이화선의 인생에게 사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레이싱을 만나게 된 계기가 게임 덕분이었다고 하니 e스포츠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 보입니다. 레이싱을 사랑하게 된 이화선에게 e스포츠는 인생의 인연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은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e스포츠와 인연을 맺고 싶어요. 어떤 형태로든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 카트라이더 리그에서는 무조건 우승을 해야겠어요(웃음). 적어도 팀워크는 최고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팀을 잘 이끌어 보겠습니다. 자신 있어요."


이화선의 바람대로 현재 CJ 레이싱은 4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반드시 우승시키겠다던 이화선의 다짐이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e스포츠가 자신에게 레이싱이라는 꿈을 주었듯 자신도 선수들에게 꿈을 꿀 기회를 주고 싶다며 활짝 웃는 이화선의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습니다.

"e스포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 더욱 발전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e스포츠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분들에게 오늘 연락해보려 합니다. e스포츠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 파이팅!"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