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시즌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프로리그안이 확정 발표됐습니다. 논란이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 비해 스타2는 큰 논란 없이 팬들과 선수들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입니다. 혹자는 인기가 없어서 불만도 없는 것이라 폄하할 수 있지만 이는 분명 아닙니다. 지난 시즌 불만이 많았던 선수들 조차 이번 프로리그 방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선수들을 최대한 배려한 결과겠죠. 스포TV 게임즈와 한국e스포츠협회 그리고 게임단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노력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개편안이었던 것 같습니다.차기 시즌 프로리그와 앞으로 진행될 스타2 개인리그 등 2015 시즌 스타2 리그에 대해 프로리그 간판 고인규 해설 위원과 e스포츠의 산 증인이자 전설인 삼성 갤럭시 칸 송병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프로리그 주 이틀, 최고의 선택
DES=프로리그가 끝난 뒤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고인규=전국체전에 경기 위원으로 다녀왔고 IEM도 중계하는 등 나름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프로리그를 하지 않으니 정말 허전해요.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송병구=저도요. 온게임넷 방송에도 출연하고 선수들 챙기느라고 바빴어요. 연습도 해야 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네요.
고인규=네가 벌써 플레잉 코치를 달다니. 진짜 시간이 오래되긴 했나 봐. 그런데 괜찮겠어? 많이 힘들지 않아?
송병구=안 힘들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지. 선수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는 상태가 아니라서 그런지 연습과 코치일을 모두 하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 리그 시작하면 더 힘들지 않을까? 잘해낼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되기도 해.
고인규=그래도 잘할 거야. 넌 이제 삼성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웃음).
DES=두 사람도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가 많군요. 그래도 일단 일을 합시다(웃음). 이번 프로리그 개편안에 대한 평가를 좀 듣고 싶어요. 고인규=일단 (송)병구 이야기부터 들어보죠. 제 이야기 보다는 병구 이야기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웃음).
송병구=이런 식으로 나에게 중요 발언을 떠넘기다니. 개인적으로 이번 개편안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 선수들의 바람을 이 정도로 잘 들어줄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선수들끼리 만나서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던 사항들이 다 반영 됐어요. 이런 적 처음이거든요(웃음).
고인규=(송)병구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다니 좀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네요. 항상 비판의 목소리를 가졌던 병구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번 개편안이 선수와 리그를 위한 고민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 확신이 드네요.저도 사실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혹시나 제가 모르는 선수들의 불만이 있을까 해서 병구에게 먼저 발언권을 준 것이었어요. 다행히 저희 둘이 생각이 같네요.
송병구=그런 배려는 필요 없다고(웃음).
DES=리그 안이 나오고 깜짝 놀랐던 것이 지난 번에 프로리그가 끝난 뒤 사석에서 송병구 선수나 고인규 해설 위원이 '어떻게 됐든 프로리그 몸집을 줄이는 것이 답일 것 같다'고 말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습니다. 놀랍군요(웃음). 송병구=일단 프로리그 시스템 자체가 국제 대회가 치러지는 사이클과 비슷하게 맞춰진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주말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선수들이 더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주시기 위해 월요일과 화요일에만 대회를 여는 것이잖아요. 선수들을 위한 리그 변화라기 보다는 지금까지는 기업을 위한 변화들이 주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변화는 진짜 현실을 고려하고 선수들을 배려한 것 같아 기뻐요.
고인규=(송)병구의 투쟁이 통한 것이 아닐까(웃음). 저도 개인적으로는 주말에 프로리그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좀 놀랐어요. 주말이라는 황금 시간을 선수들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거에요. 주말에 리그가 없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선수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 같아 기분도 좋더라고요.
송병구=프로리그를 이틀만 하는 것도 팀 입장에서는 최고에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일주일에 경기를 두번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어요. 개인리그를 거의 신경 쓰지 못하는 데다 해외 대회 출전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일주일에 한 번 경기를 치르게 되면 한 명 정도 해외 대회 나간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아요.
DES=개편안이 발표되고 난 뒤 해외 선수들도 연합팀으로 프로리그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고인규=그동안 프로리그에 대한 프리미엄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팀에서 받는 연봉 이외에는 프로리그에서 뛰어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지난 케스파컵에서 프로리그 다승 상위권 선수들에게 시드권을 부여하면서 프로리그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송병구=맞아요. 차라리 프로리그 하는 시간에 개인리그를 준비하거나 해외 대회 한번 더 나가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까요. 좋은 시스템이었던 케스파컵이 늘어나게 되면서 선수들도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게다가 일주일에 한 번으로 경기가 줄면서 오히려 프로리그에서 다양한 전략을 시험해 보고 실전 경험을 키우는 것이 더 도움되는 상황이 됐어요. 해외 팀에 소속된 선수들도 이번에 연합팀으로 참가한다고 들었는데 분명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DES=일각에서는 프로리그를 아예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해요. 고인규=프로리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만의 고유 브랜드이고 프로리그를 통해 전략이나 전술 등이 다양해 지거든요. 선수들간의 스토리도 풍부해지고요. 무엇보다도 신예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리그잖아요. 요즘에는 개인리그에서 스타가 갑자기 탄생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프로리그가 선수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송병구=우리 팀 (강)민수가 그런 케이스에요. 개인리그에서 항상 경험과 자신감이 부족했던 민수가 프로리그를 통해 단련이 되면서 성장했고 결국 해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잖아요. 프로리그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리그에요. 물론 해설 위원들의 도움도 받아야 하지만요(웃음).
고인규=신예 발굴에 힘쓰겠습니다. 송병구 코치님(웃음).
송병구=프로리그가 없어진다면 기업팀은 개인 후원으로 변할 것이고 시장은 더 작아질 거에요. 절대 옳지 않은 방향이죠. 지금 정도의 몸집으로 프로리그가 치러진다면 선수들도 프로리그를 하는 것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까요?
DES=주말에 프로리그를 안 하게 돼 좀 서운하기도 해요.송병구=협회와 스포TV 게임즈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일주일에 이틀 경기하는 것은 어느 정도 기대는 했는데 월요일과 화요일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거든요. 배려해준 만큼 선수들은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선수들이 노력해야 할 때죠.
고인규=저도 서운해요. 이제 주말에 뭐하죠(웃음)? 자연스럽게 넥슨 아레나로 발걸음이 옮겨질 것 같은데. 사실 이번 개편안을 보고 가장 놀랐던 것이 그 부분이었어요. 선수들을 배려하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수들과 소통하는 느낌을 받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 일거리가 줄어들긴 하지만 그래도 개인리그가 생겨나잖아요(웃음).
송병구=선수들도 많은 부분을 협회와 방송국이 배려해 준 만큼 리그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리머니도 하고. 지난 시즌에는 우리 팀이랑 (이)영호, (원)이삭이만 세리머니를 했는데 좀 아쉬웠어요. 더 많은 선수들이 다양한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볼거리를 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고인규=중계하는 입장에서도 찬성이에요. 선수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이야기 거리도 많아지고 팬들도 현장을 많이 찾겠죠. 사실 팬들이 현장을 많이 오면 가장 힘이 나는 사람은 선수들이잖아요. 팬이 없는 썰렁한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것만 것 슬픈 일이 어디 있겠어요.
송병구=예전 용산과 신도림에서 팬 한 명 두고도 경기해본 적이 있는걸요(웃음).
고인규=생각도 하기 싫은 흑역사다(웃음).
DES=일주일에 이틀, 월요일과 화요일에 프로리그가 열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데 두 사람 모두 동의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해도 될까요?송병구=현실을 반영하고 선수들을 배려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다만 운영해 보고 난 뒤 팬들이 주말에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게 되면 고려를 해봐야겠죠. 그래도 주 이틀은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고인규=계속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차기 시즌은 평일에 하는 만큼 더욱 다양한 혜택이 주어져야겠죠?*2편에서 계속됩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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