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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프로리그 새 안방마님 채민준 "부담 반, 설렘 반"

[피플] 프로리그 새 안방마님 채민준 "부담 반, 설렘 반"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응애'하며 세상을 박차고 나온 것이 삶의 시작이듯 모든 일에는 시작이 존재한다. 입학해야 졸업할 수 있고 취직을 해야 퇴직도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두 가지 감정이 존재한다. 시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낳는 부담이 공존한다.

22일부터 막을 여는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5 시즌을 맞아 부담과 설렘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함께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리그에 직접 참여하는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팀 관계자들은 물론, 이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사람만큼은 덜할 것이다. 프로리그의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자리한 스포티비게임즈 채민준 캐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먼데이 캐스터, 안방마님이 되다
채민준 캐스터는 프로리그를 통해 e스포츠 중계와 인연을 맺었다. 스포티비에 입사한 지 4년차인 채 캐스터는 축구와 농구, 격투기 등 야구를 제외하고 스포티비의 모든 종목을 두루 거쳤다. 2013년말 스포티비가 게임과 e스포츠 채널인 스포티비 게임즈를 런칭한다고 밝혔을 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채 캐스터는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 마지 않았던 프로게이머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피플] 프로리그 새 안방마님 채민준 "부담 반, 설렘 반"

"부모님 이야기로는 제가 4살 때부터 오락실에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어릴 때부터 게임과는 유난히 친했어요. 중학교 때 친구 생일에 갔다가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군에 가기 전까지 클랜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을 가진 뒤에도 꾸준히 게임을 즐겼던 채 캐스터는 어느 날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중계를 하라는 지시를 받고 무척이나 설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러브콜을 받았고 누구보다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1주일에 세 번 진행됐던 2014 시즌 프로리그 가운데 채민준 캐스터는 월요일 중계를 담당했다. 1주일에 한 번 뿐이었지만 그에게는 가장 기다려지는 요일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켜보던 프로리그를 제가 직접 중계할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죠. 시즌 중에는 월요일이 가장 기다려졌어요. 남들은 월요병이 있다는 데 제게는 월요일을 기다리다 탈이 나는 월요 상사병이 생겼죠."

외국인 중계진들은 채민준 캐스터를 '먼데이 캐스터'라고 불렀다. 월요일에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15 시즌에는 채민준을 '메인 캐스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2015 시즌 프로리그를 홀로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생활
스포티비를 통해 다양한 종목을 중계하는 채민준 캐스터는 하루에도 생방송을 몇 개씩 소화한다. 주말에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를 맡고 있고 주중에는 K리그 중계도 자주한다. 1주일에 한두 번은 NBA 중계도 하고 얼마 전부터는 UFC에도 이름을 올렸다. 너무나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채 캐스터는 e스포츠로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집에서 쉬는 날에는 축구나 농구, UFC를 보지 않아요. 직접 게임을 하거나 외국에서 열리는 e스포츠 대회들을 틀어 놓죠. 마음 편하게 시청하다가 눈이 감기면 잠을 잡니다. 그게 제 휴식법이에요."

'게임 키드'다운 대답이었다.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자주 플레이한다는 채 캐스터는 스타2는 다이아 랭크라면서 여기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프로리그 중계를 맡으면서 인터뷰를 했는데 다이아라고 밝혔어요. 그런데 얼마 뒤에 시즌이 바뀌면서 배치고사를 봤는데 실버 랭크를 받은 거에요. 남들이 보면 랭크를 속였다고 할 것 같아서 이 악물고 다이아까지 다시 올렸죠.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 자기가 한 말은 꼭 지켜야죠."

얼마 전 채민준 캐스터는 중계 인생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IEM 시즌9 새너제이 대회의 스타2 중계를 하는데 무려 11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방송을 진행한 것. 중간중간 인터넷 접속이 잘 되지 않는 등 대회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복구하는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된 경우도 두 번이나 발생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만담쇼'를 펼쳐야 했다.

"외국 중계를 받아서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저희가 통제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고인규 해설 위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팬들이 오히려 즐거워하시더라고요."

하루 11시간의 강행군을 이어가며 IEM을 마친 이후 채 캐스터는 다른 종목을 중계할 때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축구 두 경기를 내리 중계하거나 UFC 아홉 경기를 연속해서 방송하더라도 "고작 네 시간인데"라며 위안을 삼는단다.

[피플] 프로리그 새 안방마님 채민준 "부담 반, 설렘 반"

◆즐겁고 재미있게
프로리그의 안방 마님이 된 채민준 캐스터에게 프로리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고 물었다. 채 캐스터는 호흡과 재미를 강조했다.

"지난 시즌 1주일에 하루만 진행을 맡았지만 유대현, 고인규 해설 위원과 호흡을 맞춰봐서 잘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중계진끼리 모여서 술 한 잔 하면서도 '우리가 재미있어야 시청자와 팬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데 뜻을 맞췄어요."

채민준 캐스터는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부탁할 사항이 있다고 했다. 참신한 전략, 멋진 경기도 중요하지만 팬들을 위한 세리머니를 적극적으로 해주고 라이벌 구도를 많이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중계진이 라이벌 구도를 만들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에 갖는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으면 좋겠어요. 임요환-홍진호, 이윤열-최연성, 박용욱-강민과 같은 라이벌이 있고 재미있는 도발이 오가야 팬들도 프로리그를 보는 '양념'을 더할 수 있죠."

채민준 캐스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프로리그를 통해 스타2를 플레이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프로리그와 개인리그 등을 통해 스타2가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스타2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보는 재미가 있지만 하는 재미는 더 크거든요. 리그를 보는 팬들이 직접 플레이하는 이용자가 될 수 있도록 저희들이 재미있게 유도하겠습니다."

설레면서도 부담된다던 새 안방마님의 최종 목표는 스타2를 되살리겠다는 원대한 희망으로 이어졌다. '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채민준을 통해, 프로리그를 통해 현실이 되길 기대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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