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 유행처럼 감기가 기승을 부리더군요. 팬 여러분들 모두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고, 액토 현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도 추운 날씨를 감안하면서 드레스코드를 맞춰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주 드레스코드는 '옐로우'더군요. 집에 노란색의 옷이나 악세서리가 있는지 찾는 팬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난 2주간은 리그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짚어드렸지요. 그래서 오늘은 리포트의 초심으로 돌아가 한 명의 선수에 집중해 볼까 합니다.
최종예선 당일, 선수들의 명단을 살펴보던 중 저는 이전에 없던 큰 충격을 느꼈습니다. 한 선수가 개인전과 단체전의 출전 캐릭터를 각각 따로 선택한 것을 알게 됐거든요.
하나의 캐릭터를 10년 동안 연습해도 우승이 어려운 것이 액토인데 연습 시간을 반으로 쪼개서 두개의 캐릭터를 연습하겠다니 의아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예선장에서 확인한 그의 플레이는 10년차 선수들의 클래스를 능가하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번 리그 가장 특별하면서도 유일한 선수, 바로 '다크퇴마사' 우인재입니다.
◆우인재로 이어진 퇴마사의 계보.
장석훈 - 임석훈 - 우인재. 어떤 캐릭터의 계보인지 아시겠습니까? 맞습니다. '태을선인' 퇴마사죠.
운용에 따라 천 방어구를 착용하는 마공 퇴마사, 판금을 착용하는 물공 퇴마사로 나뉘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현무'를 이용한 한방의 화끈함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우인재 선수는 단체전에서 자신의 본 캐릭터인 '퇴마사'로 출전합니다.
퇴마사는 2007년 던파 1차 대회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리그에 진출해 왔습니다. 1차리그 개인전에서 장석훈 선수가 준우승을 달성한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임석훈 선수가 9차 리그까지 명맥을 이었고 현재는 우인재 선수가 유일한 퇴마사로 활약 중입니다.
퇴마사의 장점은 영역 구축과 카운터 능력입니다. 제압부, 백호 등으로 넓은 영역을 점거한 후 압도적인 슈퍼아머 판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토끼몰이' 방식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사하죠. 따라서 스트라이커, 웨펀마스터, 인파이터 등 근접 캐릭터를 상대하기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단점도 있겠죠. 이동속도가 느리고 제자리 공격이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힙니다. 레인저의 이동사격, 메카닉의 로봇, 소환사의 소환물, 여스핏의 공중 폭격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콤보와 판정을 보유하고도 극상성의 캐릭터가 많아 번번이 개인전에서는 좌절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우인재의 퇴마사는 장점은 그대로 가지되, 단점을 조금 더 트렌디하게 보완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백호 시전 중 발생하는 틈에도 카운터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는 무빙으로 직선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스타일이죠.
특히 이런 성향은 2:2 팀전에서 더욱 유리합니다. 제압부와 백호의 존재만으로도 상대에게는 큰 위협이 될테니까요.
◆우인재가 완성한 희대의 사기 템플러
지난 액토 섬머시즌 처음으로 등장했던 여귀검사 다크템플러(암제). 나름 임팩트 있는 공격력으로 눈도장을 찍긴 했지만 상위 라운드 진출에 실패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확인한 우인재의 다크템플러 실력은 해설자인 제 입에서 그 어떤 단어도 내뱉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인재의 다크템플러가 예선 마지막 라운드에서 만난 선수는 F1 결투천왕대회 양대 우승자인 정재운과 현존 최고의 컨트롤을 가진 김창원이었습니다. 각각 남스트리트파이터, 여그래플러를 사용하고 있죠. 두 선수 모두 상성을 무시할 정도의 엄청난 컨트롤을 보유한 실력자들입니다.
그런데 막상 우인재와의 대전을 지켜보니, 그 경험 많은 김창원과 정재운은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모든 변수를 계산하며 활로를 찾는데, 우인재는 편안하게 콤보 연습하듯이 키보드를 경쾌하게 두드립니다. '콤보 한두번쯤 맞아줘도 돼. 난 한방 있으니까' 라는 여유로운 얼굴로요.
퀵스탠딩? 필요 없습니다. 안 떨어뜨리니까요.
카운터? 괜찮습니다. 회전격으로 반격하면 돼요.
스턱? 상관 안해요. 다단히트 많으니까요.
중력보정? 그런거 몰라요. 강제 잡기 있어요.
이런 느낌이에요.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의 경기력으로 같은 조에 속한 3명을 완벽하게 잡아내 버렸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김창원과 정재운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좌절과 허탈의 흔적이 느껴졌죠.
물론 다크템플러가 강력한 캐릭터지만,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사기급' 캐릭터는 아닙니다. 이건 확실하죠. 그런데 우인재 손에 다크템플러를 쥐어주니, 마치 치트키 수준의 사기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우인재의 스타일에 대한 파해법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죠.
현재 객관적인 경기력으로만 보면 우인재는 개인전 우승 0순위입니다. 남아 있는 5주동안 개인전 선수들이 다크템플러에 대한 공략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 예상은 여지없이 적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 여귀검사의 결투리그 진출은 시작 단계입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대전 경험도 적고,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연구도 현재진행형인 '미지의 영역' 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적어도 '다크템플러' 만큼은 우인재가 테크트리 끝까지 타고 실전에 뛰어 들었습니다. 이제 상대할 선수들의 대전 경험과 연구가 결과를 결정할 것입니다. 한 개의 캐릭터로 양대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있었지만, 두 개의 캐릭터로 두 개의 우승컵을 모두 들어올린 선수는 없었습니다. 아니, 두개의 캐릭터로 출전한 선수조차 없었죠. 그 위업을 첫걸음을 우인재가 내디뎠습니다.
예전 스타1 시절 프로토스의 다크템플러는 '닥템'이란 애칭으로 불리웠었죠. 우인재는 '다크템플러+퇴마사' 이니 '닥퇴'가 되겠군요. 이번 주!! '닥퇴' 우인재의 활약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