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액션토너먼트 연출을 맡고 있는 이병국 PD를 만났을 때 처음 떠오른 단어는 '비범하다'였습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천재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만 '비범하다'는 생각이 들기란 쉽지 않은데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병국 PD에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이병국 PD와 인터뷰를 하고 난 뒤 저는 액션토너먼트가 진행되는 날 드레스코드를 맞춰 옵니다. 지난 주 선글라스가 드레스 코드였는데요. 지드래곤이 썼던 선글라스를 들고 와 기자실에서 계속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기자들이 보며 놀렸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저는 이병국 PD의 '비범'함에 동화됐으니까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직접 만나봐야 느낄 수 있는 이병국 PD만의 독특한 느낌. 그래서일까요? 최근 액션토너먼트는 어떤 리그보다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가장 적극적인 관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리그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고집이 센 기자마저도 금요일이 되면 색을 맞추고 선글라스를 챙기게 만든 이 사람. e스포츠에 몇 없는 비범함을 지닌, 혼자만 느끼기 아까운 스포티비 게임즈 이병국 PD의 매력 속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MBC 9시 뉴스 vs 게임 방송국 PD
지금부터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지상파 방송인 MBC 9시 뉴스 PD와 이제 막 시작하는 게임 방송국 PD. 둘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유명하고 안정적인 MBC 9시 뉴스 PD를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범'한 이 사람은 스포티비 게임즈 PD를 선택했습니다. 안정적인 MBC 9시 뉴스 PD를 그만두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신생 게임 방송국 창립 멤버로 뛰어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비범'하지 않다면 도대체 누가 '비범'하다는 말입니까!
더 놀라운 것은 이병국 PD의 반응이었습니다. 이게 왜 놀라운 사실인지 오히려 궁금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역시 비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데 그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병국 PD의 설명이었습니다.
처음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꿈을 쫓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고 현실에 치이다 보면 안정적이고 더 알려진 일들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이병국 PD에게는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이제는 비범하다 못해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지금까지 게임 방송국 PD를 인터뷰했을 때 처음부터 게임 PD가 꿈이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음악 PD를 하고 싶다거나 처음부터 PD를 꿈 꾼 것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PD를 하게 된 사람이 더 많았죠.
하지만 이병국 PD는 처음부터 게임 방송에서 연출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이 있었던 이병국 PD는 게임을 연출할 때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는 기자에게 이병국 PD는 더 놀라운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놨습니다. 처음부터 MBC 보도국 PD였던 것이 아니라 이 PD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MBC게임에서 테켄크래시를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MBC게임이 없어지면서 같은 회사라는 이유로 원서를 넣은 MBC 보도국 PD에 단숨에 합격했습니다. MBC 보도국 PD가 되기 위해 몇 년을 고생하는 언론 고시생들이 보면 '부들부들'할 이야기입니다.
"천재요? 음.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요. 운이 좋았나.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냥 합격했고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 즐겁게 일했던 기억만 있어요. 하지만 제 진짜 꿈은 게임 방송 PD였기 때문에 계속 마음 한 구석은 허전했어요."
그렇게 자신의 진짜 꿈을 갈구하던 이병국 PD에게 스포티비 게임즈 개국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MBC 9시 뉴스를 연출하던 이병국 PD는 그렇게 다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자신의 비범함과 즐거움을 담을 수 있는 게임 방송 연출자 자리로 말입니다.
◆액션토너먼트에 놀러 오는 이병국 PD
대부분 리그 연출을 맡는 PD들은 어떤 연출을 할지 고민을 합니다. 물론 이병국 PD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PD의 고민 방향은 좀 다릅니다. 이병국 PD의 머리 속에는 어떻게 하면 액션토너먼트에서 더 즐겁게 놀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팬들도 놀고 선수들도 놀고 연출자도 즐겁게 놀 수 있는 리그. 최근 액션토너먼트가 더 즐거워 진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리그가 재미있어야죠. 물론 경기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액션토너먼트를 팬들과 함께 노는 리그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현장에 온 팬들도 즐거워 할 수 있고 보는 시청자들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즐길 수 있는 리그.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이병국 PD가 연출을 맡은 지난 시즌부터 액션토너먼트는 더욱 팬들과 함께 하는 리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PD만의 노력은 아니지만 그의 철학이 리그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드레스코드를 맞출 정도로 이 PD는 현장 모두가 놀 수 있는 리그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날 이병국 PD는 커다란 카우보이 모자를 가져왔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 액션토너먼트 드레스 코드가 '모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PD는 모자를 쓰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리그 현장에 저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이 PD의 즐거움이 아마도 액션토너먼트 현장을 오는 모두의 즐거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병국 PD는 현재 액션토너먼트에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우문현답'을 내놓았습니다.
"친구들이랑 놀 때 만족도를 확인하시나요?"
◆"더 재미있게 놀고 싶어요"
더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는 들어봤지만 "더 재미있게 놀고 싶다"는 각오는 처음 듣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멋진 대답이 있을까 싶습니다. 재미있게 놀다 보면 결국 모두가 재미있게 노는 리그가 될 것은 자명할 터. 세상에 재미있는 프로그램만큼 좋은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이병국 PD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앞으로 액션토너먼트는 더 재미있어 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병국 PD는 액션토너먼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리그에서 자신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뛰어다닐 것입니다.
최근 철권7이 엄청난 관심 속에 팬들을 찾아 갔습니다. MBC게임 PD 시절 테켄크래시를 연출했던 이병국 PD에게 철권7만큼 관심이 가는 리그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병국 PD는 또 다른 도전에 또다시 눈을 반짝였습니다.
"철권7 리그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제가 가장 욕심 나는 게임이에요. 생각만 해도 신나는걸요(웃음). 액션토너먼트가 모두와 즐기는 리그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 제가 연출하는 모든 리그도 함께 즐기는 리그가 될 겁니다. 물론 제가 가장 즐기겠지만요(웃음)."
푸근한 웃음 속에 언뜻 보여지는 비범함과 카리스마 그리고 독특함. 게임 PD가 꿈이었던 이병국 PD야 말로 e스포츠 리그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병국 PD가 e스포츠 리그는 정말 재미있다는 좋은 선입견이 생길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주기를 바랍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