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열정과 응원 덕분에, 이번 액토 결승은 처음으로 더 큰 무대,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관객들을 맞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까지도 액토 팬들의 관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지만 앞으로도 더 발전하고, 더 많은 분들을 경기장에 초대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두 시즌동안,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에서는 희한한 징크스가 하나 생겼습니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를 석권하겠다며 야심차게 양대 우승에 도전했던 선수들이, 정작 결승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양대 준우승에 머물고 만 것이죠.
2014 윈터 시즌에서는 조신영이, 2014 섬머 시즌에서는 최우진이 각각 양대 준우승이라는 웃지 못할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덕분에 이 두 선수에게는 '콩콩이' 라인이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번 결승에서 이 징크스를 깨고자 다시 한 번 양대 우승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제닉스스톰X의 '투척왕' 남스트리트파이터 정재운이 그 주인공입니다.
◆정재운 vs 정종민, 키워드는 '위상변화'
정재운의 콤비네이션 능력은 선수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닥에 누워있는 상대를 평타잡기로 띄워 올리거나, '이중투척'을 이용해 공중에서 맥시멈 데미지를 뽑아내는 모습은 이제명의 '이사-난사' 콤보, 조신영의 '소닉어설트-엑셀스트라이크' 콤보와 함께 가장 뛰어난 콤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재운이 이번 시즌에 활용했던 콤보의 데미지량을 분석해보면, 성공한 콤보와 실수로 끊긴 콤보의 편차가 굉장히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리한 연계 시도 때문에 가끔 실수가 발생한다는 결론이죠.
반대로 정종민의 콤보는 최대 데미지량이 높지는 않아도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스턱이 나더라도, 바닥에 눕더라도,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배틀메이지의 특성도 있지만, 그간 쌓아온 경험을 통해 '무리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정종민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따라서 정종민은 콤비네이션 상황에서 실수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습니다.
이런 양 선수의 차이점을 살펴봤을 때, 이번 개인전 결승의 키워드는 '위상변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틀메이지가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했을 때 회피기로 사용하는 이 기술은, 그물투척으로 상대를 묶고 최대 데미지를 뽑아내는 남스트리트파이터에겐 가장 까다로운 스킬입니다.
상대의 위상변화를 빼 놓지 못하면 그물투척을 사용할 수 없고 그가 자랑하는 콤비네이션도 중간에 끊기게 되니까요. 반대로 정종민의 띄우기 공격이 성공하면, 높은 데미지의 '황룡천공'이 40초 간격으로 적중할 수 있습니다.
남스트리트파이터는 회피기나 소환물이 없고 슈퍼아머 스킬이 많지 않아, 사선에서 달려드는 '천격'과 중장거리 '강습유성타' 공격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지속적인 투척 공격과 정확한 Y축 거리 확보, 위상변화의 회피지점 예상이 모두 이루어져야만 정재운은 첫 개인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제닉스스톰X vs 전설, 소환사와 여스핏파이어의 장기말 싸움.
▶제닉스스톰X : 이제명(남레인저), 정재운(남스트리트파이터), 조성일(소환사), 김창원(여그래플러)
▶전설 : 임건형(마도학자), 차광호(로그), 권민우(사령술사), 김진(여스핏파이어)
개인전이 끝나자 마자 정재운은 팀 경기석으로 이동, 단체전 결승을 준비해야 합니다. 같은 팀에 김창원, 이제명 등 경험 많고 실력도 우수한 선수들이 있지만, 정재운의 캐릭터 상성은 이번 결승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재운의 남스파는 상대팀 4개 전직에 대해 모두 나쁘지 않은 상성입니다. 사령술사의 소환물을 원거리에서 제거할 수 있고, 마도학자의 벙커링에 대한 투척 공격도 가능하죠. 근접 캐릭터에게 최악의 상성인 여스핏조차도 낙하 직전의 투척 공격으로 격추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정재운은 4경기 이전에 3번의 출전 횟수를 모두 소모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5세트 에이스결정전에 김창원이나 이제명을 출전시키고, 대장전과 팀전에서 고루 활약해 주는 엔트리 구성이 유력하겠네요. 특히 팀전에서는 여그래플러 김창원과의 조합이 가장 효율이 좋고, 대장전에서도 1번 엔트리보다는 2번이나 3번으로 상황에 따라 빈자리를 메꾸는 순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양 팀 선수들은 각각 한 명씩의 조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닉스스톰X의 소환사 조성일, 그리고 전설에서는 김진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이 두 선수는 캐릭터 상성을 크게 타는 직업들이기 때문에 엔트리 싸움에서 최대한 수싸움을 읽히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2세트 개인전에 출전해서 나쁜 상성을 만날 경우, 소중한 한 세트가 통째로 날아가버릴 위험이 있죠. 최소 출전 횟수인 2번을 대장전에 넣을 것인지, 팀전에 넣을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됩니다.
조성일의 예상 엔트리는 대장전에 두 번 출전할 가능성이 높고, 김진은 팀전 1번, 대장전 1번에 출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2번의 횟수를 모두 채우면, 엔트리 구성에 따라 마지막 5세트의 에이스 출전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제닉스스톰X는 이제명이나 김창원, 전설은 임건형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단체전 결승전은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엔트리 싸움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양 팀의 최적 엔트리 구성은 설명드린 바와 같지만, 글쎄요. 조성일이나 김진을 개인전에 깜짝 등장시키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결국 이 장기판의 주인공은 경기를 치르는 8명의 선수들이니까요.
액션토너먼트 2015 윈터의 긴 여정도 이번 주 까지입니다. 다음 시즌에도 더 좋은 경기, 더 멋진 선수들과 함께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