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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꾀돌이' 김명식과 '근심이' 이동녕

프라임에게 2R 첫 승을 안긴 프로토스 김명식
프라임에게 2R 첫 승을 안긴 프로토스 김명식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지난 '핀포인트'였죠. '우주모함보다 빛났던 추적자' 편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기사를 쓰면서 그렇게 칭찬을 받았던 적은 제 기자 인생에 처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많이, 정확히, 좋은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핀포인트'에서 다룰 경기는 4월13일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5 시즌 2라운드 7주차 프라임과 ST요이의 에이스 결정전입니다. 프라임과 ST요이 모두 2라운드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마지막 경기까지 왔기 때문에 처절한 승부가 예상됐는데요. 프라임이 1, 2세트를 가져갔고 ST요이가 3, 4세트를 받아치면서 에이스 결정전을 치렀습니다.

에이스 결정전에 나선 선수는 1승씩을 거둔 프로토스 김명식과 저그 이동녕이었죠. 하루 2승이 보장된 상황이었고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팀의 승리까지 담보할 수 있었기에 두 선수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이 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승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김명식과 이동녕의 에이스 결정전(영상=네이버 tvcast).

◆10분 노 러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부터 '10분 노 러시'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즐길 때 자주 쓰던 말인데요. 초반 전략을 쓰지 않기로 서로 약속하면서 체제를 갖춘 뒤에 교전을 펼치면서 경기를 풀어보자는 뜻으로 쓰던 용어입니다.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와서 10분 노 러시를 하자고 하면 곧 인구수 200을 꽉 채우고 싸우자는 말로 통합니다. 스타2가 스타1보다 훨씬 자원 활성화 속도가 빠르고 병력 생산 타이밍도 체감적으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경기 시간 10분 동안 두 선수는 아무런 교전도 펼치지 않았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경기 시간 10분 동안 두 선수는 아무런 교전도 펼치지 않았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김명식과 이동녕의 대결은 10분 노 러시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서로 확장 기지를 늘려가면서 자원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렇다 할 견제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동녕은 부화장이 5개, 김명식도 연결체가 4개인 상황에서 병력을 양산하기 시작했죠. 저그는 대군주로, 프로토스는 환상 불사조로 정찰하면서 서로가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명식류 페이크
김명식이 먼저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관문을 늘리던 김명식은 2개의 우주관문을 지으면서 '명식류'를 시전할 것처럼 보여줬습니다. 명식류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우주관문에서 생산되는 불사조, 공허포격기, 폭풍함 등을 주병력으로 모으는 체제를 말합니다. 저그가 공중 유닛 중심으로 플레이했을 때 불사조의 음이온 업그레이드를 완료하고 공허포격기를 모으면서 여차하면 폭풍함까지 생산하는 전략적인 흐름을 일컫는 말이지요. 김명식이 공식전에서 우주관문 유닛들을 모아 저그를 괴롭히는 작전을 자주 썼고 멋지게 이기는 경기가 많았기에 '명식류'라고 불렸습니다.

김명식이 우주관문 2개를 지으면서 트레이드 마크인 '명식류'를 시전하는 척 페이크를 넣었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김명식이 우주관문 2개를 지으면서 트레이드 마크인 '명식류'를 시전하는 척 페이크를 넣었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우주관문 2개를 지은 김명식은 불사조를 생산했습니다. 4기의 불사조를 뽑은 김명식은 자신의 기지 근처에 이동녕이 띄워놓은 대군주와 감시군주 등을 잡아냈습니다. 시야를 끊으면서 추후에 진행될 자신의 전략을 알지 못하도록 눈을 멀게 할 생각이었죠.

4기의 불사조는 이동녕의 진영으로 날아가서 정찰도 수행했습니다. 이동녕이 바퀴를 생산하다가 중단하고 타락귀를 대거 모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거대둥지탑의 유무까지도 간파했습니다. 비록 타락귀에게 잡히긴 했지만 불사조는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우주관문을 2개 지었지만 생산된 유닛은 고작 불사조 4기였다. 이동녕은 김명식의 체제를 오판하고 타락귀를 10기 이상 생산했다. 사진 속에는 7기이지만 후속 유닛은 계속 타락귀였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우주관문을 2개 지었지만 생산된 유닛은 고작 불사조 4기였다. 이동녕은 김명식의 체제를 오판하고 타락귀를 10기 이상 생산했다. 사진 속에는 7기이지만 후속 유닛은 계속 타락귀였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여기에서 불사조는 1차 페이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명식이 워낙 우주관문 유닛을 '사랑'하다 보니 이동녕은 프로토스의 본진에 불사조가 대거 생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타락귀를 계속 모았죠. 음이온 개발이 완료된 이후 사거리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는 뮤탈리스크보다는 타락귀를 모으면서 여차하면 무리군주로 변태시킬 것까지 계산에 넣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김명식의 페이크 중에 하나였을 뿐이지요.

◆환상 거신
김명식이 준비한 2차 페이크는 환상 거신이었습니다. 관문에서 추적자와 파수기, 고위기사를 모은 김명식은 진출을 도모했습니다. 11시 지역에 보내 놓은 차원분광기 한 기에서 광전사를 대거 소환하면서 타이밍 러시를 준비한 김명식은 양방향 흔들기를 시도했습니다. 광전사가 왼쪽에서 치고 들어오고 추적자와 파수기, 고위기사가 아래쪽에서 올라오면서 이동녕의 수비 범위를 넓히겠다는 작전이었지요.

차원분광기를 통해 세 번 정도 소환된 광전사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차원분광기를 통해 세 번 정도 소환된 광전사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광전사가 조금 일찍 전장에 도달하면서 김명식의 전술이 발각됐지만 그래도 바퀴와 타락귀의 시선을 빼앗는 데 성공했습니다. 광전사를 잡기 위해 저글링과 바퀴가 가시촉수로부터 멀어졌고 아래 쪽에서 올라온 추적자 부대가 그 틈을 파고 들었죠.

김명식은 25기의 추적자에다 차원분광기를 통해 추가로 소환된 병력까지 합세하면서 저그의 정면 방어선과 부딪힙니다. 이동녕의 지상 병력이 거의 없던 상황이었기에 5기의 가시촉수 수비 라인은 허무하게 무너졌죠.

이동녕의 진영으로 들어가기 전 파수기에 의해 복제되고 있는 거신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이동녕의 진영으로 들어가기 전 파수기에 의해 복제되고 있는 거신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이 공격을 감행하기 전 김명식은 동반한 파수기의 환상을 통해 거신을 복제합니다. 한두 기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려 5기나 만들어내면서 이동녕을 당황시켰습니다. 비록 가시촉수는 추적자의 공격력만으로 무너졌지만 이동녕 입장에서는 일차적으로 거신을 잡아야겠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동녕이 당황한 심리는 살모사의 활용에서 나타났습니다. 살모사 2기를 보유하고 있던 이동녕은 거신을 네 번이나 납치로 당겨 갔습니다. 환상인 줄 전혀 몰랐던 것이지요. 만약 이동녕이 거신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납치가 아니라 흑구름을 쓰면서 울트라리스크를 기다렸다가 추적자를 잡아내려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살모사의 에너지를 납치에 모두 쓴 이동녕은 흑구름을 전혀 쓰지 못했고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김명식의 페이크 작전은 보기 좋게 통했고 프라임이 2라운드에서 첫 승을 따냈습니다.

◆군단숙주의 너프가 낳은 패배
김명식의 페이크 전략은 너무나도 훌륭했습니다. 평소 경기하던 스타일로 1차 페이크를 넣었고 환상 거신으로 2차 속임수까지 적중시키면서 이동녕을 제압했죠.

이동녕 입장에서 경기를 풀어보자면 군단숙주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뭍어났습니다. 김명식의 추적자 공격을 받을 때 화면을 보면 이동녕은 고아물 6,000, 개스 4,000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인구수까지 200 가까이 채워져 있던 상태였기에 이동녕은 체제 전환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김명식의 타이밍 러시를 예상하지 못한 이동녕은 살모사로 거신을 납치하기 시작한다. 2기의 살모사가 두 차례씩 납치를 쓰면서 에너지를 소모했고 흑구름을 시전할 에너지는 부족해졌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김명식의 타이밍 러시를 예상하지 못한 이동녕은 살모사로 거신을 납치하기 시작한다. 2기의 살모사가 두 차례씩 납치를 쓰면서 에너지를 소모했고 흑구름을 시전할 에너지는 부족해졌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이동녕은 김명식이 어떤 유닛으로든 공격을 시도하면 가시촉수로 시간을 벌면서 체제를 전환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공중 유닛이 보이면 주력이면 살모사를 동반한 감염충과 타락귀로 맞서고 지상군 중심이라면 무리군주를 확보한 뒤 감염충과 타락귀, 울트라리스크로 대처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자원을 비축해 놓고 지속적인 교전을 통해 바꿔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명식의 공격이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들어왔고 무너졌죠.

만약 군단숙주가 있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니, 하향(너프라로 하죠)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일단 가시촉수 라인이 더욱 강화됐을 것이고 김명식은 거신을 환상이 아닌, 실제로 보유하고 있었어야 할 것입니다. 추적자만으로 들어가는 타이밍 러시는 전혀 생각도 못했을 것이지요.

김명식은 경기 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군단숙주의 너프로 인해 저그 선수들이 아직 체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딱 맞는 옷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그에게 군단숙주의 너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말해주는 인터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동녕의 전진 방어선을 무너뜨린 김명식은 추적자로 울트라리스크를 상대하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이동녕의 전진 방어선을 무너뜨린 김명식은 추적자로 울트라리스크를 상대하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사진=네이버 tvcast 캡처).

김명식은 끝으로 "무리군주와 감염충, 타락귀 조합을 상대하기에 프로토스도 쉽지 않기 때문에 한 달 정도는 연구해 보면서 상황을 봐야 알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프로토스가 조금 우위에설 것처럼 뉘앙스를 비췄습니다.

일단 군단숙주의 하향 패치는 저그에게 멘붕(멘탈 붕괴)을 선사한 것은 분명하고 앞으로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엄청난 근심에 빠질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네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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