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스타크래프트2 종목의 '핀포인트'로 인사를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을 소개해드리기 위해 이원희, 김지원 기자와 함께 '핀포인트'를 써봅니다.
스베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5 서머 시즌 1라운드 2주차에서는 '미드 바루스'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이 나진 e엠파이어와의 2세트에서 사용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챔피언임을 확인시켰고 이후 CJ 엔투스 '코코' 신진영과 진에어 그린윙스 '갱맘' 이창석이 사용했죠.
그렇지만 성적은 각기 달랐습니다. SK텔레콤과 CJ는 승리했고 진에어는 패했죠.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이상혁의 바루스
이상혁의 바루스는 도란의 검을 들고 시작했습니다. 440원짜리 도란의 검과 체력 물약 하나를 들고 라인에 선 이상혁의 바루스는 E 스킬인 퍼붓는 화살을 통해 유병준의 룰루와 라인전을 펼쳤습니다.
유병준의 룰루가 접근할 때마다 Q 스킬인 꿰뚫는 화살을 통해 거리를 유지한 이상혁은 11분에 '톰' 임재현의 세주아니가 다가오자 궁극기인 부패의 사슬로 유병준을 묶었고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17분에 유병준을 상대로 솔로킬을 내기 위해 부패의 사슬을 썼지만 유병준이 피하면서 아쉽게 솔로킬을 내지 못한 이상혁은 18분에 1대1 전투를 펼쳤지만 유병준이 변덕쟁이와 급성장을 통해 이상혁의 화력의 공백을 만들어낸 탓에 킬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SK텔레콤 T1 이상혁이 드래곤 지역 싸움에서 부패의 사슬을 나진 선수들에게 적중시키는 모습.(영상=네이버 tvcast 발췌)
이상혁의 활약은 21분 드래곤 지역 전투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양 팀 10명의 선수들이 드래곤을 가져가기 위해 대치전을 펼치던 상황에서 이상혁은 꿰뚫는 화살로 나진 선수들의 체력을 빼놓았죠. 특히 탱커 역할을 해야 하는 나진 '듀크' 이호성의 나르 체력을 뺀 장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부패의 사슬을 통해 '퓨어' 김진선의 쓰레쉬를 묶었고 곧바로 오염이 진행되면서 다른 선수들을 묶어 놓는 이니시에이터 역할을 제대로 해냈습니다. 그 전투를 통해 SK텔레콤은 킬 스코어를 6대2까지 벌렸죠.
◇나진의 상단 지역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꿰뚫는 화살을 적중시키는 SK텔레콤 T1 이상혁.(영상=네이버 tvcast 발췌)
이후 이상혁은 바루스가 왜 포킹 챔피언의 최고봉이라고 불리고 있는지를 선보였습니다. 상단으로 올라간 이상혁은 꿰뚫는 화살을 5초 간격으로 적중시키면서 미니언을 정리했고 포탑을 지키려는 나진 선수들의 체력을 빼놓았죠.
중앙 억제기를 밀어낸 이후에는 상단으로 다시 이동했고 유병준, 김진선에게 한 번씩 꿰뚫는 화살을 적중시키면서 체력을 절반 이하로 만든 이상혁은 그대로 밀고 들어가 경기를 끝냈습니다.
◆신진영의 바루스
신진영은 5월30일 스베누 소닉붐과의 2세트에서 바루스를 골라 블라디미르를 상대했습니다. 신진영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라인을 밀고 CS 수급량에서 앞서나갔죠. 우월한 기본 공격 사거리를 활용해 적을 한두 대 치고 E스킬 퍼붓는 화살로 역병 스택을 터뜨리는 식의 딜 교환도 좋았습니다. 꿰뚫는 화살은 장거리 요격을 노리기 보다는 가까운 거리에서 기본 공격에 이어 짧게 적중시키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신진영은 정글러 개입 공격에 역으로 킬을 내주면서 주도권을 내줬지만 CS만큼은 충실하게 챙겼고 1차 타워도 잘 지켜냈습니다. 신진영은 도주기가 없는 바루스의 약점 탓에 수 차례 전사했으나 꾸준히 CS를 올려 코어 아이템을 2개 이상 완성한 뒤 게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CJ 엔투스 '코코' 신진영이 스베누 소닉붐과의 대결에서 바루스로 블라디미르를 상대하는 장면.(영상=네이버 tvcast 발췌)
신진영은 궁극기 부패의 사슬을 적절히 활용해 상대 선수를 끊거나 교전을 여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신진영은 궁극기 시전 이후 탱커 라인 뒤쪽으로 자리를 잡고 최대한 딜을 넣으려 노력했습니다. 팀이 워낙 불리한 상황이어서 결과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신진영은 중반 교전에서 킬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신진영은 팀이 끌려가던 36분경 벌어진 드래곤 교전에서 포킹 공격만으로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줬습니다. 신진영이 상대 핵심 딜러 블라디미르를 제압하자 CJ는 드래곤과 내셔 남작을 동시에 가져가며 역전에 성공했죠. 신진영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타워를 지키며 CS를 수급해 후반을 도모하며 역전승을 거두는 'AD 제라스' 스타일의 바루스 운영을 제대로 선보였습니다.
◆이창석의 바루스
이창석은 안정적인 초반 라인전을 가져가기 위해 수정 플라스크를 시작 아이템으로 선택했습니다. 라인전 맞상대인 카시오페아의 강력한 라인전 능력에 맞서서 최대한 버티며 Q 스킬인 꿰뚫는 화살로 CS 수급을 하겠다는 의도였죠. 자신이 잘 다루던 제라스의 상위 호환 평가를 받는 미드 바루스였기에 자신도 있었을겁니다.
그러나 이창석은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15분까지 김상문의 카시오페아 보다 CS 20개 이상 뒤처지며 끌려다녔습니다. 그러나 18분경 반격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KT가 하단 4인 다이브를 시도하자 이창석은 도움을 주기 위해 밑으로 내려갑니다. 가는 도중 같이 내려가는 카시오페아의 궁극기인 '석화의 응시'를 맞았지만 정화로 풀고 결국 꿰뚫는 화살을 이용해 칼리스타를 잡아내고 첫 킬을 기록합니다.
◇KT 롤스터와의 대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이창석의 바루스.(영상=네이버 tvcast 발췌)
진에어는 24분경 상대의 중단 1차 포탑 철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KT가 마오카이의 순간이동을 활용해 싸움을 걸었습니다. 이창석은 E 스킬 퍼붓는 화살을 이용해 상대 탱커 라인에 이동 속도를 감속시키며 꿰뚫는 화살로 포킹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상대에 비해 잘 성장하지 못한 아군 탱커들이 순식간에 잡히며 이창석은 활을 상대에게 몇번 겨누지도 못하고 뒤로 빠졌습니다. 이 싸움에서 대패하며 KT에게 바론을 헌납했지요.
29분경 진에어 정글 지역에서 또 한번 큰 교전이 펼쳐졌습니다. 이창석은 달려드는 상대의 스킬을 점멸로 피해 도망갈 수밖에 없었었습니다. 바루스의 가장 큰 장기인 포킹할 시간을 주지 않은 KT의 영리한 설계를 칭찬할 수밖에 없었죠.
이미 크게 성장한 상대에게 이창석의 포킹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습니다. 36분경 맵 중앙 지역에서 이블린과 마오카이에 공격을 점멸로 정화를 동시에 활용해 여러 번 스킬을 구사했지만 적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 했습니다. 결국 이 싸움으로 상대에게 다섯 번째 용을 허용하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스터리와 룬세팅 비교
이상혁의 바루스는 신진영과는 비슷했고 이창석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라이엇게임즈가 제공하는 매치 히스토리 사이트를 보면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는데요.
세 선수의 마스터리는 대동소이했습니다. 공격에 21, 유틸리티에 9를 배분하는 것은 같았습니다. 이상혁이 광란에 1을 배분하고 마술에 3을 쓰는 것 정도가 차이가 있었지요.
룬세팅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드러났는데요. 이상혁과 신진영은 물리 데미지 3개, 방어구 관통력 9개, 레벨당 체력 성장 체력 재생 9개, 쿨 감소 9개를 배치했습니다.
이창석의 룬세팅은 두 선수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그림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엄청나게 분화를 시켜놓았는데요. 왕룬에 공격력 증가룬을 하나만 넣고 나머지 두 개는 공격 속도로 배치했습니다. 여기서 비게 되는 공격력은 빨강에 공격력 룬 세 개를 박으면서 최소화 하고자 한 모습입니다. 또 라인전 상대가 카시오페아인 만큼 파랑에 마법저항력룬 세 개를 배치했습니다.
룬세팅을 통해 세 선수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상혁과 신진영은 스킬을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에 뒀다고 생각합니다. 바루스가 포킹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특히 Q 스킬인 꿰뚫는 화살을 적중시키는 데 있어, 이상혁과 신진영은 자신감을 갖고 있기에 쿨 감소를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풀이됩니다. 이창석의 경우에는 포킹이 아니라 교전에서 공격 속도를 미세하게 올리면서 라인전과 5대5 싸움에서의 효율을 극대화하려고 했던 것 같고요.
일각에서는 룬세팅만으로 놓고 봤을 때에는 이창석의 룬세팅이 교전이 벌어졌을 때 더 나아 보인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니까 룬세팅만으로 누가 나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결론은 이상혁의 자신감
이상혁, 신진영, 이창석의 궁극적인 차이는 자신감에서 드러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진영과 이창석은 시작 단계의 아이템 세팅에서 수정 플라스크와 마나 물약, 비스킷 3개를 들고 시작했습니다. 반면 이상혁은 도란의 검을 첫 아이템으로 시작했지요.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신진영의 상대 챔피언은 블라디미르, 이창석이 상대한 챔피언은 카시오페아였기에 한 번의 데미지 교환에서 실패할 경우 라인전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플라스크와 비스켓 3개를 첫 아이템으로 가져갔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혁은 상대의 스킬을 맞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오히려 도란의 검이 갖는 체력과 공격력 증가를 발판으로 삼고 3%에 달하는 생명력 흡수를 기반으로 라인전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한 켠에는 스킬 적중에 대한 자신감도 갖고 있덨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프링 시즌 동안에 이상혁은 원거리 딜러 챔피언인 이즈리얼로 자주 경기를 치렀습니다. 이 때 궁극기인 정조준의 일격과 Q스킬인 신비한 화살을 꼭 상대 챔피언에게 적중시키는 장면을 자주 보여줬는데요.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스킬을 사용해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기에 도란의 검으로 시작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상혁이 보여준 일면을 경기 전체에 일반화시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도 옳습니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상혁의 스킬이 적중될 때마다 여러분도 놀라고, 기자인 저희도 놀라고, 중계진도 놀라는 것은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박운성 기자가 합성한 이 사진으로 이번 핀포인트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바루스의 얼굴에 '페이커' 이상혁의 얼굴을 넣어도 전혀 무리가 없겠지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이원희, 김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