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핀포인트'를 SK텔레콤 T1 '페이커' 이상혁과 CJ 엔투스 '코코' 신진영, 진에어 그린윙스 '갱맘' 이창석의 바루스 비교 기사로 꾸린 적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반응이 뜨거웠기에 이번 기사는 KT 롤스터와 롱주IM의 챔피언스 경기를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6일 열렸던 스베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5 서머 1라운드 3주차 KT 롤스터와 롱주IM의 경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그 중에서 2세트가 백미 중의 백미였다고 생각하는데요. 희대의 명경기가 나왔죠. KT가 유리하게 풀어갔지만 롱주IM이 맞받아치면서 상대의 억제기를 3개까지 파괴하며 밀어붙였죠.
3개의 억제기를 깬 팀은 대부분 승리합니다만 그 경기의 승자는 KT 롤스터였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롱주IM이 왜 졌을까'라는 팩트에 포커스를 맞춰 봤습니다. 어떻게 운영했으면 롱주IM이 이길 수 있었을까라는 주제로 각 기자별로 생각을 풀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지요.
◆김지원의 생각-아, 베인!
롱주IM은 45분경 KT에게 4용을 내줬지만 이어진 교전에서 상대 피즈를 제외한 모든 챔피언을 제압하고 3억제기를 파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롱주는 상대 시비르와 알리스타의 부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쌍둥이 타워보다는 내셔 남작을 택했습니다. 내셔 남작까지 차지한 롱주는 강력한 슈퍼미니언과 함께 상대 본진으로 진격했지요.
이 상황에서는 조바심을 내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 방향에서 몰려오는 슈퍼 미니언 뒤에 숨어서 바루스의 꿰뚫는 화살을 이용해 적의 체력만 깎아두면 피해 없이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겠죠.
여기서 럼블로 플레이한 '애플' 정철우의 이퀄라이저 미사일 사용은 상당히 바람직했다고 생각합니다. 슈퍼 미니언이 쌍둥이 포탑 공격의 집중할 수 있도록 적의 미니언을 모두 청소하는 역할을 해냈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승리에 대한 목마름이 너무 컸던걸까요? '로아' 오장원의 잘 큰 베인이 피즈를 잡기 위해 깊숙하게 진입하면서 렝가와 르블랑, 피즈의 포커싱을 받아 순식간에 잡혀 버립니다. 핵심 딜러 가운데 하나인 베인이 잡히며 진영이 무너진 롱주는 쌍둥이 타워 파괴에 성공했지만 KT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게 됩니다.
◇6일 열린 KT 롤스터와 롱주IM의 롤챔스 서머 1R 3주차 2세트.
55분경 내셔 남작 진영에서 이 경기의 마지막 교전이 펼쳐졌습니다. 내셔 남작을 먹은 롱주가 채 진영을 갖추기도 전에 KT가 시비르의 '사냥 개시'를 이용해 득달같이 달려들었습니다. 롱주IM이 이 교전에서 맞춰야할 핵심은 베인을 어떻게 얼마나 오래 지켜내느냐였습니다. 이동근의 쓰레쉬가 먼저 그 역할에 나섰지만 상대 렝가에게 순식간에 체력이 빠지며 뒤로 물렀습니다. 이를 본 '투신' 박종익의 세주아니가 빙하 감옥까지 사용해 상대를 묶으려고 했지만 뒤쪽에서 진입하던 르블랑까진 막지 못했습니다. 결국 르블랑과 베인의 1대1 구도를 만들어주고 말았고 이로 인해 교전에서 대패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죠.
롱주IM의 문제점은 오장원의 조바심과 경험 부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개의 억제기를 깨뜨렸던 좋은 상황에서 오장원의 베인이 전투 구도를 잘 잡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오장원은 앞선 여러 번의 대규모 교전에서 골드 획득량이 상대에 비해 6,000 까지 뒤진 상황이었지만 끝끝내 멋진 포지셔닝과 스킬 활용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집중력을 보였기에 더욱 아쉬움을 자아냈죠.
55분이 지난 시점에서 내셔 남작은 교전에서 많은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교전 한 번으로 승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내셔 남작에 섣불리 손을 댄 것은 팀 전체의 경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KT가 당황하는 시점에서 내셔 남작을 두드리지 않고 매복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베테랑의 부재가 롱주IM의 역전패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강성길의 생각-이퀄라이저를 왜 썼지?
48분30초에 롱주IM이 3개의 억제기를 파괴하고 슈퍼 미니언을 앞세워 밀고 들어갑니다.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넥서스까지 깨뜨리지는 못하면서 KT에게 역전의 여지를 줬지요. 롱주IM의 패인을 먼저 분석해보겠습니다.
롱주IM은 바론 버프까지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급하게 타워를 치려다 KT '나그네' 김상문의 르블랑에게 계속 맞으면서 체력이 줄어들었습니다. 갖출만한 아이템을 모두 갖춘 르블랑이었기에 Q 스킬을 한 번 이라도 맞으면 상당히 아픕니다.
김지원 기자의 생각과 달리 저는 정철우의 럼블이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아꼈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니언 정리에 이퀄라이저를 쓰기 보다는 곧이어 벌어질 전투 상황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상대 미니언을 빨리 정리해 쌍둥이 포탑 두 개를 파괴한다고 해도 5대5 싸움이 벌어질 것은 당연한데, 궁극기 의존도가 높은 럼블의 이퀄라이저 미사일이 빠진 것은 롱주IM 입장에서는 뼈아팠습니다.
◇KT 롤스터와 롱주IM의 하이라이트 영상
여기서부터 역전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퀄라이저 미사일이 빠진 것을 보고 KT의 서포터 정재우의 알리스타가 박치기-분쇄로 곧바로 난입합니다. 위기를 느낀 정철우의 럼블은 바로 존야의 모래시계를 써야 했고 상대가 들어올 것으로 판단했던 '이그나' 이동근의 쓰레쉬는 궁극기를 써버렸습니다. 정작 KT는 더이상 들어가지 않았고, 알리스타의 체력이 절반 정도 빠진 것이 피해의 전부였죠.
'로아' 오장원의 베인도 아쉬운 플레이를 보였습니다. KT '썸데이' 김찬호의 피즈를 잡을 각이 아닌 데도 앞구르기를 시도하다가 협공을 받아 전사했죠. 롱주IM은 딜을 넣고, 타워를 때릴 챔피언이 바루스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푸시에서 천천히 쌍둥이 타워를 깨는 운영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퀄라이저 미사일과 빙하 감옥, 부패의 사슬, 영혼 감독 등 KT의 피즈나 렝가, 르블랑이 들어왔을 때 맞받아칠 수 있는 궁극기를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전투를 하기도 전에 주요 기술들이 대다수 빠지면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두 번째 아쉬움은 55분에 펼쳐진 내셔 남작 싸움이었습니다. 일단 여기서 굳이 내셔 남작을 두드려야 한다는 오더가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이길 수 있던 경기를 못 끝냈고 전투 한 번에 역전 당할 수도 있다는 상황에서 롱주IM의 조급함이 묻어 났습니다.
KT의 알리스타가 분쇄를 통한 이니시에이팅으로 전투를 시작했죠. 롱주IM은 핵심 딜러가 바루스와 베인이었지만 김태일의 바루스는 바론 언덕 안에서 피즈한테 물리면서 아무 것도 못하고 전사했습니다. 정철우의 럼블 또한 이퀄라이저 미사일 역시 정타를 날리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오장원의 베인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렝가를 치다가 시비르로 타깃을 변경하는 등 타깃이 분산됐던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시비르와 1대1을 시도했지만 시비르는 렝가 도움까지 받았죠. 베인도 세주아니의 지원을 받았지만 별 도움이 안됐습니다. 결국 렝가, 시비르, 르블랑한테 협공 당해 전사하면서 게임이 끝났죠.
여기서 롱주IM이 이기려면 내셔 남작을 두드리는 척하다 빠져서 박종익의 세주아니가 빙하감옥을 날리고 그 위에 이퀄라이저 미사일이 깔리는 이니시에이팅이 이상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KT가 얼음과 화염에 싸여 있을 때 바루스의 궁극기인 부패의 사슬로 묶고 들어오는 챔피언들을 이동근의 쓰레쉬가 영혼 감독과 사슬 채찍으로 밀어냈다면 오장원의 베인이 마음 편히 데미지를 넣을 수 있었고 승자가 롱주IM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원희의 생각-둘 다 베스트는 아니었다
이번 KT의 3 억제기 파괴 이후 역전 경기는 두 팀의 실수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실수를 범한 쪽은 KT였죠. KT는 게임 초반부터 킬 스코어와 골드 획득량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표에서 앞서나갔습니다. 상대 상단 억제기 앞 포탑까지 철거한 상황에서 억제기를 마저 철거하고 드래곤과 내셔 남작 싸움에 주력했다면 무난히 이길 수 있었던 KT는 32분경 상대 정글로 무리한 침투 공격을 시도하다 두 명이 짤리고 내셔 남작까지 내줬습니다. KT는 35분경 하단에서 김찬호의 피즈가 상대에게 끊긴 뒤 하단 억제기를 내주며 주도권을 내줬습니다.
롱주IM은 이후 수 차례 교전에서 좋은 전과를 올리며 역전의 기회를 맞았지만 경기를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지 못하고 역전의 빌미를 허용했습니다. 45분경 드래곤 교전에서 4명을 제압한 롱주IM은 바루스와 베인, 럼블이 생존한 상황에서 넥서스 철거를 시도할 법했지만 3억제기 철거 이후 후퇴 전략을 선택합니다.
이미 중단 억제기를 파괴하고도 상대 챔피언 부활까지 20초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상황. 롱주IM이 미니언 웨이브를 기다려 쌍둥이 타워를 공격했다면 충분히 넥서스 철거까지 노려볼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대 피즈가 버티고 있었지만 베인과 바루스 모두 밴시의 장막이 활성화된 상황이어서 순간 삭제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피즈의 스킬을 하나 흡수하는 동안 3명이 협공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부활하는 챔피언이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4명이 모두 부활하는 것이 아니어서 상대가 부활하기 전에 쌍둥이 타워만 철거할 수 있다면 3명이 동시에 넥서스 일점사 공격을 시도하는 전략이 통할 수 있었습니다. 롱주IM의 부활 선수들이 합류해 마무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요. 하지만 롱주는 쌍둥이 타워 진격 대신 3억제기 철거 전략을 택했고 부활한 선수들은 상단 라인을 정리하는 선에서 타협을 봤습니다.
중단 억제기 이후 상단 억제기를 파괴한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롱주IM의 상단 억제기가 파괴됐던 탓에 상대 슈퍼 미니언이 상단에서 생성되고 있었는데, 롱주 선수들이 상단 억제기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슈퍼 미니언이 중단으로 따라온 것이죠. 이로 인해 미니언을 정리하고 쌍둥이 타워를 공격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차라리 하단 억제기까지 2개의 억제기를 파괴한 뒤 미니언 웨이브와 함께 진격했다면 보다 좋은 장면이 나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후 롱주IM은 내셔 남작 버프를 확보하고 상대 진영에서 교전을 벌여 쌍둥이 타워 2개를 파괴했는데, 이전 상황에서 쌍둥이 타워 1개라도 파괴했다면 다음 교전에서 넥서스 파괴도 가능했을 겁니다.
물론 억제기 3개를 파괴한 선택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3개의 억제기를 모두 파괴하고 내셔 남작까지 가져간 뒤 강화된 슈퍼 미니언들과 함께 넥서스를 공략하겠다는 선택 자체에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게임 후반부인 상황에서 상대 주요 챔피언들이 아이템을 모두 구비한 상황이고 르블랑과 피즈, 렝가라는 암살에 특화된 조합임을 감안하면 대규모 교전을 다시 치르는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끝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과감하게 끝내는 선택을 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윤성의 생각-평정심과 여유의 부재
롱주IM이 KT 롤스터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이유는 내셔 남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롱주IM은 전황이 불리하고 골드 획득량에서 지속적으로 KT에게 뒤처져 있었지만 내셔 남작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가져가면서 분위기를 뒤집었죠.
32분에 처음으로 내셔 남작을 가져갔을 때 롱주IM은 2대1 챔피언 교환에 성공했고 두 40분에는 두 번째 내셔 남작을 챙기면서 KT에게는 드래곤만 내줬습니다. 47분에도 내셔 남작을 챙기면서 바론 버프를 활용해 KT의 진영으로 돌격, 억제기를 대거 파괴했죠.
억제기 3개를 모두 깨뜨린 뒤에는 세 명의 기자들이 설명한 것처럼 아쉬운 점이 속출했습니다. 자리를 잡지 못한 베인,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허비한 럼블, 영혼 감옥을 허투루 쓴 쓰레쉬 등 좋지 않은 플레이가 겹쳤지요.
가장 좋은 타이밍에 경기를 끝내지 못한 롱주IM의 머리 속에는 '넥서스'라는 세 글자밖에 떠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슈퍼 미니언 덕에 바로 역습을 당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조금만 더 때렸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겠죠.
그 아쉬움은 내셔 남작 오더로 이어집니다. 55분에 롱주IM은 또 다시 내셔 남작을 두드리기 시작하는데요. 아이템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기에 소위 버스트를 해낸다면 쉽게 잡을 것이라 예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타이밍에 KT가 뒤를 덮치면서 롱주IM은 큰 피해를 입었고 경기를 내줬습니다.
롱주IM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들떠 있던 상태라고 예상됩니다. 1세트를 이긴 상황에서 2세트도 3개의 억제기를 파괴했으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겠죠. 그러나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KT의 수비에 막혔으니 얼마나 아쉬웠겠습니까. 평정심을 갖지 못한 조바심은 바론 오더로 이어졌고 희대의 역전패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도 대단했던 롱주IM
3개의 억제기를 파괴당한 뒤에 경기를 이기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2013년 1월9일 올림푸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윈터 시즌 4강 4세트에서 아주부 블레이즈가 3개의 억제기가 깨진 상황에서 역전승을 거둔 바 있습니다. 그 때에는 아주부 프로스트가 패기의 우물 다이브를 한 덕분에 뒤엎을 여지가 만들어졌는데요. 이번 경기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죠.
데일리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총평 결과 롱주IM이 거기까지 끌고 간 것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롱주IM은 3분에 한 차례 골드 획득량에서 앞선 것을 제외하고 모두 뒤처졌습니다. 23분에는 6,000 골드까지 뒤처졌죠. 하지만 내셔 남작을 연거푸 가져가면서 2,000 골드까지 좁혔습니다.
라이엇게임즈가 제공하는 매치 히스토리를 보면 상대 챔피언에게 가한 피해향 데이터도 나오는데요. 패배한 팀인 롱주IM이 13만, KT가 12만으로 1만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평정심을 조금만 찾는다면 롱주IM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말을 남기면서 운영에서는 패했지만 싸움에서는 패하지 않았던 롱주IM의 패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데일리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팀(desk@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