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 모두 라이너이긴 하지만 포지션이 다르면서 세 경기의 공통점이 없을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공통분모가 하나 있습니다. 세 경기 모두 서포터가 애니로 플레이했고 슈퍼 이니시에이팅을 선보였다는 점입니다.
◆미드 마이 키운 이재완의 애니
이상혁이 '미드 마이(미드 챔피언 마스터이로 써야 하지만 줄여서 쓰겠습니다)'를 선택하면서 SK텔레콤은 한 가지 전제 조건을 달아 놓습니다. 이상혁이 진입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스터 이의 특성상 상대가 움직이지 못할 때 폭발적인 화력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움직일 때에도 화력 발휘가 되지만 군중 제어기가 없는 마스터 이 특성상 동료들이 도와주면 확실하게 킬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마스터 이의 화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SK텔레콤은 두 가지 장치를 배치합니다. '마린' 장경환이 모르가나를, '울프' 이재완이 애니를 선택한 것이지요. 모르가나는 어둠의 속박으로 상대를 묶을 수 있고 칠흑의 방패를 걸어줄 경우 아군 챔피언을 상대의 마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애니는 스킬을 4번 시전한 뒤 다음 공격 스킬에 맞은 적을 기절시킬 수 있는 방화광이라는 패시브를 갖고 있지요. 초반에 이 패시브에 걸렸을 때 체력이 엄청나게 빠졌던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SK텔레콤은 초반부터 모르가나와 애니의 스킬을 활용해 미드 마이 키우기에 나섭니다. 라인전을 펼치던 이상혁이 뒤쪽으로 밀리는 듯 연기를 시도하자 위쪽에서 내려오던 애니가 점멸을 사용한 뒤 스턴을 걸면서 멈춰 세웠고 아래쪽 부시에 숨어 있던 모르가나도 점멸을 쓰면서 어둠의 속박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렉사이도 들어와서 신진영의 우르곳을 띄웠지요. 이상혁의 미드 마이에게 킬을 주려고 했지만 배성웅의 렉사이가 가져간 것은 자그마한 함정이라 생각됩니다.
어찌 됐든 신진영의 우르곳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이상혁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판을 한 번 깔았습니다. 그 효과는 바로 6분에 드러납니다. 우르곳이 포탑을 끼고 수비하려 하자 애니와 렉사이가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마스터 이 또한 들어옵니다. 우르곳은 스턴에 걸리면서 삽시간에 잡혔고 뒤쪽에서 늑대를 잡던 강찬용의 니달리까지 제압 당하지요.
SK텔레콤이 미드 마이로 승리를 확정지은 타이밍은 21분 CJ의 정글 지역에서 펼쳐진 대규모 교전 때입니다. 멀리서 조여 들어오던 SK텔레콤은 모르가나가 늑대 지역에 심어져 있던 와드를 타고 들어와 이니시에이팅을 하면서 전투를 시도하지요. 순간이동 효과 때문에 모르가나가 싸움을 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애니가 먼저 티버를 소환하면서 3명을 묶으며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이재완의 애니가 티버를 소환할 때 묶인 챔피언은 니달리, 럼블, 알리스타입니다. 화력을 담당해야 하고 들어오는 SK텔레콤 선수들을 밀쳐내야 하는 챔피언들이 묶이면서 퇴각해야 했지요. 전투 진영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마스터 이는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피해 진입했고 정글 지역을 빠져 나가려는 챔피언들을 잡으면서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리븐을 살려낸 강범현의 티버
KOO 타이거즈와 진에어 그린윙스의 3세트에서는 '스멥' 송경호의 리븐이 펜타킬을 달성했지요. 롤챔스 역사상 19번 째 펜타킬이었고 톱 라이너로는 처음으로 달성한 펜타킬이었습니다.
송경호의 리븐은 워낙 잘 컸기에 진에어 선수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오죽하면 리븐 혼자 스플릿 푸시를 시도하는데 3명이 달려들어 간신히 잡아냈겠습니까.
송경호의 리븐은 37분에 김종인의 시비르, 김태완의 그라가스와 함께 내셔 남작을 두드립니다. 전투를 유도하기 위한 액션이기도 했지만 진에어가 다가오지 않으면 가져가도 된다는 생각으로 때렸지요. 대부분의 아이템 구성을 완료했기에 화력이 엄청났고 금세 잡아냅니다.
바론 버프를 달고 난 전투에서 KOO는 넓게 퍼져 있던 진에어 선수들에게 공격을 당합니다. 시비르와 애니는 렉사이를 잡으려고 전장에서 이탈했고 카사딘은 르블랑, 코르키에게 공격을 당하며 빈사 상태에 달했죠. 믿을 건 리븐밖에 없었지만 그 마저도 노틸러스의 폭뢰와 닻줄 견인에 걸리면서 집중 공격을 당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 때 강범현의 애니가 등장합니다. 시비르와 함께 렉사이를 쫓아갔던 애니는 진에어의 딜러들 사이로 파고 듭니다. 노틸러스가 닻줄 견인으로 리븐을 걸어 놓고 럼블과 코르키가 화력을 폭발시키려는 찰나에 티버를 소환하면서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들었죠.
티버를 피하기 위해 진에어 선수들이 허둥지둥대는 동안 리븐은 정신을 차렸고 점멸을 쓰면서 진입, 노틸러스와 르블랑을 녹여 버립니다. 그라가스와 카사딘을 잡기 위해 럼블, 코르키, 렉사이가 달려들자 뒤쪽으로 빠지면서 스킬 타이밍을 기다린 리븐은 다시 진입하면서 한 명씩 차례로 잡아냈고 펜타킬을 달성했습니다.
만약 강범현의 애니가 티버를 그 자리에 소환하지 못했다면 리븐은 스킬 콤보를 쓰기도 전에 녹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랬다면 펜타킬은 커녕 승리도 내줬겠지요?
◆추격용으로 쓰인 애니의 스킬
KT 롤스터와 아나키의 1세트에서 노동현의 시비르가 펜타킬을 내는 과정에서 정재우는 추노용으로 애니의 스킬이 얼마나 좋은지를 보여줬습니다.
34분에 내셔 남작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자 정재우는 우측으로 잠시 빠지면서 순간이동으로 넘어오는 럼블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화염방사기를 쓰면서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깔 자리를 보고 있던 럼블에게 티버를 소환하면서 화력 발휘를 하지 못하도록 1차 저지선을 형성하지요. 럼블이 움직이지 못하자 노동현의 시비르는 일점사를 통해 킬을 만들어냅니다.
화력의 중심인 럼블을 잃자 아나키는 뒤쪽으로 퇴각하는데요. 정재우의 애니는 패시브인 방화광을 쓰레쉬에게 적중시키면서 시비르에게 쿼드라킬을 안깁니다. 쿼드라킬 사인이 나오자 KT 선수들은 도망가던 그라가스를 묶어 놓고 시비르가 오기를 기다리죠.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노동현은 편안히 펜타킬을 달성합니다.
◆공격형 서포터의 정점
세 번의 사례를 봤을 때 애니는 참으로 좋은 서포터 챔피언입니다. 스킬을 쓰다가 5번째를 적중하면 기절시킬 수 있다는 패시브가 일단 '사기'성이 짙습니다. 6레벨 이후에 소환할 수 있는 티버는 엄청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은 물론,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가정 하에서 45초 동안 적들을 추격할 수 있죠. 그리고 애니가 어떤 스킬을 쓰느냐에 따라 티버도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에는 미드 라이너용 챔피언으로 쓰이기도 했던 애니는 선수들 사이에서 톱 라이너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연구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서포터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2013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로얄클럽 황주의 서포터 '타베' 웡팍칸이 잘 쓰면서 팀을 결승까지 올리기도 했지요.
사기성이 짙은 스킬들을 갖고 있는 애니 덕분에 롤챔스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속출되고 있네요. 앞으로도 애니의 활약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