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가장 잘하는 선수는 누구일까요? 결과는 너무 뻔하죠. 지난 시즌 우승자 장동훈일 것입니다. 장동훈은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제압하고 결승전에서 김승섭을 상대로 '패패승승승'이라는 기적적인 역전극을 일궈내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최고의 실력을 지닌 우승자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의 만남. 다행히도 두 선수는 이번 시즌 시작 전 합숙하며 연습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습니다. 어색할 수도 있었던 더블 인터뷰에서 두 선수는 어떤 선수보다 넘치는 '캐미'를 선보였습니다.
때로는 리그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던 두 선수. 전문가들을 모두 모아 놓고 진행한 간담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박준효와 장동훈은 그동안 챔피언십에 참가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의견들을 전했는데요. 역시 최고의 자리는 아무나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입니다.
두 사람이 털어놓은 챔피언십의 미래 그리고 현재 챔피언십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장동훈-박준효가 미친 듯이 노력한 이유
DES=오랜만이네요. 챔피언십 끝나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네요.
박준효=저야 (장)동훈이에게 4강에서 패한 아픔을 달래느라 시간을 보냈죠(웃음). 농담이고 그동안 쌓였던 피로도 풀고 친구들도 만나는 등 힐링의 시간을 보냈어요.
장동훈=우승하고 난 뒤 좋을 줄 알았는데 우승턱 내느라 힘들었어요(웃음). 돈을 엄청 쓴 것 같아요.
DES=장동훈 선수가 우승하면서 선수들이 더 좋아하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대부분 응원은 해도 이렇게 진심으로 좋아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박준효=그렇죠. 하지만 (장)동훈이가 우승한 것은 기존 우승자들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장)동훈이는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이번 챔피언십에 참가한 선수 12명 가운데 가장 열심히 노력한 선수가 바로 (장)동훈이에요.
장동훈=이건 제 입으로 사실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웃음). 밥 먹을 때도 경기 생각만 했어요. 잠 잘 때 빼고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태블릿 PC에 상대 VOD를 넣어서 습관부터 패스 타이밍까지 모두 연구했어요. 주변에서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세계 명문 대학에서 초빙해 갔을 것이라고 말하더군요(웃음).
박준효=그동안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에서는 실력보다는 운이 경기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장)동훈이가 우승하면서 드디어 열심히 노력한 선수가 우승할 수 있는 리그가 된 거죠. 실력을 겨루는 정정당당한 리그가 돼야만 챔피언십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장동훈=사실 지난 시즌 우승자인 (김)정민이 형이 연습을 잘 안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특히 그때 (박)준효 형의 좌절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했는데 연습 많이 안하기로 유명한 정민이 형이 우승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DES=노력하는 선수가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군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챔피언십에서는 그게 잘 안 됐던 것도 사실이죠.
박준효=피파온라인3가 욕을 많이 먹는 이유기도 해요. 게임의 단점이 리그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죠. 그래서 리그 관련 댓글을 보면 좋은 이여기가 없잖아요. 그래도 이번에 정말 많이 노력한 (장)동훈이가 우승하면서 리그의 공정성이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에요.
장동훈=준효형이 4강에서 저에게 지고 난 뒤 이런 말을 했어요. 무조건 네가 우승해야 한다고. 우리가 노력하는 선수가 우승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그래야지만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이 제대로 된 리그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그 말을 들으며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을까 싶어요(웃음).
DES=지난 시즌은 드디어 정의가 실현됐군요(웃음).
박준효=운이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우승한 선수가 등장한 거죠. 선수들이 (장)동훈이의 우승을 자기 일처럼 기뻐한 것도 자신도 노력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죠. 아마 차기 시즌에서는 노력하지 않은 선수는 절대 좋은 성적 거두기 힘들 거에요.
장동훈=저의 우승이 단순한 개인의 기쁨이 아니라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팬들에게는 정당성과 공정성을 보여줄 수 있었던 계기가 돼 기분 좋아요. 상금도 벌고요(웃음).
박준효=노력하는 자가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성공했어요. 그것만으로도 동훈이의 우승은 몇 배의 가치가 있어요. 기특하죠(웃음).
◆공정한 리그의 초석
DES=이번 시즌 팀을 구성하는 룰은 어떤 것 같아요?
박준효=최고죠. 솔직히 첫번째 시즌은 자신의 팀으로 리그에 나오다 보니 돈을 많이 쓴 선수가 우승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죠. 두 번째 시즌은 드래프트로 치러지다 보니 중간에 위치한 선수들이 정말 최악이었어요. 처음이나 끝에 배치된 선수들은 그대로 하나씩 좋은 선수들을 데려갈 수 있었는데 중간에 있던 저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앞에서 고르고 남은 선수들로 팀을 채워야 했거든요. 오히려 첫번째 시즌보다 더 운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장동훈=이번 시즌 방식은 최고였어요. 일정 EP를 지급하고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하게 된 것이잖아요. 게다가 컨트롤이나 꼼수가 아닌 감독의 역할이 부각되는 경기 운영을 할 수 있게 됐죠. 최고의 리그였다고 생각해요.
박준효=공정성에 있어서는 이 방식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다만 지급하는 EP를 5억 정도로 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팬들도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3억 EP로는 멋진 플레이를 자주 보여줄 수가 없거든요.
DES=골 득실에 따라 추가 EP를 제공한 것도 좋은 시도였다는 평가가 많아요.
박준효=덕분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도 손해보지 않는 상황이 됐죠. 사실 피파온라인3는 수비가 공격보다 백배 중요해요. 그래서 선수들이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경기가 재미가 없어지죠. 공격을 자주 하는 선수에게 어느 정도의 이익을 주는 일은 리그 활성화를 위해 무조건 이뤄져야 하는 일이에요.
장동훈=적극 동의해요. 사실 한 골 넣고 누가 봐도 시간 끌기 위해 공 돌리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거든요(웃음). 우승하려면 추가 EP를 지급받아야 팀을 좋게 꾸릴 수 있기 때문에 아마 차기 시즌에서도 이같은 방식을 계속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DES=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아직도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준효=그게 안타까워요. 정말 많이 바뀌었는데(웃음). 시작이 좋지 않다 보니 이제 팬들에게 그런 이미지로 굳혀진 것 같아요. 지금 방식은 선수들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 정도로 공정한 룰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이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챔피언십 활성화를 위한 노력
DES=공정성을 확보했다면 이제 리그가 더 활성화 되기 위한 노력들을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듯 해요.
박준효=우선 렉 문제부터 해결해야 해요. 선수들이 렉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자신만의 개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수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갈 수 밖에 없거든요. 이 문제는 빠르게 해결하지 않으면 챔피언십 경기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장동훈=이번 시즌 통계를 내보면 한쪽 부스 승률이 더 좋을 거에요. 한쪽 부스 컴퓨터 렉이 심하거든요.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데 시즌1 때부터 이야기 했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까워요.
박준효=우스갯소리로 렉 타이밍까지 잰 뒤 패스를 해야 제대로 된 패스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선수들이 더 좋은 전술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데 렉 타이밍을 연구한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에요. 넥슨이 차기 시즌에는 꼭 해결해 줬으면 좋겠어요.
DES=렉 문제 말고 다른 방법도 고민했을 것 같아요.
박준효=리그가 잘 되면 저희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성적 이외에도 이런 고민들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유니폼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동훈=저는 지난 시즌 수원 삼성으로 플레이 했거든요. 그럼 선수들이 자신이 선택한 팀 유니폼을 입는다거나 아디다스 옷이 아니라 입을 수 없다면 비슷한 색이라도 입어서 자신만의 개성을 살렸으면 좋겠어요.
박준효=지난 시즌 저희가 입고 경기한 유니폼은 정말 최악이었어요. 답답한 것이 아디다스도 후원 효과를 누리려면 예쁜 옷을 입고 그 옷을 홍보해 주는 것이 낫지 않나요? 저희 얼굴 색 죽이는 형광노랑 유니폼은 정말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장동훈=사소한 것일지 모르지만 유니폼 하나에도 신경을 써주면 리그를 보는 재미도 더하고 선수들의 개성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게 돼야죠.
DES=전문가들보다 더 전문가다운 이야기들이 나오네요. 진짜 리그 전문가는 생각해 보면 선수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박준효=선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라 리그를 위한 쓴소리를 고민하고 바꾸는 노력도 하면 더 좋겠죠.
장동훈=차기 시즌은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웃음).
DES=차기 시즌 자신 있나요?
박준효=(장)동훈이만 안 만나면 우승할 수 있어요(웃음). 저보다 더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이길 수가 없잖아요. 동훈이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나이도 있고(웃음).
장동훈=차기 시즌에도 계속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지난 시즌만큼 준비한다면 차기 시즌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지 않을까요?
DES=오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 잘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박준효=팬들이 챔피언십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것 같은데 최근 정말 공정한 룰이 도입되고 선수들도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앞으로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장동훈=리그가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팬이 거의 없었는데 우승하고 나니 정말 많은 팬들이 응원해 주세요.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차기 시즌에서는 더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DES=오늘 데일리e스포츠 창간 7주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 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경기 부탁 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