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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언젠가 1등이 될 2등

[기자석] 언젠가 1등이 될 2등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롯데홈쇼핑 KeSPA컵 2015 시즌2가 열렸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단기 대회다. 공식 리그이긴 하지만 사흘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대회에서 의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평생 2등만 할 것 같았던 SK텔레콤 T1의 저그 어윤수가 정상에 섰다.

스타2 팬들에게 어윤수는 '준우승의 아이콘'으로 기억되어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들이 스타2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2년 이후 무려 4회 연속 GSL 결승전에 올랐고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2013년 WCS GSL 시즌3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백동준에게 2대4로 패하면서 처음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어윤수는 2014년 내내 GSL 결승전 세 번을 모두 치르는 과정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시즌1에서는 주성욱에게 3대4로 패했고 시즌2에서는 같은 팀 김도우, 시즌3에서도 같은 팀 이신형에게 무너졌다.

준우승 러시를 이어가던 과정에서 어윤수는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준우승에 머물면서 준우승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2014년 9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드림핵 오픈에서 강민수에게 0대3으로 패한 것. 여기에 프로리그까지 팀이 결승에서 패하면서 어윤수는 6연속 준우승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연이은 준우승으로 인한 타격이 컸을까. 은퇴까지 마음 먹은 적이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불과 1년 사이에 개인과 팀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기에 어윤수는 '여기까지가 끝인가보다'라는 생각을 자주 가졌다. 2015 시즌에는 결승전에도 한 번도 올라오지 못하면서 주위의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KeSPA컵 시즌2에서 어윤수는 살아났다. 16강에서 요이 플래시 울브즈 강초원을 3대0으로 잡아낸 어윤수는 8강에서는 CJ 엔투스 김준호를 3대1로 꺾었다. 4강에서는 이동 통신사 라이벌 KT 롤스터 이영호를 제압하면서 기세를 탔고 결승에서는 팀 동료 저그 박령우를 4대1로 꺾고 정상에 섰다. 프로게이머 8년만의 경사였다.

어윤수와 비슷한 길을 걸은 선수는 꽤 많다. '콩라인의 시초'라 불리는 홍진호를 시작을, 송병구, 정명훈, 허영무 등이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꽤 많은 개인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콩라인을 형성했다(하지만 이 선수들보다 임요환이 더 많은 공식대회 준우승을 기록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스타2에서는 이정훈이 준우승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어윤수가 개인리그 5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네이버 스타2 스타리그에 이어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시즌2에서 연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SK텔레콤 테란 조중혁, KeSPA컵 시즌1과 시즌2에서 연거푸 2위에 머문 SK텔레콤 저그 박령우가 남아 있는 '콩라인' 후보들이다.

조중혁과 박령우를 응원하는 팬들은 좌절보다는 기대감을 더 갖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이 선수들도 언젠가는 정상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만년 2등은 없다. 2등을 밥 먹듯 하는 선수들은 2%만 채우면 우승자가 될 수 있다. 이번 KeSPA컵에서 결승'戰'의 어윤수가 결승'前'의 어윤수과 같은 실력을 보였던 것처럼.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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