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스베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2015 2라운드 4주차 KT 롤스터와의 2세트에서 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이 보여준 강타 이즈리얼 보셨나요? 엄청난 데미지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요.
이번 '핀포인트'에서는 이상혁이 보여준 강타 이즈리얼의 비밀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의 2세트 영상.(출처=네이버 스포츠)
◆퍼스트 블러드 효과
이상혁의 초기 아이템은 도란링과 비스킷이었습니다. 첫 아이템은 선수들마다 다를 경우가 있는데요. 같은 날 경기를 치렀던 레블즈 아나키의 '미키갓' 손영민의 강타 이즈리얼은 마나 포션과 3개의 비스킷, 수정 플라스크를 들고 나오기도 했지요. 이상혁의 경우에는 아마도 맞라인전을 펼치는 KT '나그네' 김상문이 룰루를 택했기 때문에 도란링으로 상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인전에서 이상혁은 김상문을 괴롭혔습니다. 정확하게 스킬을 적중시키면서 체력을 빼놓았죠. 6레벨이 된 6분경 이상혁은 서포터 '울프' 이재완의 알리스타의 도움을 받아 퍼스트 블러드를 가져갔습니다. 하단 지역 3대3 싸움을 마치고 이재완이 중단으로 올라오자 이상혁은 정조준 일격으로 김상문의 체력을 빼놓았죠. 이재완이 점멸을 쓰면서 도망가려던 김상문을 벽으로 밀어붙였고 탈진까지 걸면서 이상혁에게 퍼스트 블러드를 선사했습니다.
퍼스트 블러드를 통해 400 골드를 가져간 이상혁은 50개의 CS를 가져간 뒤 경비대의 길잡이와 증폭의 고서, 사파이어 수정을 들고 전장에 복귀했습니다. 김상문의 아이템과 큰 격차는 없었습니다만 강타 이즈리얼을 시전할 바탕은 확실하게 마련된 셈이지요.
◆룬글레이브 등장
이상혁은 김상문과의 데미지 교환에서 뒤처지면서 중앙 1차 포탑을 생각보다 일찍 내줬습니다. 11분까지 펼쳐진 라인전에서 체력이 빠진 이상혁은 1차 포탑을 노리고 들어온 KT 선수들을 피해 본진으로 돌아가야 했고 포탑을 파괴당했죠. 김상문보다 CS 숫자에서 10개 가량 앞서 있던 이상혁은 룬 글레이브와 쓸데 없이 큰 지팡이를 들고 라인에 복귀했습니다.
중앙 1차 포탑을 깨뜨렸기에 KT 선수들은 이상혁을 잡을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죠. '스코어' 고동빈의 그라가스가 SK텔레콤의 정글 지역에 매복했고 그 뒤로 '피카부' 이종범의 쓰레쉬가 따라 들어오면서 이상혁을 노렸습니다.
이상혁은 이 상황을 와드를 통해 모두 보고 있었죠. 고동빈이 이동하자 벽 쪽으로 붙으면서 빠진 이상혁은 이종범의 사형선고를 피하면서 역공을 노렸습니다. 이상혁의 움직임을 함께 보고 있던 SK텔레콤 '벵기' 배성웅의 이블린과 '울프' 이재완의 알리스타가 합류하면서 이종범을 공격했고 이상혁은 정조준 일격을 통해 두 번째 킬을 올렸습니다. 공격 대기하고 있던 김상문의 룰루까지 잡아낸 이상혁은 3킬을 홀로 올리면서 10명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막을 수가 없다
17분에 본진에 다녀온 이상혁은 루덴의 메아리를 구매하면서 공격수로서 손색이 없는 화력을 갖췄습니다. 루덴의 메아리는 주문력 +100, 이동 속도 +10%를 제공합니다. 충전량 100이 되면 다음 스킬 공격시 충전된 전류를 방출하고 적중시에는 최대 4명의 적에게 100(+주문력의 10%)에 해당하는 추가 마법 피해를 주죠.
18분에 중앙 지역에서 펼쳐진 전투에서 강타 이즈리얼의 파괴력이 나타났습니다. 이종범의 쓰레쉬와 김찬호의 쉔을 피하기 위해 비전 이동을 쓰면서 뒤쪽으로 빠졌던 이상혁은 재진입하면서 김찬호의 쉔을 노렸습니다. 김찬호는 신비한 화살, 정수의 흐름, 비전 이동이 주는 데미지에 의해 녹아 버립니다. KT 선수들 가운데 가장 방어적으로 아이템을 구성했던-물론 마법 방어력이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지만-김찬호의 쉔이 콤보 공격에 의해 잡히면서 강타 이즈리얼을 막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내려졌죠.
이어진 전투에서도 강타 이즈리얼의 무서움이 보여졌습니다. 50% 이상의 체력을 갖고 있던 '스코어' 고동빈의 그라가스가 이상혁의 콤보 공격에 의해 실낱같은 체력만 남은 채 전장에서 이탈해야 했죠.
20분에 드래곤 전투에서도 이즈리얼의 화력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정면으로 들어온 김찬호의 쉔을 도망가게 만들었고 추격하는 과정에서 '애로우' 노동현의 트위치에게 단 두 대를 맞혔을 뿐인데 절반 이상의 체력을 깎았죠. 김상문의 룰루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23분에도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죠. 내셔 남작을 두드리던 SK텔레콤은 KT 선수들이 덮치려하자 고개를 뒤로 돌려 반격했습니다. 뒤쪽에 빠져 있던 이상혁은 이종범의 쓰레쉬, 노동현의 트위치에게 정조준 일격을 적중시켰는데요. 랜턴을 받고 함께 도망가려던 두 선수는 단 한 번의 공격에 각각 2/3의 체력이 줄어들었죠.
◇이상혁이 설명하는 미드 강타 이즈리얼의 핵심
◆페이커의 강타 이즈, 왜 강한가
지난 '핀포인트'에서 미드 바루스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서머 시즌 초창기에 이상혁을 시작으로 CJ '코코' 신진영, 진에어 '갱맘' 이창석 등 3명의 룬 구성, 특성, 아이템 진행 상황 등을 바탕으로 분석했는데요. 그 때 이상혁의 스킬 적중률이 다른 선수들보다 높았기에 미드 바루스가 성공적이었다고 결론을 지은 바 있습니다.
이번 강타 이즈리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초반에 킬을 만들어내면서 급성장한 것도 컸지만 이 과정에서 이상혁의 스킬 적중률은 놀랍기 그지 없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스킬 적중률까지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기에 다른 요소로 추론해 보겠습니다.
이 표는 라이엇게임즈가 제공하는 데미지에 대한 분석입니다. 붉은 색 박스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을 보시지요. Total Damage to Champions(챔피언에게 가한 데미지 총량)에서 이상혁은 단연 1위입니다. 무려 2만7900이나 데미지를 입혔지요. KT에서는 '애로우' 노동현의 트위치가 1만4천으로 1위인데요. 이상혁의 수치의 절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강타 이즈리얼을 택한 선수들 대부분 데미지 총량에서 상위에 랭크됩니다. 엄청난 차이로 진 경기만 아니라면 거의 1, 2위를 기록하지요. 화력의 중심인 미드 라이너가 주로 강타 이즈리얼을 시도하고 기량까지 뛰어난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혁이 보여준 위력은 일반적인 강타 이즈리얼 이상입니다. 다른 선수들과의 데미지 격차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죠.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이상혁은 교전이 일어났을 때 상대 팀의 챔피언만 정확하게 가격합니다. 아이템을 잘 갖췄기에 더 많은 데미지를 넣을 수 있었겠습니다만 모든 스킬들이 논타깃으로 구성된 이즈리얼이라는 챔피언 특성을 감안하면 정확한 스킬 사용은 이즈리얼의 정수임에 틀림 없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팩트도 있습니다.
이상혁은 강타 이즈리얼이라는 메타가 등장하기 전에도 공식전에서 자주 활용했습니다. 챔피언스 스프링 시즌에도 네 번 사용해 3승1패를 거뒀고 서머에서도 미드 라이너 포지션에서 이즈리얼을 선택한 선수는 이상혁이 유일했습니다. 강타 이즈리얼이 등장하기 전 총 8번 선택됐고 7번이 원거리 딜러들이 사용했죠.
그 당시 이상혁은 파랑 이즈라고 불리는, 쿨 타임 감소 효과 이즈리얼을 썼는데요. 그 때에도 정확한 스킬 사용이 백미였죠. 스킬을 적중시키면 공격 속도가 6초간 10% 증가하는 패시브를 갖고 있는 이즈리얼의 특성과 이상혁의 정확도 높은 스킬 사용 능력은 잘 어울리죠.
룬 글레이브라는 새로운 정글러 아이템과 루덴의 메아리라는 활용도 높은 아이템, 정확하게 스킬을 구사하는 이상혁의 능력이 조합되면서 '페이커표' 강타 이즈리얼이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