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5 서머 시즌 2라운드 4주차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이 있습니다. 바로 스베누 소닉붐 팀입니다. 스프링 시즌이 끝난 뒤 챔피언스의 TO가 두 장 늘었고 스베누 소닉붐은 승강전을 통과하면서 서머 시즌에 참가했습니다. 당시에는 프라임이라는 이름으로 뛰었던 스베누 소닉붐은 서머 시즌 개막 직전 후원사를 얻으면서 스베누 타이틀을 달고 리그에 참가했습니다.
서머 시즌을 분석할 때 전문가들은 아마추어인 아나키와 프로게임단이긴 하지만 챔피언스 경험이 거의 없던 선수들로 구성된 스베누 소닉붐이 하위권을 형성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아나키는 개막전에서 나진 e엠파이어를 잡아내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죠.
아나키의 활약이 부담스러웠을까요. 스베누 소닉붐은 연패를 거두면서 서머 시즌을 시작했고 2라운드 4주차까지도 한 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2라운드에 들어와서는 강호들을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면서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만 리그 막판 상위권 팀들과의 연전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스베누는 '무승 후보'라는 좋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난 1일 열린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대결에서 스베누 소닉붐은 감격의 시즌 첫 승을 따냈는데요.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3세트 후반부를 집중 분석해 보겠습니다.
◇스베누 소닉붐이 챔피언스에서 영광스런 첫 승을 따낸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3세트 하이라이트.(영상=OGN)
◆이보다 팽팽할 수는 없다
스베누 소닉붐은 2라운드 들어 강호들을 상대하면서 한 세트를 가져가면서 경쟁력이 올라오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게 강해졌다고 볼 수는 없었지요. 일례가 CJ 엔투스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따낸 것이었는데요. 당시 CJ는 주전이 아닌 예비 명단에 있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챔피언스에서 경기 경험을 쌓아주겠다는 의미였죠.
스베누가 CJ를 상대로 1세트를 따낸 이후 CJ는 주전으로 다시 세팅했고 2, 3세트를 내리 가져가면서 2대1로 승리했습니다. 스베누로서는 이보다 더 큰 치욕은 없었습니다.
진에어와의 경기에서 스베누는 확실히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2세트에서 난타전을 벌이면서도 막판 집중력을 앞세워 승리를 가져갔지요. 그 때 경기를 보면 킬 스코어에서는 진에어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도 골드 획득량에서는 팽팽한 상황을 유지했는데요. 그 저력은 3세트에서도 발휘됐습니다.
40분경까지 스베누는 진에어와 같은 수의 킬,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드래곤 사냥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전 경기들과는 달라진 모습이었지요.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골드 획득량입니다. 40분이나 경기를 치렀지만 스베누는 골드 획득량에서 오히려 진에어보다 1,000 가량 앞섰습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후반 뒷심 부족과 대규모 교전에서의 집중력 하락만 극복한다면 1승을 거둘 수 있는 제반 환경은 모두 마련된 셈이지요.
◆'갱맘'의 판단 미스
40분에 진에어 그린윙스의 판단 미스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미드 라이너 '갱맘' 이창석은 상단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자신의 진영에서 푸른 파수꾼을 사냥하며 블루 버프를 단 이창석은 상단으로 이동했고 스베누의 원거리 딜러 '뉴클리어' 신정현의 시비르를 노립니다. 정글 몹을 사냥하고 있던 신정현이 상단 라인으로 복귀할 경우 집중 공격을 통해 순간 삭제하려는 의도였죠.
하지만 신정현은 자신의 진영 쪽으로 복귀하는 방법을 택했고 아쉬움이 남은 이창석은 스베누의 정글 지역으로 깊숙히 파고 듭니다. 이 때 스베누 선수들은 붉은 덩굴 정령 지역에 심어 놓은 와드를 통해 이창석의 움직임을 파악했습니다. 순식간에 정글 지역에 붉은 핑이 찍히기 시작했고 5명의 선수가 모두 모여들었죠.
이창석의 라이즈는 혼자서는 잡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대천사의 포옹, 밴시의 장막, 영겁의 지팡이, 공허의 지팡이 등을 갖추고 잇었기 때문에 1대1에서는 그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를 알고 있던 스베누는 5명을 전원 소집했고 라이즈 잡기에 나섰습니다.
'캐치' 윤상호의 그라가스가 이창석의 라이즈에게 술통을 적중시키면서 밴시의 장막을 제거했고 서포터 '시크릿' 박기선의 애니가 티버를 소환하면서 스턴을 걸었죠. 그리고 미드 라이너 '사신' 오승주의 빅토르가 광선을 쏴대기 시작했고 원거리 딜러 '뉴클리어' 신정현의 시비르도 화력을 보탰습니다.
아무리 잘 큰 이창석의 라이즈라고 해도 5명이 때려대는데 답이 없었지요. 이창석이 물리는 장면을 확인한 진에어는 '트레이스' 여창동의 마오카이, '파일럿' 나우형의 코르키, '스위트' 이은택의 레오나, '체이서' 이상현의 이블린이 몰려 들어 구하러 나섰지만 이창석 대장군을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여창동의 마오카이까지 잡히면서 수적 열세에 몰렸죠.
◆2차 교전 대승
5명이 모두 살아 있던 스베누는 편안하게 내셔 남작을 가져갔습니다. 바론 버프를 단 이후에는 진에어의 상, 중, 하단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외곽 2차 포탑까지 모두 밀어냈죠. 타워 파괴 숫자에서 진에어에게 뒤처져 있었지만 어느새 6대2로 스베누가 앞서 갔습니다.
스베누는 7분 뒤에 재생된 내셔 남작을 두드릴 선제 공격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비록 억제기를 깨지는 못했지만 진에어 선수들이 중앙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내셔 남작 재생 11초를 남겨둔 스베누는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진에어 선수들도 연속해서 바론 버프를 넘겨줄 경우 경기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중앙 지역으로 치고 나왔죠.
스베누는 순간적으로 '뒤로 돌아'를 시도합니다. 탄탄한 맷집을 자랑하던 '캐치' 윤상호의 그라가스가 선봉에 섰죠. '스위트' 이은택의 레오나가 시야에 들어오자 몸통 박치기로 거리를 좁힌 뒤 술통 폭발을 통해 이은택을 진에어의 본대로부터 분리시켰습니다. 아무리 레오나의 맷집이 좋다고 해도 5명이 모여서 두드리는데 장사 없죠.
이은택이 사라지자 스베누는 자신감을 앞세워 치고 들어갔습니다. '소울' 서현석의 나르가 잡히더라도 한 번 더 살아날 수 있는 수호천사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었고 화력을 담당하는 빅토르, 시비르 또한 아이템 측면에서는 더 이상 갖출 것이 없을 정도로 완비했기 때문이지요.
이 때에도 스베누는 이창석의 라이즈를 노렸습니다. 서현석의 나르가 이창석을 벽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궁극기를 썼지만 이창석이 달아나자 타깃을 잃은 스베누는 우왕좌왕하는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화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여창동의 마오카이와 이상현의 이블린을 먼저 빈사 상태로 만들어 놓은 스베누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앞으로 치고 나오는 이창석의 라이즈를 집중 공략했죠.
방패가 되어줄 탱거가 사라진 라이즈는 그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오승주의 빅토르가 쏘는 레이저를 맞아 체력이 대폭 줄었고 신정현의 시비르가 마지막 공격을 날리면서 스베누는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방송 중계 화면을 보면 '침착해'라고 외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승기를 잡았지만 그래도 무리하지 않겠다는 스베누의 의지가 담겨 있었는데요. 스베누는 중앙 지역 포탑과 억제기, 쌍둥이 포탑과 넥서스를 차례로 파괴하면서 시즌 첫 승을 따냈습니다.
◆갱맘이 쏘아 올린(?) 스베누의 첫 승
스베누 소닉붐이 서머 시즌 첫 승을 달성하는 과정을 지켜봤을 때 진에어 입장에서는 이창석의 실수가 가장 뼈 아팠습니다.
40분에 상단 지역에서 신정현을 노린 플레이가 잘못 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신정현이 걸려 들지 않고 뒤쪽으로 빠졌다면 아마도 내셔 남작 지역에서 대규모 교전이 벌어졌을 것이고 이창석이 승리의 주역이 됐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창석이 한 화면 정도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서 진에어는 스베누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넘겨주고 말았죠.
이창석에게, 그리고 진에어 그린윙스에게는 뼈 아픈 실수였지만 스베누 소닉붐에게는 너무나도 간절했던, 달콤했던 첫 승을 선사한 플레이였음에는 틀림 없습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