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에어 그린윙스 조성주와 SK텔레콤 T1 김도우가 맞붙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습니다. 2015년 7월 프로리그에서 두 번 대결했던 조성주와 김도우는 지난 5일 핫식스 GSL 코드S 시즌3에서 3전2선승제 대결을 펼쳤습니다.
조성주와 김도우의 대결에 눈이 가는 이유는 스포티비게임즈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1과 시즌2의 우승자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조성주는 프로토스전을 잘하는 테란으로 알려져 있고 김도우는 같은 팀 테란 조중혁을 제압하고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기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어땠을까요. 2015년 이전에 군단의 심장으로 치른 대결에서는 김도우가 대부분 승리했습니다. 2014년 2월21일에 열린 GSL 시즌1에서 김도우가 2대0으로 이겼고 4개월 뒤에 열린 시즌2 4강전에서는 김도우가 4대2로 승리했습니다. 조성주를 제압하면서 결승에 올라간 김도우는 데뷔 첫 개인리그 우승까지 차지했죠.
2014년 기준으로 조성주와 김도우의 상대 전적은 2대6으로 김도우가 크게 앞서 나갔죠. 프로토스 킬러인 조성주라 하더라도 김도우에게는 상성이 만들어지는 듯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썼던 전술핵
해가 바뀌면서 조성주와 김도우는 각각 스타리그를 제패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네이버 스타2 스타리그 시즌1에서 조성주는 조중혁을 꺾고 우승했고 김도우는 바로 다음 시즌인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시즌2에서 조중혁을 제압하고 정상에 섰죠.
그 후로 조성주와 김도우의 대결에는 '우승자 매치'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는데요. 경기력도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그 중에 인상적이었던 매치는 7월28일 열렸던 프로리그 4라운드 선봉 대결인데요.
◇전술핵을 쓰면서 김도우를 꺾으려 했던 조성주.(영상=유투브 발췌)
김도우가 유리하게 풀어가던 과정에서 조성주가 전술핵이라는 독특한 해법을 제시한 경기였습니다. '에코'에서 펼쳐진 대결에서 조성주는 트리플 사령부를 가져가면서 한 번에 몰아치기를 시도했습니다. 해병과 불곰을 조합했고 의료선은 조금 늦게 생산했습니다. 초반에 피해를 입혔을 경우 의료선까지 동원하면서 김도우의 병력을 지속적으로 줄이려고 했죠.
하지만 원하는대로 경기가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김도우가 불멸자와 지상군으로 조성주의 첫 공격을 막아냈고 순조롭게 거신을 모으면서 힘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여건을 마련했습니다. 조성주는 바이킹으로 거신을 줄이면서 공세를 펼치려 했지만 김도우가 거신과 고위기사를 이미 준비했기에 수세에 몰렸죠.
조성주는 전술핵으로 해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자원은 꽤 있었기에 유령사관학교를 6개까지 지었고 동시에 핵 여섯 방을 준비했습니다. 김도우의 광자포 방어선을 전술핵으로 무너뜨린 뒤 자원에도 타격을 주려고 했죠.
조성주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는 듯했습니다. 12시와 9시 지역에 집요하게 핵을 날린 조성주는 연결체 두 개를 동시에 파괴하면서 김도우의 자원줄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김도우가 폭풍함으로 전환했고 관측선의 이동 속도 업그레이드까지 완료하면서 유령을 잡아내면서 조성주는 자신의 확장 기지 앞에 핵을 쓰며 들어오지 못하는 용도로 핵을 날렸죠. 자신감을 가진 김도우는 폭풍함으로 유령을 한 기씩 끊어냈고 최후의 방어선이었전 6시 행성요새를 파괴하면서 승리했습니다.
◆내 스타일대로!
프로리그에서 김도우에게 패하면서 자존심이 상한 조성주는 GSL 무대에서 복수를 결심합니다. 5일 열린 핫식스 GSL 코드S 시즌3 32강전에서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를 가져간 조성주는 3세트에서 특유의 플레이를 펼치면서 승리, 승자전에 올라갔죠.
조성주는 확장 중심이 아닌 유닛 중심의 플레이를 전개했습니다. 앞마당에 사령부를 안착시킨 뒤 해병과 불곰이 생산되자마자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의료선이 생산되기도 전에 김도우의 앞마당 지역으로 치고 들어간 조성주는 수정탑을 파괴하면서 공격을 개시했죠.
◇바이킹을 뽑지 않고 김도우를 제압한 조성주.(영상=유투브 발췌)
의료선을 확보한 조성주는 김도우의 앞마당 지역에서 또 다시 농성을 시도했습니다. 김도우가 4기의 불사조로 사령부를 짓는 건설로봇을 잡아내고 불곰 숫자를 줄이는 등 게릴라 플레이를 펼쳤지만 조성주는 선이 굵은 압박을 펼쳤습니다.
백미는 조성주의 의료선이 두 패로 나눠진 타이밍이었습니다. 12시 지역에 넥서스를 짓지 못하도록 언덕에 올라가서 공격하던 조성주는 김도우의 주병력이 무리해서 12시 지역으로 올라오자 오른쪽에 있던 병력으로는 공격하는 듯하며 뒤로 빠졌죠. 김도우가 이를 잡기 위해 거신과 추적자, 광전사 등으로 추격을 시도하자 의료선 4기 분량을 거신 바로 위에 드롭해서 핵심 병력을 모두 잡아냈습니다.
부스터가 다시 시전되자 중앙 지역으로 크게 돌아온 조성주는 김도우의 본진에 병력을 떨궜고 로봇공학시설을 파괴했죠. 그 병력을 그대로 살린 조성주는 거신을 잡는데 사용하면서 김도우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로봇공학시설이 파괴되면서 거신을 더 뽑을 수 없는 김도우를 맞아 조성주는 화끈하게 공격을 퍼부었고 2대1로 승리하면서 승자전에 올랐습니다.
◆바이킹과 조성주의 상관 관계
얼마 전 CJ 엔투스 정우용이 조성주에 대해 이렇게 평가를 했다고 합니다. "바이킹을 뽑는 조성주는 일반 테란이다"라고요.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봅니다. 조성주가 바이킹을 뽑아야 하는 경우, 즉 프로토스를 상대로 후반전으로 넘어갈 경우에는 조성주도 어쩔 수 없이 진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고 조성주는 해병과 불곰, 의료선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정도로-굳이 바이킹을 뽑지 않아도-강하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김도우와 대결을 펼친 두 경기는 조성주가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프로리그에서 김도우를 상대했을 때 조성주는 스스로 타이밍을 버렸습니다. '에코'라는 맵이 갖고 있는 특성일 수도 있는데요. 확장 기지 간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짜내기를 시도하더라도 상대가 수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원전, 힘싸움을 시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란은 어쩔 수 없이 바이킹을 뽑아야만 거신을 저지할 수 있지요.
'코다'에서 펼쳐진 GSL 경기는 조성주의 스타일이 녹아났다고 봅니다. 돌멩이만 손에 쥐어줘도 치고 나간다는 조성주의 성향을 보여줬죠.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밀어붙인 조성주는 의료선을 확보하면서 타이밍을 노렸고 프로토스가 확장을 가져가야 하는 12시 언덕을 장악했죠. 김도우가 간신히 12시를 수복한 듯했지만 낙하산 드롭을 통해 거신을 줄이는 플레이는 '역시 조성주'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조성주는 바이킹을 그리 많이 뽑지 않았습니다. 의료선 중심으로 플레이를 꾸렸고 굳이 바이킹을 쓸 필요가 없었지요. 해병과 불곰, 의료선만으로 점수를 딸 수 있는데 굳이 바이킹을 뽑으면서 김도우에게 시간을 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성주와 바이킹의 상관 관계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조성주는 바이킹을 굳이 뽑지 않아도 된다'라고요. '해불선'이라 불리는 체제로 이미 프로토스를 궁지로 몰아넣은 상태에서 바이킹은 필요가 없지요. 해병과 불곰만으로 거신을 가장 잘 잡는 조성주이기에 초반에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조성주가 바이킹을 뽑는다면? 그건 조성주가 아니라 테란의 신이 와도 프로토스를 넘기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