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핀포인트'에서는 12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린 스베누 스타리그 시즌2 4강 A조 김택용과 박성균의 5세트를 분석해보려 합니다.
그 경기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용산 경기장에 모여든 팬들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많은 팬들이 찾아주셨습니다. 김택용과 박성균이 갖고 있는 히스토리 때문일텐데요.
김택용이 현역 선수 시절 곰TV MSL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싹쓸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즌1에서는 마재윤을, 시즌2에서는 송병구를 제압한 바 있죠. 시즌3에서도 김택용이 결승까지 올라갔고 박성균을 상대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김택용의 우승을 점쳤습니다. 하지만 박성균이 김택용의 3연속 MSL 제패를 막았죠.
은퇴 이후에 열린 헝그리앱 스타즈리그 8강에서도 김택용과 박성균이 대결했습니다. 김택용이 9차 픽스 소닉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한창 물이 올라 있을 때라 낙승이 예상됐지만 박성균이 참신한 전략을 성공시키면서 김택용의 손발을 꽁꽁 묶고 승리했죠.
김택용은 현역 프로게이머 시절 온게임넷(지금은 OGN이지만 당시 회사 이름이 그랬죠)이 주관한 스타리그에서 한 번도 결승에 가지 못했습니다. 4강까지는 세 번 올라갔지만 번번이 테란에게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죠.
은퇴하긴 했지만 여전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김택용이 어떻게 4강에 올라갔는지, 5세트 분석을 통해 같이 보시죠.
◇김택용이 박성균을 상대로 주로 사용했던 캐리어와 지상군 조합 전략.(영상=유투브 소닉TV 발췌)
◆캐리어 전략은 밑밥?
김택용과 박성균의 경기는 핑퐁 게임으로 흘러갔습니다. 마치 탁구를 치듯 김택용이 1, 3세트를 가져갔고 박성균이 2, 4세트를 따냈죠. 김택용은 박성균과의 대결에서 특별한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습니다. 2세트에서 드라군과 셔틀을 활용한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막혔고 1, 3, 4세트에서는 중후반 작전을 구사했죠. 바로 캐리어와 지상군의 조합이었는데요.
패스트 캐리어라고 하기에는 타이밍이 조금 늦은 전략이었죠. 드라군을 충분히 보유한 김택용은 박성균의 벌처 견제를 피해 없이 막아냈습니다. 드라군과 옵저버를 확보하면서 확장 기지를 늘리는 타이밍에 김택용은 2개의 스타 게이트와 플리트 비콘을 지으면서 캐리어를 2기, 4기, 6기로 늘려갔죠.
박성균이 1, 3세트에서는 스캔을 아끼면서 뒤늦게 파악했지만 4세트에서는 스타 게이트가 건설되는 과정을 스캔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맞춤 대응에 성공했죠.
네 세트 가운데 세 세트에서 캐리어를 보여준 김택용은 박성균의 마음을 놓게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아비터가 아니라 캐리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중반 타이밍에 김택용이 승부수를 띄운다고 판단하게 만들었죠.
◆전진 게이트로 승부
5세트까지 승부가 이어지가 김택용은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초반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고 후반까지 가다 보니 박성균의 생산력과 대처 능력이 발군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이지요. 김택용의 선택은 센터 게이트였습니다.
김택용과 박성균의 4강전 맵 순서는 박성균의 추첨에 의해 정해졌는데요. 박성균은 박준오를 제압하고 나서 4강에 올라오자 기자실에서 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내 손으로 나를 구렁텅이에 몰아 넣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이유인 즉 1, 5세트에 쓰이는 맵을 '신단장의능선'으로 꼽았기 때문입니다. 이 맵은 프로토스가 자원력을 키우기 좋고 중앙 지역 전투에서도 여러 방향에서 포위 공격을 할 수 있기에 테란이 프로토스를 상대하기 어렵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1세트에서도 김택용이 캐리어로 본진을 두드리고 지상군으로는 언덕 위로 올라오려는 박성균의 병력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기도 했죠.
1세트에서 김택용의 전술적인 운용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박성균이 어떻게 중후반전을 꾸려갈지 고민에 빠진 상황에 김택용은 초반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12시 쪽에 치우치게 파일런과 게이트웨이를 지으면서 질럿 러시를 시도한 것이지요.
김택용의 계획은 막힐 것처럼 보였습니다. 박성균이 정찰 SCV를 내보내는 타이밍에 김택용의 프로브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고 박성균은 의심하면서 중앙 위쪽으로 SCV를 보냈죠. 아니나 다를까 김택용은 파일런에 이어 게이트웨이를 짓고 있었고 박성균은 곧바로 대처했습니다.
◆게이트 웨이의 기적
박성균은 정찰 보낸 SCV로 김택용의 게이트 웨이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본진에서 일하던 SCV 5기를 추가로 동원했죠. 게이트 웨이가 완성되더라도 질럿이 나오지 못하게 막겠다는 뜻이었습니다.
5기의 SCV가 박성균의 본진에서 중앙으로 이동하자 김택용도 곧바로 프로브 3기를 내보냈습니다. SCV가 게이트 웨이를 감싸고 공격하는 것을 저지하거나 시간을 늦추면서 질럿을 뽑겠다는 계산이었죠.
김택용의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박성균의 SCV 6기가 게이트웨이를 포위공격하는 동안 프로브 4기가 일점사를 통해 SCV를 한 기씩 잡아냈고 박성균은 체력이 빠진 SCV를 뒤로 돌리느라 일점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게이트 웨이가 파괴되기 직전, 김택용의 질럿이 생산되는 기적이 일어났고 여기에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프로브를 동원해서 SCV를 잡아내는 김택용.(영상=유투브 소닉TV 발췌)
◆프로브 동원이 신의 한 수
테란이 프로토스의 전진 게이트웨이를 막는 방법의 정석은 박성균이 보여준 6SCV 러시입니다. 왜 6기인지 한 번 따져 보죠. SCV의 지상 공격력은 5입니다. 6기가 되면 한 번에 30의 데미지를 입할 수 있습니다. 공격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SCV 6기가 일제히 달라 붙는다면 게이트 웨이 같은 큰 건물도 금세 파괴합니다.
게이트 웨이의 체력은 500, 실드가 500이죠. 질럿의 생산 시간은 40입니다. 계산을 해보면 게이트 웨이가 완성되고 나서 SCV 6기가 모두 공격한다면 질럿이 생산되기 전에 파괴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공격에 30씩 데미지가 들어가고 34초 정도면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박성균은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택용이 본진에서 프로브 3기를 동원하고 정찰 갔던 프로브 1기까지 총 4기의 프로브로 SCV를 공격하면서 질럿의 생산 타이밍-정확히 말하면 게이트 웨이의 파괴 타이밍-을 늦췄죠. 그 덕에 기적처럼 질럿 1기가 생산됐습니다.
◇박성균을 꺾고 10년만에 스타리그 결승에 진출한 김택용 인터뷰.
박성균은 아마도 김택용의 전진 게이트 웨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SCV 수비를 계획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브를 동원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네요. 박성균의 대비책까지 미리 생각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김택용에게 '엄지척'을 주고 싶습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