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도 예외는 아닙니다. '추억의 게임'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20~30대의 감성을 어루만지고 있죠. 그리고 또 하나의 추억이 e스포츠 팬들을 찾아왔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와 함께 PC방을 평정했던 카트라이더의 '황제' 문호준이 2년6개월의 공백을 깨고 리그에 복귀를 선언한 것입니다.
우리는 문호준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요? 작고 통통하고 안경 쓴 귀여운 천재 소년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호준은 우리의 추억 속 인물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문호준을 6년 넘게 취재했던 기자 조차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정도로 훈남 청년이 돼 우리 앞에 나타난 문호준. 2년 6개월 동안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귀환한 왕의 첫 인터뷰를 데일리e스포츠가 전해드립니다.
◆"성형 수술 했냐고요?"
카트라이더 리그에 복귀한 문호준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잘 지냈는지 뭐하고 지냈는지 왜 다시 돌아오게 됐는지 등 문호준의 근황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그러나 문호준은 근황 이야기보다 "혹시 성형 수술 한 것 아니냐"는 말을 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2013년 은퇴를 선언했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겉모습 때문입니다. 성형설이 돌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변화입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가장 많이 한 행동이 '돼지코'였어요(웃음). 코 성형 안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돼지코'를 해야만 했어요. 그래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코를 만져보게 했죠. 복귀하고 제가 '돼지코'를 제일 많이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웃음)."
보는 사람들은 놀라지만 정작 문호준 본인은 그다지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만날 본인의 얼굴을 보다 보니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알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예전 사진을 검색하니 손사래를 칩니다.
"그때는 어렸잖아요. 사실 지금 팀 동료들이 예전 사진 검색해서 보여주면서 많이 놀려요. 예전 사진들을 다 내리고 싶은데 기사 양이 너무나 방대해 그러지도 못하고 있어요(웃음). 지금은 그냥 추억이려니 생각해요."
아직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성형한 것 아니냐고 물어본다며 한숨을 쉰 문호준. 이 인터뷰를 계기로 이제 성형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작은 소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2년 동안 키가 거의 20cm가 크면서 살이 빠졌어요. 예전에는 다이어트를 하려고 그렇게 노력해도 안 빠지더니 2년 만에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때의 살들이 다 키로 갔어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돼지코 그만 만들고 싶어요(웃음). 이제 안 물어 볼거죠?"
◆스타2, 요리사 자격증
카트라이더 리그를 떠나있던 문호준은 2년 6개월 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요? 문호준이 잠시 스타크래프트2 선수로 활동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팬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눈에 띄는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었죠.
"스타크래프트2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 팀에 들어가 연습을 했던 것은 맞아요. 그런데 저랑 안 맞더라고요. 밥만 먹고 게임만 하는 것도 힘들었고 아무래도 한 게임만 몇 년을 하다 보니 스타크래프트2에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뒤 문호준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학업에 집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요리에 눈을 떴고 현재는 한식 요리사 자격증까지 소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문호준의 최종 꿈은 셰프일까요?
"요리에 꿈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관심이 생겨서 자격증을 딴 것일 뿐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는 않을 같아요. 아직까지는 무엇을 하겠다고 확고하게 정해놓은 것은 없어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웃음). 우선 군대에 다녀와야겠지만요(웃음)."
◆"우승하러 돌아왔어요"
카트라이더 리그를 떠난 뒤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의 꿈까지 접은 문호준은 더 이상 프로게이머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7회 우승을 거둔 문호준에게 아쉬움이나 후회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문호준의 마음 한 켠에는 아쉬움이 커져갔습니다. 카트라이더 팀전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신의 호칭인 '황제'에 오점을 남긴 듯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팀전을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간절해졌다고 합니다.
"딱 하나, 팀전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 항상 걸렸어요. 리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어쨌건 변한 방식에서도 최고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더라고요. 다행히 이번 시즌부터는 팀을 직접 구성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멤버들과 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팀전을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고민 끝에 참여하게 됐어요."
게임을 잠시 멀리 했던 문호준은 다시 예전 실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트 신동'이라고 불렸던 문호준의 클래스는 달랐습니다. 카트라이더를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전성기 시절의 80% 실력을 되찾았습니다. 같은 팀 동료들까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클래스는 어디 안 가죠(웃음). 아직 100%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리그를 하면서 점점 예전 기량을 되찾지 않을까 생각해요.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저로 인해 카트라이더 리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통통하던 중학생이 어느 새 훈남 청년이 돼 돌아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문호준. 이제는 실력으로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문호준을 다시 돌아오게 만든 팀전 우승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