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부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넥슨이나 스포티비 게임즈가 주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저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이번 프로젝트에 재능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참여하는 '참가자'일 뿐이다. 직접 기부에 참여하는 팬들과 리그 후원사 등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번 기부 프로젝트의 주최자다.
신개념 기부 프로젝트는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티켓을 유료로 판매하면서 수익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던 도중 탄생했다. 이미 액션토너먼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티켓 수익 기부 형태로 갈 것인지, 다른 형태로 기부를 하게 될 것인지, 리그에 재투자를 할 것인지를 두고 수많은 논의가 오갔다.
스포티비 게임즈와 넥슨은 e스포츠 팬들이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부로 방향을 잡자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세부사항에 대한 고민은 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6개월이 넘는 고민 끝에 스포티비 게임즈와 넥슨은 e스포츠 팬들이 주최가 되는 새로운 'e스포츠 기부 문화'를 고안해냈다.
◆"내 친구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싶어요"
이번 '기부 프로젝트'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기부 방법'이다. 치료비를 지원한다거나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물질 기부 형태가 아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기부금이 활용될 예정이다.
언뜻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기부 형태일 수 있다. 환우들의 꿈을 위한 기부는 생소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꿈을 이뤄주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선택은 현실적인 상황과 효율적인 기부 형태를 생각한 넥슨과 스포티비 게임즈의 고뇌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꿈을 이뤄주기 위한 기부를 생각한 넥슨 e스포츠팀 심현 차장은 오직 e스포츠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최자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털어 놓았다.
"티켓 금액이 크지 않아요. 한 좌석당 3000원인데 환우들의 치료비나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한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물론 넥슨이나 스포티비 게임즈가 금액을 보태서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기부 주최자가 저희가 되는 것이잖아요. 이번 기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e스포츠 팬들과 후원사들이 주최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번 기부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한 스포티비 게임즈 사업팀 성기범 팀장은 이같은 기부 형태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해 "지속 가능한 기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정 금액이 모이면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넥슨 아레나가 존재하는 한 계속 기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이 성 팀장의 설명이었다.
"기부를 일상화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지속적으로 e스포츠 팬들이 적은 금액도 마음 편하게 기부할 수 있고 또 내가 기부한 금액이 어떻게 쓰이는지 바로 보일 수 있도록 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꿈을 이뤄주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치병 환자들이 병을 이겨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라고 한다. 그들에게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이뤄주는 일은 병을 이겨내는 힘을 주는 일이다. 근본적인 치료보다도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이번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티켓 수익금을 통해 진행된 첫번째 프로젝트에서는 근육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구자철 선수를 만나 축구를 하는 꿈을 이뤄줬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자원봉사를 나온 한 친구도 이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구자철을 만난 적이 있고 그때 힘을 얻어 병을 치료했다고 하더라고요. 도움을 받은 친구가 또다시 누군가를 돕는 아름다운 현장이었어요. 구자철 선수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환우들의 꿈을 이뤄주는 가치 있는 일을 e스포츠 팬들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벅찬 일인가.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리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같은 보람된 일에 동참할 수 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효율적인 기부가 어디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공감을 통한 일상 생활 속의 기부
티켓 판매뿐만 아니라 넥슨 아레나 현장에는 기부함이 설치될 예정이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리그 현장에서는 팬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e스포츠 팬들이 꾸준히 기부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것이 일상화 될 수 있도록 넥슨 아레나라는 장소를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다.
"금액이 적어도 상관없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동전을 넣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그렇게 모인 금액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계속 눈으로 보여질 겁니다. e스포츠 팬들의 따뜻한 마음이 사회에 지속적으로 전달된다면 e스포츠를 향한 좋지 않은 시선도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이번 기부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e스포츠 리그 현장에 오는 팬들이 내 친구, 내 형, 내 누나의 꿈을 이뤄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난치병 환자들을 돕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먼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아이들을 도움으로서 e스포츠 팬들이 ‘공감’을 가지고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일련의 에피소드를 보면 e스포츠 팬들만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수들이 없는 것 같거든요. 그 팬들의 따뜻한 마음을 내 친구를 돕는데 쓸 수 있다면 리그 티켓을 사는 마음이 두 배는 더 기뻐질 것이라 생각해요."
◆12월 e스포츠 팬들과 함께 하는 기부 축제
넥슨 아레나가 만들어진 12월은 앞으로 e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는 기부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e스포츠 팬들 뿐만 아니라 후원사, 프로게이머, 매체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애장품도 경매하고 작은 바자회도 여는 등 e스포츠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는 기부 축제인 것이다.
"최근 피파온라인3 후원사은 아디다스가 티켓 판매 금액과 동일한 금액의 물품 협찬을 약속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e스포츠 팬들뿐만 아니라 e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어요.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프로게이머의 물품을 경매로 내놓고 그 수익금이 기부될 수도 있고요. 그날은 모두가 모야 마음을 나누고 즐겁게 즐기는 시간이 될 거에요. 넥슨과 스포티비 게임즈도 재능기부 형태로 참가하겠죠(웃음)."
1년 내내 넥슨 아레나에 설치된 기부함과 리그 티켓 판매금액으로 난치병 환자들의 꿈을 이뤄주고 12월에는 꿈과 희망을 나눈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기부 축제를 연다니 듣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 같다.
"이번 기부 프로젝트는 팬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일이에요. 팬들과 리그도 함께 하고 마음도 함께 나누는 기부 축제에 함께 해주실 거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