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와 선발전 결승을 치렀던 진에어 그린윙스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나진 e엠파이어를, 플레이오프에서 CJ 엔투스를 제압하면서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였지만 아쉽게도 최종 단계를 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에어의 선전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는데요. 특히 미드 라이너 '갱맘' 이창석이 보여준 갱플랭크 플레이는 인상적이었습니다. CJ 엔투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블라인드 모드에서 이창석은 고민하지 않고 갱플랭크를 뽑았는데요. 이전 세트에서 한 차례 선을 보여 대박을 터뜨린 바 있기 때문에 또 다시 골랐지요.
이창석의 갱플랭크가 '소환사의 협곡'을 어떻게 누볐는지 다시 한 번 감상하시지요.
◆라인전은 약했다
이창석이 갱플랭크를 가져갔을 때 라인전에서 상대해야 하는 챔피언은 아지르였습니다. CJ의 미드 라이너 '코코' 신진영은 아지르를 택하면서 라인전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생각을 피력했죠. 실제로 이창석의 갱플랭크는 라인전에서 신진영의 아지르에게 뒤처졌습니다. 미니언을 가져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죠.
유럽 지역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선을 보였던 갱플랭크는 대부분 톱 라이너들이 사용했습니다. 프나틱과 오리겐의 결승전에서 보여졌듯이 상대 톱 라이너들이 근접 공격형 챔피언을 가져갔을 때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격할 수 있는 갱플랭크를 택했는데요. 특히 E 스킬인 '화약통'을 활용해 한꺼번에 미니언의 체력을 빼놓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신진영이 가져간 아지르는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모래 병사를 통해 먼 거리에 있는 화약통을 공격하면서 한꺼번에 미니언의 체력을 빼놓는 플레이를 저지할 수 있죠.
그나마 이창석은 Q 스킬인 '혀어어어업상'을 먼저 마스터하면서 먼 거리에서도 미니언을 하나씩 챙겨갔죠. 그래도 차이는 10개 이상 벌어졌고 10분 만에 중단 1차 포탑을 파괴당했습니다.
◆첫 교전에서 보여준 위엄
진에어와 CJ의 플레이오프 5세트는 무게감 자체가 달라서 그랬는지 전투가 쉽사리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CJ가 일찌감치 진에어의 포탑 2개를 밀어내면서 골드 획득량에서 앞서 나갔지만 싸움을 걸기 보다는 압박을 가하는 선에서 그쳤죠.
그 결과 첫 교전이 20분 만에 성사됐습니다. 진에어의 상단 포탑을 밀어붙이던 CJ는 정글러 '앰비션' 강찬용의 엘리스가 내셔 남작 뒤쪽 언덕으로 우회해서 포위 공격을 하려다가 발각됐고 '체이' 최선호의 케넨, '체이서' 이상현의 엘리스에 의해 집중 공격을 당했습니다. 다행히 줄타기를 통해 살아나면서 CJ가 몰아붙일 채비를 갖췄죠. 골렘 지역으로 도망간 강찬용은 이상현의 엘리스를 잡아내면서 퍼스트 블러드까지 가져갔습니다.
이 전투에서 갱플랭크의 첫 위력이 발휘됩니다. CJ 선수들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한 이창석은 궁극기인 '포탄 세례'를 퍼부으면서 체력을 빼놓았고 움직임을 둔화시켰죠. 그리고 언덕 뒤쪽에서 화약통을 하나 깔아 놓았고 2차 화약통을 CJ 선수들 네 명 사이에 배치한 뒤 앞서 배치한 화약통을 터뜨리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찬용은 잡혔고 남은 세 명은 500의 데미지를 각자 받으면서 도망가야 했죠.
CJ의 원거리 딜러 '스페이스' 선호산의 징크스가 도망가는 것을 본 진에어의 톱 라이너 '트레이스' 여창동은 전담 마크하면서 잡아냈고 신진영의 아지르가 소환한 모래 병사에 의해 포탑 쪽으로 피신하던 이창석은 궁극기를 쓰면서 살아 보려 했던 '매드라이프' 홍민기의 알리스타를 혀어어어업상으로 제거했습니다.
첫 교전에서 이창석은 2킬 1어시스트를 가져갔고 이를 통해 갱플랭크가 챙겨야 하는 필수 아이템들을 가져갔죠. 삼위일체는 이미 나와 있었지만 아이오니아의 장화를 갖췄고 무한의 대검을 완성시킬 수 있는 서브 아이템을 확보했죠.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력
삼위일체와 무한의 대검을 갖춘 갱플랭크의 화력은 엄청났습니다. 미니언을 잡을 때 설치한 화약통이 터질 때마다 300~500의 데미지를 입힐 정도였으니까요. CJ 선수들은 이창석을 잡을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우르르 달려들다가 화약통이 터지면 체력이 1/3 또는 2/45정도가 빠졌으니까요.
이창석은 마음 편하게 미니언을 사냥하면서 후반전을 노렸습니다. 25분경에는 내셔 남작도 사냥하는 데 성공했고 CJ 선수들이 움츠러 있는 동안 드래곤도 지속적으로 사냥하는 여유를 보였죠.
갱플랭크의 놀라운 화력은 34분에 또 다시 선을 보였습니다. 진에어 선수들이 내셔 남작을 다시 가져가려고 할 때 여창동의 마오카이가 뒤를 잡기 위해 순간이동을 썼고 CJ 선수들이 한데 모여 일점사를 시작했죠. 이 장면을 본 이창석의 갱플랭크는 신진영의 아지르 위에 포탄 세례를 날렸고 곧바로 화약통을 설치해서 연속 폭발을 일으킵니다. 캡처된 화면에서 볼 수 있듯 갱플랭크의 화약통 폭발에 의해 탱커 역할을 하는 쉔과 알리스타를 제외한 세 명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빠졌죠. CJ 주요 딜러들의 체력이 빠진 덕분에 진에어는 또 다시 내셔 남작을 가져갑니다.
◆교집합 최소화 능력
이창석은 삼위일체와 무한의 대검 이후에 유령무희와 요우무의 유령검을 추가 아이템으로 택했습니다. 유령무희는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를 높여주고 치명타 확률을 높여주는 아이템이고 요우무의 유령검은 재사용 대기 시간 감소, 치명타 확률 증가, 공격력 증대의 효과가 있죠. 그리고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 6초 동안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올라갑니다.
이 아이템을 장착하면서 이창석의 갱플랭크는 괴물로 변신했습니다. 화약통을 계속해서 설치하면서 CJ 선수들의 접근을 막은 것은 물론, Q 스킬인 혀어어어업상과 패시브인 불의 심판을 자주 쓸 수 있도록 세팅을 마친 것이지요.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할 내용은 바로 이창석이 보여준 수학적 계산 능력인데요. E 스킬인 화약통은 설치할 때마다 동그라미가 그려지는데 중첩 지역이 생기면 연계 폭발이 가능합니다. 상대 시야가 보이지 않는 쪽에 하나를 설치한 뒤 체력이 빠질 때를 기다리면서 순식간에 하나를 더 설치하고 이전 화약통을 터뜨리면 연계 폭발이 가능합니다.
36분에 하단 지역을 밀어붙일 때 이창석이 보여준 화약통 설치와 폭파는 갱플랭크를 플레이하는 정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탑의 시야가 닿지 않는 수풀에 하나를 매설해 놓은 이창석은 CJ 선수들이 포탑 앞쪽으로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하나를 더 설치하고 Q 스킬을 통해 이전 화약통을 파괴하죠. 이렇게 두 번 공격을 시도해서 성공하다 보니 홍민기의 알리스타는 체력이 1/5까지 "떨어졌고 CJ는 포탑을 내주고 퇴각했습니다.
갱플랭크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화력이 엄청난 상황에서 이동, 공격 속도가 빨라지고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까지 짧아졌기에 CJ 선수들은 더 이상 막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이창석이 교집합 영역을 최소화시키는 수학적 능력까지 선보이는 개인기로 무장했기에 진에어는 대표 선발전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진에어 한상용 감독은 이창석이 최종 세트에서 갱플랭크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여창동도 쓸 수 있고 이창석도 쓸 수 있었지만 교전이나 운영할 때 이창석의 화약통 활용 능력이 나았다고 판단해서 선택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KT와의 대표 선발전에서 갱플랭크가 모두 금지 목록에 들어가면서 '갱맘플랭크'를 다시 보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만약 진에어가 두 세트를 따내면서 블라인드 모드까지 이어갔다면 이 '핀포인트'는 CJ와 진에어 전이 아니라 KT와 진에어 전으로 바뀔 수 있었겠죠. 제목 또한 '갱맘플랭크가 가져다 준 롤드컵 티켓'이 됐을 것이고요.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