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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맹독충이 비처럼 내리네

진에어 그린윙스 이병렬.
진에어 그린윙스 이병렬.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29일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5 시즌 통합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보셨나요? CJ 엔투스와 진에어 그린윙스가 맞대결을 펼쳤는데요. 결과는 대부분 아시듯 진에어가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4대3으로 승리했습니다.

결과도 결과이지만 에이스 결정전이 너무나도 멋졌습니다. 진에어와 CJ 모두 1승씩 거두고 있던 저그 이병렬과 프로토스 김준호를 내세웠는데요. 이병렬의 출전이 다소 의외였습니다. 프로토스 김유진이나 테란 조성주가 나올 것이라 대부분 예상했는데요. 저그 이병렬을 내놓은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김준호가 얼마 전에 열린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에서 저그 한지원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29일에도 5세트에 출전, 저그 강동현을 압도적으로 꺾으면서 기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다가 맵도 프로토스가 저그를 상대하기 좋은 '에코'였기에 진에어의 선택에 물음표가 생겼습니다.

결과를 보고 나니 진에어 차지훈 감독이 이병렬을 에이스 결정전이라는 중요한 무대에 올린 이유가 있었다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말 그대로 수긍,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이병렬이 보여준 명품 플레이를 함께 감상하시지요.

◆배부른 저그와 프로토스
이병렬과 김준호는 약속이라도 한 듯 초반 전략을 구사하지 않았습니다. 김준호는 강동현과의 경기에서 초반 광자포 러시에 이은 광전사 공격을 통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승기를 잡은 바 있었기에 초반 전략을 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관문조차 건설하지 않고 앞마당에 연결체를 지었지요.

이병렬 또한 3개의 부화장을 일찌감치 가져갔고 저글링과 히드라리스크를 수비용으로 생산했습니다. 3시 지역에도 부화장을 늘리면서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요.

배주머니와 기낭갑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 이병렬(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배주머니와 기낭갑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 이병렬(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저그와 프로토스가 비슷한 자원을 가져갈 경우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일꾼과 생산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누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지, 체제를 누가 효과적으로 바꾸는지, 누가 견제를 통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지에 따라 경기가 기울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에이스 결정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여서 그런지 이병렬과 김준호는 일단 배를 불렸습니다.

김준호의 타이밍 러시를 포위 공격을 통해 사전에 막아낸 이병렬(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김준호의 타이밍 러시를 포위 공격을 통해 사전에 막아낸 이병렬(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몰래 시도한 배주머니 업그레이드
김준호가 추적자와 모선핵, 파수기로 두 차례 치고 나왔을 때 이병렬은 저글링과 히드라리스크만으로 막아냈습니다. 김준호가 진출하는 장면을 보고 있던 이병렬은 양방향으로 병력을 분산 배치했습니다. 김준호가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하면 포위해서 병력을 줄이겠다는 심산이었죠. 김준호도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왼쪽에서 이병렬이 병력이 등장하면 곧바로 대규모 귀환을 쓰면서 병력의 규모를 유지했습니다.

맹독충 47기가 동시에 탄생한다면!(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맹독충 47기가 동시에 탄생한다면!(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김준호가 첫 공격을 시도하고 본진으로 병력을 퇴각시키자 이병렬은 곧바로 기낭갑피와 배주머니 업그레이드를 시도합니다. 기낭갑피 업그레이드는 대군주의 이동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고 배주머니는 수송 능력을 부여하는 스킬입니다. 두 개의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진행하려면 광물 300과 개스 300이 소모되지요. 초반에 견제를 하나도 받지 않았던 이병렬이었기에 광물 300과 개스 300은 비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배주머니 진화가 너무나 빠른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는 했죠.

저그가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 기낭갑피는 필수적으로 해주지만 배주머니는 거의 개발하지 않습니다. 대군주를 활용해 드롭을 시도하겠다는 뜻인데 자주 보여지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 이긴 경기에서 소위 '관광용'으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맹독충 비가 내리네
이병렬의 선택은 배주머니 업그레이드였고 전략의 핵심이었습니다. 배주머니가 개발된 대군주에 탈 유닛은 맹독충이었죠. 대군주의 이동 속도와 수송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면서 이병렬은 맹독충의 원심고리 진화를 개발했습니다. 대군주에 맹독충을 태워 떨어뜨리면서 프로토스의 병력을 줄이고 여차하면 지상으로 굴러서 빨리 이동하겠다는 의도였죠.

맹독충의 원심고리 진화까지 완료한 이병렬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맹독충의 원심고리 진화까지 완료한 이병렬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이병렬의 체제를 알지 못하던 김준호는 추적자와 파수기, 광전사, 집정관, 불멸자로 공격을 시도합니다. 중앙 언덕을 넘어 저그의 진영으로 들어온 김준호는 생각보다 많은 맹독충을 확인했고 병력을 뒤로 빼면서 앞 쪽에 역장을 줄지어 쳤습니다. 맹독충의 지상 이동을 막겠다는 심산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배주머니 개발을 마친 이병렬은 대군주 한 기에 4기씩 맹독충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10기 정도의 대군주에 맹독충을 가득 태운 이병렬은 맞받아칠 준비를 마쳤습니다.

맹독충 탑승 완료!(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맹독충 탑승 완료!(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김준호의 역장을 무시하고 대군주로 이동하는 이병렬의 맹독충들(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김준호의 역장을 무시하고 대군주로 이동하는 이병렬의 맹독충들(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화들짝 놀란 김준호가 퇴각하면서 역장을 쳤지만 이병렬은 유유히 대군주를 프로토스의 부대 위로 이동시켰습니다. 그리고 맹독충을 떨구면서 폭발시켰죠. 점멸 개발이 완료된 추적자는 뒤쪽으로 빠졌지만 맷집이 되어야 할 광전사가 삽시간에 녹아버렸습니다. 대군주에 탑승한 맹독충을 계속 추적자를 따라 이동했고 히드라리스크가 점막 효과를 받으면서 공격을 이어갔죠. 인구수 200을 거의 채웠던 김준호의 병력은 한 번의 교전이 끝난 뒤 78까지 떨어졌고 이병렬은 160을 유지했습니다.

이후에는 말하지 않아도 상황을 알 수 있죠. 대군주에 맹독충을 태운 이병렬은 김준호의 확장 기지마다 드롭하면서 탐사정을 대거 잡아내면서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맹독충이 터지면서 프로토스의 유닛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네요. 하필이면 대군주도 초록색이라 엄청나게 공포스럽네요(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맹독충이 터지면서 프로토스의 유닛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네요. 하필이면 대군주도 초록색이라 엄청나게 공포스럽네요(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프로토스에 대한 이병렬적인 해법
이병렬은 군단의 심장에서 가장 독창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저그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군단숙주가 패치로 인해 하향되면서 쓸모 없어졌다고 모두가 생각할 때 날아다니는 식충을 활용해 프로토스의 연결체나 테란의 사령부를 파괴하고 도망치는 전략을 구사한다든지, 상대 본진에 부화장을 지으면서 초반 러시를 성공하기도 했죠.

저그가 프로토스를 어떻게 상대하는 것이 정석인지는 누구도 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스타2는 워낙 유닛이 다양하고 상성이 극명하기 때문에 전략마다 대응책도 다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병렬류'라는 또 하나의 문파가 생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스테파노'의 200 바퀴 전략처럼 하나로 고정된 작전이 아니라 다양한 유닛을 활용하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 이병렬류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취권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겠죠.

몇 시간 뒤면 진에어와 CJ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펼쳐집니다. 이병렬이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올지 또 다시 기대가 되네요.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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