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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스포티비 게임즈 김하늘 PD의 스타2 이야기

김하늘 PD가 연출한 스베누 스타크래프트2 2015 시즌3 결승전 현장.
김하늘 PD가 연출한 스베누 스타크래프트2 2015 시즌3 결승전 현장.
하늘을 수놓은 꽃가루들, 꽃가루만큼이나 가득했던 현장 관중들, 그리고 그 장면을 가슴 뭉클하게 지켜본 사람들.

바로 엊그제 같은 일인데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오랜만에 진행된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 야외 결승전 현장에 있던 팬들과 관계자들은 모두 그날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는 안될 것이라고, 다 죽어가는 리그라 몇 명이나 오겠냐고 모두가 우려했던 야외 결승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스포티비 게임즈 김하늘 PD는 아마도 그날을 더욱 잊지 못하겠죠.

스타크래프트2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받고 있는 스포티비 김하늘 PD는 그날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기적이 일어난 날? 생애 가장 행복했던 날? 꿈이 이뤄진 날?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2를 진심으로 아끼는 김하늘 PD에게 그날은 잊을 수 없지만 절대 안주해서는 안되기에 잊어야만 하는 날일 것입니다.

독특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도전정신이 강하지만 기존 법칙을 무시하지 않는 김하늘 PD만의 화법은 e스포츠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처음으로 영상에서 여백의 미를 느끼게 만들어 준 김 PD가 영상을 통해 팬들에게 말하는 방법은 참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진심을 담아 스베누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2015 시즌3를 연출했던 김하늘 PD. 그리고 이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연출이라는 새로운 리그에 도전하는 그와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우선 김하늘 PD가 전하는 스타크래프트2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인생부터 독특하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미쳐서 일한다"고 말합니다. 일을 할 때는 개인 생활도 없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을 잘 때도 심지어는 꿈에서 조차 그는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놓지 않습니다. 그의 동료 말을 빌리자면 "일에 미친 사람 같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죠.

[피플] 스포티비 게임즈 김하늘 PD의 스타2 이야기

하지만 막상 김하늘 PD를 만나보면 그렇게 미친(?) 사람 같지는 않았습니다. 겉모습과 말투, 생활까지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으면서 이사람, 평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는 배우가 꿈이었어요. 영화배우가 하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영화판에 뛰어들어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죠. 사실 제 외모가 배우가 되기는 글렀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남들에게 내가 연기하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영화배우를 꿈 꿨습니다(웃음)."

김하늘 PD는 연기, 성우 등 남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직업들을 거치면서 결국 PD가 됐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를 통해,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다가 이제는 영상으로 전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결국 김하늘 PD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결국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남들에게 전하는 PD 일을 하게 된 것도 운명이겠죠. 물론 힘들지만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래서 일 하나, 하나를 허투루 할 수가 없답니다."

◆억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스토리는 억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한 선수가 "솔직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PD님이 시켜서 그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는 고백은 그동안 e스포츠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스토리를 기다리기 보다는 어떻게든 캐릭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김하늘 PD는 억지로 만드는 스토리를 지양했습니다. 선수들의 캐릭터는 그들의 진심이 드러날 때 더 잘 만들어 진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만들어 진 스토리는 결국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믿었죠.

"인터뷰 때 최대한 저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선수들의 답변만을 기다렸어요. 만약 하고 싶은 말이 별로 없다면 차라리 분량을 짧게 내는 것이 맞다 판단했죠. 이번에 넥슨 아레나 주변을 걸으며 인터뷰하는 시도를 했던 것도 선수들에게 좀더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였어요. 이번 리그에서는 ‘진심’을 담고 싶었거든요."

선수들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김하늘 PD. 억지로 만드는 스토리 보다는 선수들이 가진 진짜 스토리를 팬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PD가 할 역할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질 수밖에 없었죠. 한 선수가 "이제는 진짜 내 얘기를 하고 싶다"며 고민 상담을 해왔던 직후였으니까요.

"뭐든 자연스러운 것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팬들이 제 진심, 선수들의 진심을 알아준 것도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저는 계속 진심을 담을 생각입니다."

◆결국 모든 키를 가진 것은 선수
김하늘 PD가 이번 시즌 가장 불만(?)인 것은 자신이 너무 밖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모든 리그의 주인공은 선수인데 이번 시즌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많이 나와 민망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죠.

"결국 리그는 선수가 만들어 나가는 거에요. 제가 아무리 멋진 영상을 틀고 멋진 연출을 한다 해도 경기가 재미 없다면, 선수들이 스토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제 노력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죠. 선수를 빛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저보다는 선수가 빛나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리그의 꽃은 선수니까요."

그는 선수를 정말 아끼고 사랑합니다. 어떤 특정 선수만이 아닌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온 모든 선수들은 대접받을 가치가 있고 그들의 노력은 더욱 칭찬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선수에 대한 애정, 아마도 그것이 김하늘 PD가 가지는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의 큰 부분일 것입니다.

[피플] 스포티비 게임즈 김하늘 PD의 스타2 이야기

"이번 리그를 끝낸 뒤 과연 내가 이 정도로 칭찬 받을 일을 했는지 오히려 불안했어요. 과도한 칭찬이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선수들 덕분이죠. 겸손이 아니라 선수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 제가 칭찬을 받으니 민망한 거에요(웃음). 더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의도적으로 화려함을 버린 선택이 잘 못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할수록 이번 시즌은 아쉬움이 많아요."

김하늘 PD는 다음 시즌은 다른 PD가 맡는 것이 스타크래프트2 리그 발전을 위해 더 낫지 않겠냐는 독특한 발언을 했습니다. 계속 한 리그만 하게 되면 틀에 박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다음 시즌을 하게 될지 안 하게 될지 정해진 바는 없어요. 하지만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다른 PD가 연출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다음 시즌에 연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절대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갈 길 먼 스타크래프트2
김하늘 PD는 스타크래프트2가 정말 아까운 콘텐츠고 이대로 묻히는 것이 싫어 게임 PD의 길로 뛰어 든 사람입니다.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애정은 현재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 선수들을 비롯해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습니다.

"지금보다 더 발전되기를 원하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야외 결승을 통해 스타크래프트2도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다행이에요. 사실 집객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관중을 동원하기 위해 꼼수를 쓰지 않고 정면 돌파한 것도 스타크래프트2가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어요."

다른 게임 아이템이라도 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걱정에도 김하늘 PD가 꿋꿋하게 스타크래프트2 콘텐츠로 승부를 봤던 것 역시 이 때문입니다. 비록 흥행에 실패하게 되더라도 스타크래프트2가 가진 현실을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죠.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어요. 현실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찾는 것이 기본적이지만 가장 필요한 작업 아닐까요? 만약 이번에 관중이 없었다면 그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려 했어요. 억지로 관중이 많이 온 것처럼 보이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컸어요. 발전을 논하기 전 먼저 선행돼야 할 일이 바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김하늘 PD에게 아직도 스타크래프트2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게임이고 e스포츠 리그입니다. 그가 다음 시즌에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맡지 않더라도 그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을 걱정하고 응원할 것입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 정도 밖에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하지만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2 이야기는 ‘네버엔딩’ 입니다.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고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거에요. 그 발판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스타크래프트2 발전을 위해 팬들도 응원의 목소리를 높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타크래프트2 모든 프로게이머들 파이팅!"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4일 김하늘 PD의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도 업로드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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