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28살, 2년 6개월 코치 생활을 하며 선수들, 사무국과 쌓은 신뢰는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CJ 엔투스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감독으로 부임한 권수현 감독은 떨리는 그러나 단호한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권수현 감독은 박용운 감독이 중국행을 결정한 뒤 팀의 총 책임자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선수들을 이끌었다. 자신이 감독으로 올라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조만간 박 감독이 자리를 비우게 됐을 때 선수들의 충격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온 것이다.
그 모습이 선수들과 사무국에게 믿음을 줬다. 밖에서 봤을 때는 어린 나이일지 모르지만 내부 사람들은 그가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미 권 감독은 꽤 오랜 시간 팀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처음 감독 제안이 왔을 때 기쁨 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어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고 나이가 어리고 선수들과 친 형처럼 지낸 탓에 감독으로서의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죠. 하지만 선수들이 ‘다른 감독이 오는 것보다 우리를 잘 알고 지금까지 잘 이끌어 준 형이 감독을 하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았어요. 그래서 결심하게 됐죠."
감독이 됐지만 내부적으로 하는 일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권 감독의 설명이었다. 지금처럼 선수들을 잘 관리하고 이끈다면 선수들에게 좋은 감독이 될 것이라는 주변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외부적으로도 감독으로서 인정 받기 위해 권 감독은 많은 부분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들과 차기 시즌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 구상하고 있는 권 감독은 달라진 CJ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어떤 성적을 내겠다고 호언장담 하는 것보다 선수들과 잘 소통하고 조병세 코치와 함께 팀을 잘 꾸리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잖아요. 권수현 만의 CJ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