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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7급 공무원된 김태훈 "프로게이머 생활 후회 없었다"

[피플] 7급 공무원된 김태훈 "프로게이머 생활 후회 없었다"
"제가 좋아서 택한 프로게이머로 5년 동안 살아봤기 때문에 후회는 전혀 없었어요. 팀이 해체되면서 방황하기도 했지만 그 덕에 더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과 e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특이한 사진이 한 장 게재됐다. 전 프로게이머의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는 김태훈이라는 이름과 사진, 프로필이 올라왔고 7급 공무원 합격 수기가 캡처되어 있었다.

김태훈이라는 선수를 기억하는 팬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적도 없고 프로리그에서도 승보다 패가 훨씬 더 많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태훈은 그만의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지방 명문대로 알려진 경북대학교 경영학과를 휴학하고 프로게이머에 도전했고 MBC게임 히어로와 공군 에이스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2007년 프로게이머 드래프트를 통해 MBC게임 히어로에 입단한 김태훈은 팀플레이 전담 선수로 활동할 계획이었다. 실전에도 투입되어 프로리그 무대까지 섰던 김태훈은 바로 다음 시즌에 팀플레이가 폐지되면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공부하듯 개인전을 파기 시작한 김태훈은 MBC게임에서 제3의 저그 카드로 기용되기 시작했고 공군 에이스까지 합격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기회를 잡았다.

공군 에이스에서도 5할에 육박하며 괜찮은 성적을 냈던 김태훈은 전역할 즈음에 원소속팀이었던 MBC게임 히어로가 해체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눈 앞이 캄캄해졌죠. 프로게이머로 더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팀이 없어지니까 제 미래가 사라진 셈이잖아요."

[피플] 7급 공무원된 김태훈 "프로게이머 생활 후회 없었다"

김태훈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경북대학교 경영학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졸업하면 나이가 30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취업이 더 늦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 4년 동안 학업을 이어가느니 고졸 신분이긴 해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합격한다면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이머 시절에 연습하듯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어요. 선수 때에는 프로리그 한 경기 출전을 위해 밥만 먹고 게임했던 적도 있으니까요. 시험 공부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3년간 공부한 김태훈은 2014년 국가, 지방 7급 공무원 시험을 준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국가직 시험은 전국 34등을 차지했다. 지방직 시험은 등수가 공개되지 않아 잘 모르겠단다. 올해 경북도청으로 발령을 받은 김태훈은 대변인실에서 근무한다.

"공무원은 학력 제한이 없어요. 대학 졸업장 대신 공무원 임용장을 받았지만 만족하고 있고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얻었던 경험들이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2의 인생을 살려고 하는 프로게이머들에게 도움말을 해달라고 했더니 김태훈은 손사래를 쳤다. 아직 큰 일을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한 마디 해달라고 했더니 김태훈은 "어떤 일을 하든 게이머 시절처럼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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