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프로젝트 창단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FPS 게임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반갑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국내에서 CS 팀이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열리고 있는 CS:GO의 대회 수나 상금 규모, 인기는 도타2, 리그 오브 레전드 등과 견주어도 결코 밀리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리그 자체가 전무하다시피하고 대회에 나설만한 전문적인 팀도 MVP 프로젝트의 전신인 몬스터가 유일했다.
그나마 국내에 어느 정도 정기적인 대회가 있고 경쟁할 라이벌이 있던 CS:1.6 시절에도 프로젝트KR이나 루나틱 하이 같은 한국을 대표하던 팀들은 연습 상대를 구하는데 항상 애를 먹었다. 2008년 이후 국내의 CS 대회가 급격히 줄어든 뒤에는 많은 팀들이 사라져 연습 시간의 대부분을 매치가 아닌 서로의 합을 맞추는데 할애해야 했다. 준비한 전략이 실전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검증할 수도 없는 '쉐도우 복싱'의 연속이었다. 가끔 어렵게 구한 연습 상대들은 중국이나 일본의 팀들이어서 높은 핑(Ping) 때문에 만족할만한 연습은 아니었다.
MVP 프로젝트는 당시의 프로젝트KR보다 더 안 좋은 여건이다. 프로젝트KR은 당시 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 중에서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며 특별히 선발한 선수들로 꾸렸지만 MVP 프로젝트 선수들은 대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국내에서 CS:GO 리그가 열릴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해외 무대만 바라보고 팀을 창단한 것인데, 실로 무모한 도전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VP 프로젝트의 도전을 응원하는 바이다. MVP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는 종목으로의 도전을 선택, 프로게이머나 팀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다 필요가 없어지면 헌신짝 버리듯 하는 일부 팀들에게 '진정한 도전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도타2에서 MVP 피닉스와 핫식스가 세계 대회를 누비며 활약상을 펼쳤지만 CS:GO에서도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진정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을, MVP는 시작한 것이다.
1993년엔 '쿨러닝', 2009년엔 '국가대표'라는 스포츠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영화 모두 봅슬레이와 스키점프 불모지에서 오로지 꿈과 열정만으로 불가능에 도전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불가능한 현실에 도전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가슴 벅찬 감동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다.
MVP 프로젝트는 당분간 승리보다 패배 소식을 더 많이 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나열한 영화들의 주인공처럼 포기하지 않고 보기 좋게 성공해 국내의 많은 e스포츠 팬들에 희망을 안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험난한 여정의 첫 발을 내디딘 MVP 프로젝트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