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역시 스타2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특히 신동원은 해외 게임단에 입단했어도 한국 리그에서 활동한 정윤종, 정명훈 등과 달리 비자 취득에 성공해 북미 리그에서 활동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리그에서는 더 이상 신동원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고 말았죠.
해외 팀으로 이적했을 무렵 신동원의 국내 리그 성적은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유리한 경기도 20분만 넘어가면 이상하게 꼬이는 일이 자주 생겨 '20분 징크스'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신동원이 북미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 신동원을 설레게 했고 날아 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신동원은 WCS 아메리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 이어 스타2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로 등극했습니다(지역 정규 리그 기준).
외국 팀에 입단해 해외 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인 신동원. 2015년 과연 그는 해외에서 어떻게 지냈고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에게 몇 점이나 줬을까요? 지금부터 신동원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프로게이머로서 2015년 신동원의 점수는?
신동원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입니다. 어떤 일을 해도 만족하는 법이 없었고 개인리그에서 우승하고 프로리그에서도 맹활약하며 팀 에이스로 등극했을 때도 신동원은 "아직 80점 정도의 선수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신동원은 스스로에게 "90점짜리 프로게이머"라며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힘들게 연습하고 좋은 성과를 거둔 스스로가 뿌듯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뿌듯할 만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우선 약속을 지킨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해외 진출을 선언한 뒤 겁 없이 '우승자가 돼 돌아오겠다'고 했거든요(웃음). 다들 한국 선수들과 경쟁하지 않아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산이에요. 미국에서의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고 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니 연습 외적으로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성적이 잘 나오기가 어려운 구조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약속을 지켰어요. 그 점은 정말 뿌듯한 것 같아요 만약 우승 한번 해보지 못했다면 90점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한국 프로게이머의 자존심을 지키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는 것 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해요. 더 중요한 것은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한국 팀에 소속돼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했거든요. 사실 그 점이 스스로에게 가장 뿌듯해요."
해외 진출 선언 후 반드시 우승자로 다시 돌아와 인터뷰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신동원. 요즘처럼 대통령 조차도 자신이 뱉은 말도 잘 지키지 않는 불신의 시대에 신동원은 자신이 던진 말에 책임을 가지고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 100점을 줘도 될 것 같습니다.
◆언어소통의 문제 "노력하면 해결 됩니다"
중국으로 떠난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은 입을 모아 언어 소통 문제가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신동원은 어땠을까요? 그 역시도 영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신동원은 동료들이나 구단주와 이야기할 때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처음 미국에 갈 때 어학연수를 한 친척 형의 말이 도움이 됐죠.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외국 친구들과 놀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하더군요. 미국 갈 때 서점에서 영어책 4권 정도를 샀고 정해진 시간에 책을 보며 공부하고 동료들에게 물어 봤어요."
꾸준히 공부하면서 동료들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그의 영어 실력은 차츰 향상됐습니다. 무엇보다 루트게이밍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팀 오너가 신동원이 영어를 빠르게 배우고 싶다는 부탁을 하자 숙소 내 한국어 사용 금지 조항을 추가시켰습니다. 동료들도 신동원이 말하는 문장의 잘못된 점을 집어주는 등 학원 선생님보다 더 좋은 배움을 선사했습니다.
"만약 루트게이밍에서 그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통역에 의존하고 미국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대부부의 일들을 혼자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학연수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영어도 배우고 프로게이머로서 색다른 도전도 해보겠다는 두가지 꿈을 모두 이루게 된 셈이죠."
물론 신동원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영어는 하면 할수록 더 욕심이 나고 더 잘하고 싶기 때문이죠. 신동원은 앞으로도 더 나은 영어 실력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물론 동료들이 그의 가장 좋은 스승이 되겠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2016년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사람의 기분을 이상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이영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오랜기간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선수들이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심장이 덜컹 내려 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신동원은 2016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진짜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건 신동원의 입에서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그의 머리 속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자리잡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2015년을 겪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알게 됐죠. 그래서 2016년은 더욱 기대 됩니다. 학습한 것들을 더 넓고 깊게 보여줄 수 있는 해거든요. 아마도 2015년 보다 더 나은 모습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2016년이 제가 프로게이머를 하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다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분명히 있습니다. 기대해 주셔도 좋아요."
얼마 전 트위터에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 했음을 알렸던 신동원.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음을 수줍게 고백했습니다. 2016년이 프로게이머로서나 개인으로서 기억에 남는 해가 될 수밖에 없겠네요.
"예전부터 일찍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여자친구가 있고 프로포즈를 한 것도 맞고요(웃음). 지금 언제 결혼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 상조고요. 다만 결혼하고 싶은 여자친구가 현재 제 옆에 있답니다."
◆해외 진출을 꿈 꾸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외국 팀에서 환경 적응도 잘 했고 성적도 잘 내고 있는 신동원. 해외 진출 성공 사례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신동원에게 해외 진출을 꿈 꾸는 프로게이머들에게 해줄 조언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별 것 없어요. 그냥 부딪히면 되거든요. 고민은 나중에 하세요. 기회가 생기면 일단 부딪히는 것이 답이에요. 다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꺼려지지 않고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으며 해이해 지지 않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세요. 만약 나는 게으르다고 생각하면 해외 진출은 독이에요."
단순히 돈을 많이 주고 자유로운 환경이 좋아 보여 외국 팀에 들어온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전한 신동원. 다만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면 게이머로서의 성공과 영어 공부 모두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바로 해외 진출이라는 것이 신동원의 설명이었습니다.
"돈 주고 어학연수도 가는데 돈 벌고 꿈도 이루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어요(웃음). 저는 운이 좋았죠. 성실하고 스스로를 믿는 선수들은 언제든 해외 진출을 꿈 꿔도 된다고 생각해요."
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신동원. 그가 꿈 꾸고 있는 2016년을 더욱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