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크로스파이어 스타즈(이하 CFS) 2015 그랜드 파이널 결승을 앞두고 한 스마일게이트 게임즈 장인아 대표의 말이다. 2007년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한 장인아 대표는 크로스파이어의 태동부터 함께 해온 인사로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대회인 CFS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CFS는 2013년 두 번의 시즌제 대회를 마친 뒤 2014년 서울 대회에 이어 벌써 네 번째를 맞이했다. CFS 2015 그랜드 파이널의 개최지는 중국 광저우시였다. 중국은 지난해 크로스파이어 동시접속자가 6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크로스파이어를 글로벌 게임으로 발돋움하게 한 나라이기 때문에 CFS 흥행에 별다른 걱정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대회 1일차와 2일차인 4일과 5일에는 경기장인 톈허 실내체육관이 허전했다. 얼핏 보면 대회가 흥행에 실패한 듯 보였지만, 실은 스마일게이트 게임즈의 대회 유치 전략이었다.
"CFS는 집객에 초점을 두지 않았어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사람을 많이 모으는데 신경 쓰고 집객에 비용도 많이 썼죠. 하지만 정말로 대회를 봐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했을 때 방송 송출에 가장 큰 의미를 두게 된 거죠. 현장 집객은 후순위로 미뤘어요."
철저하게 시청자를 위한 전략이었고 이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CFS 2015 그랜드 파이널은 중국의 롱주TV를 비롯해 아주부TV, 트위치TV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중계됐는데, 롱주TV에서만 동시 접속자 28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아 대표는 "어느 정돼 돼야 만족스러운지 잘 모르겠다"며 한계점을 정하지 않았다. 아직 목이 마르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CFS가 처음부터 이런 전략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대회들처럼 초대가수도 부르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경기장에 앉히려 노력했었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은 게임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예전엔 가수도 불러봤는데, 우리의 게임을 즐기려는 유저가 오는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 축제의 장이 돼버리더라고요. 실제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온 분들은 힘들고 복잡해진 거죠. 그래서 포커스를 게임에 맞추고 제대로 대회를 볼 수 있게 했어요. 방송과 통역 등 무리 없이 진행이 됐을 때, 그 이후에 현장 집객과 이벤트 등을 생각하려 했죠. 올해까진 철저하게 게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후에 재미 요소를 넣어야죠. 현장이 화려하게 돌아가는 듯해도 '게임'이 남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쓰는 비용을 차라리 유저들과 선수에 돌리기로 한 거죠."
이 때문일까. 일각에선 CFS의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개선 의지도 명확했다.
"'쇼잉(Showing)'이 부족한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하루아침에 노하우가 생기지는 않아요. 나름대로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대회와 관련된 이벤트나, 참가 선수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팀 간의 스토리를 만드는 등 대회를 좀 더 재밌고 의미 있게 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 고민을 이번엔 녹이지 못했지만 내년엔 아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장인아 대표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인기 게임들이 e스포츠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벤치마킹하며 더 나은 CFS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맹목적인 투자는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e스포츠를 왜 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남들이 100억을 쓰니 우리도 100억 쓴다는 건 치킨 게임이죠. e스포츠에 투자하는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적정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뭘 위해 서로 투자를 하는지 이런 고민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요. 몇몇 팀들만 우승 상금을 가져가는 축제의 장이 될 수도 있고요."
장 대표의 이 같은 우려는 e스포츠를 단순히 마케팅이 아닌 게임 콘텐츠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향이 정해져있어도 쉽지 않은 문제다. 크로스파이어가 신작이 아닌 출시된 지 8년차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유저를 위한 콘텐츠죠. 잘 하는 유저들을 위한 상금이 걸린 대회요. 모든 스포츠가 그렇죠. 처음엔 마케팅 측면에서 접근했어요. 유저들이 많이 모이면 뭔가 도움 될 것 같았는데,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거였죠. 코어 유저들을 지속시킬 순 있어도 단기적으로 크게 한다고 해서 게임에 큰 영향은 없을뿐더러, 솔직하게 e스포츠는 일반 유저들과 코어 유저들 사이에 괴리감이 있어요. 잘하는 유저와 못하는 유저의 격차가 큰데 '넘사벽' 콘텐츠만 내세우면 소소하게 즐기는 유저들에겐 '못 먹는 감' 같은 거거든요. 게임이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크게 돈을 들이지 않아도 알아서 유입이 되겠지만, 우리처럼 8년 정도 된 게임이라면 e스포츠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고민이 많이 되죠."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크로스파이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계속 성장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를 넘어 남미에서도 그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지난 11월에는 베트남과 브라질에서 동시에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브라질 팀들도 빠르게 성장해 이번 CFS 2015에 브라질 대표로 출전한 인츠 e스포츠는 전년도 챔피언인 중국의 EP를 꺾고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츠 e스포츠는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쇼맨십까지 겸비해 중국 현지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장 대표가 브라질 시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도 브라질에 다녀왔어요. 시장이 굉장히 열려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죠. 콘텐츠 현지화에 노력하니 동시접속자나 매출 모두 올라가고 있어요. 브라질 선수들도 개인적으로 많이 봤는데 열성적이고 잘하는 선수들이라 고마워요."
장인아 대표에게 브라질 외에도 원하는 글로벌 대회 개최국이 있느냐고 묻자 "돌아다니며 하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건상 어려운 문제라고. 크로스파이어 대회에 빠져서는 안될 중국 선수들이 해외에서 비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각 나라마다 치안 문제가 있어 선수들의 안전에도 우려가 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아직까지 CFS 2016의 개최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장인아 대표는 크로스파이어를 통해 진정한 e스포츠의 의미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감사하단 말씀은 항상 드리는 것 같아요. 크로스파이어는 이제 연식이 좀 된 게임입니다. 그래도 개발자 입장에서 늘 오늘 론칭하는 게임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e스포츠도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고민을 많이 하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도 고맙고요. CFS는 정말 뜻 깊은 행사예요. 계속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장이 내려가는 상황이라 주위의 우려가 있지만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가 통한다는 것, e스포츠의 의미가 저거구나 하는 것을 보여드릴게요."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