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소식을 연달아 전달하며 아쉽게 우리 곁을 떠난 정윤종. 이영호 은퇴식 날 아버지께 간 이식을 해드린 사실을 전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정윤종은 하루 뒤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간 이식과 은퇴는 전혀 상관 없어요. 사실 은퇴는 SK텔레콤을 나오자마자 하려고 했는데 마이인새니티에서 좋은 제안이 와 일년만 외국 팀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은퇴는 (이)영호보다 훨씬 오래 전에 생각한 겁니다(웃음)."
지난 해 SK텔레콤을 나오면서부터 정윤종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정윤종이 느끼는 피로도는 상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GSL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정윤종이 은퇴를 생각했다는 사실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은퇴를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없었어요. 매 경기를 즐겼죠. 전에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욕심과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은퇴를 생각하고 보낸 1년 동안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 욕심은 없었거든요. 마음을 편하게 가지니 오히려 경기가 잘 풀리더라고요. 저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아무리 은퇴를 생각했다 하더라도 우승까지 차지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정윤종은 항상 자신의 소신이 뚜렷했던 선수였습니다. 스스로의 열정이 다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겠다는 정윤종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성적은 잘 나올 수도 있어요. 그동안 수백 만 번의 게임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무너지겠어요. 하지만 스스로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과연 내 가슴 속에 열정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내가 왜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고 답하며 그만둬야 할 시점을 고민해야죠."
실력은 있었지만 정윤종은 지금 그만둬야 할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간경화로 고생하시는 아버지의 간 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전달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요. 많은 응원을 받았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은퇴를 선언했지만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건강도 염려해 주셔서 더욱 감사 드려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정윤종은 이영호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한 정윤종. 통상 간 이식 수술 후에는 세 달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정윤종에게 지금은 휴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시 설지 그동안 많이 고민해 볼게요. 항상 걱정해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부끄러운 모습 보여드리지 않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