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유럽이라는 새로운 지역에 둥지를 튼 김강윤은 유럽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EU LCS) 스프링부터 주전으로 출전한다. 경력이 일천한 선수에게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마음에 남는다. 김강윤은 "유럽에서 성공한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프로게이머로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쉬움과 기쁨이 공존했던 한국 활동
뭐가 그렇게 아쉬웠을까.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컸지만 김강윤은 2015 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13주차 삼성 갤럭시와의 경기가 가장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1세트를 선취한 CJ 엔투스는 2세트부터 주전 선수들을 빼고 김강윤과 '헬퍼' 권영재, '맥스' 정종빈을 교체 투입했다. 신인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었지만 손발이 맞지 않았고 결국 CJ 엔투스는 2, 3세트를 연달아 패배하며 삼성 갤럭시에게 승리를 내줬다. 김강윤은 "주전 선배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패배로 만드었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웠고 죄송했다"고 돌아봤다.
아쉬웠던 순간만 있던 건 아니다. LCK 서머 10주차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서머 시즌 전승을 이어가던 SK텔레콤 T1을 꺾을 때 김강윤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선발 출전해 2, 3세트 렉사이와 누누로 활약했던 김강윤은 "처음엔 이겼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며 웃었다.
김강윤은 승리의 원인을 간절함에 돌렸다. "솔직히 지는 건 확정이라고 생각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샤이' (박)상면이 형이 지더라도 처참하게 지진 말자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열심히 해서 이기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간절함이 생기니 게임이 유달리 잘 됐다."
◆용기를 낼 수 있던 건 '엠퍼러' 김진현 때문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모두 갖고 있던 김강윤은 CJ 엔투스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개인 방송을 하며 감각을 이어가던 김강윤은 한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많은 팀들과 접촉했다. 그 중엔 한국 팀도 있었다. 국내 잔류와 외국 진출을 놓고 갈등하던 김강윤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외국 팀으로 가닥을 잡았고 가장 처음 연락했던 G2를 떠올렸다.
쉽게 결단을 내리지는 못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만큼 타지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김강윤의 망설임을 없앨 수 있던 계기는 동행하는 '엠퍼러' 김진현의 존재였다.
"한국, 중국 등 많은 팀에서 제의가 왔다. 고민하던 중 가장 먼저 연락이 온 G2가 떠올랐다. 더욱이 (김)진현이 형이 같이 간다고 해서 용기가 생겼다. (김)진현이 형이 아니었다면 한국 팀으로 이적했을 것이다."
김강윤과 김진현 사이에 특별한 연결 고리가 있지는 않다. 김강윤이 CJ 엔투스에 입단했을 때 김진현은 없었다. 김진현은 CJ 엔투스 블레이즈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형제팀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브라질 팀으로 이적했다.
그럼에도 김강윤의 기억 속에 김진현은 남아 있다. 김진현이 CJ 엔투스 숙소를 방문한 날 같이 스크림을 했고 강인한 기억으로 남았다. 김강윤에게 김진현은 원거리 딜러임에도 불구하고 '오더 잘하는 선수'로 각인됐다.
G2로 이적하기로 결정했다고 걱정이 사라졌을까. 언어부터 시작해 문화, 음식 등 새로 적응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김강윤은 "평소에도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걱정은 되지만 틈틈이 언어 공부를 할 것이고 말문이 트이면 적응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모두가 그렇듯 롤드컵 우승이 최종 목표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에게 최종 목표를 물으면 열에 아홉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강윤 또한 마찬가지다.
각오를 묻자 김강윤은 "롤드컵에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며 간절함을 표했다. 또한 프로게이머로서 갖는 최종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라 밝혔다.
김강윤은 롤드컵 진출을 위해서 오리겐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가장 강력한 팀으로 오리겐을 예상했고 "실력이나 운영이 한국 팀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경계해야 하는 팀이고 넘어서야 하는 팀이기에 가장 붙어보고 싶은 상대라고.
유럽 최고의 정글러 '유최정'에 대해서는 바이탈리티의 'Shook' 일랴스 하트세마를 경쟁자로 꼽았다. 하트세마는 얼라이언스 소속이던 2014년 롤드컵에 참가해 활약했다.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선 부진을 면치 못했다. 김강윤은 성적보다도 선수 개인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하트세마에 대해 "기술 정확도가 높다"며 "내가 본 유럽 정글러 중에 가장 경기력이 좋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김강윤이 추구하는 정글러는 어떤 모습일까. 김강윤은 KT 롤스터의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을 가장 뛰어난 정글러라고 평가했다. "고동빈 선수는 기복이 없다. 팀이 지는 경기에서도 빛이 나더라. 기복 없는 정글러가 되고 싶다"며 높이 샀다. 물론 꾸준함이 다가 아니다. 정글러의 기본 소양을 묻자 청산유수처럼 쏟아냈다.
"개입 공격도 중요하지만 적의 군중제어기를 대신 맞아주며 아군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조합에 따라 플레이스타일을 유연하게 바꿀 줄 알아야 한다. 돌진 조합에서는 과감하게 들어가고 버텨야 할 땐 버텨야 한다."
유럽 정복에 나선 '트릭' 김강윤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중에는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다. CJ 엔투스에서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트릭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김강윤은 "금의환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강윤은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 다음팟에서 개인 방송을 할 때 지켜봐준 '팟수'들한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