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북미 지역에서 활동하던 이제동은 얼마 전 열린 GSL 예선을 뚫어내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이영호가 은퇴를 선언했기에 이제동의 향후 거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이 쏠릴 수밖에 없었죠. 이제동은 "아직 은퇴를 말할 시기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있을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동은 왜 한국리그로 복귀한 것일까요? 동료들이 하나 둘 은퇴를 선언하는 것을 지켜보는 이제동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이제동의 계획은 무엇일까요? 팬들이 궁금해 하는 몇 가지 이야기에 대해 이제동이 털어놓은 솔직한 고백을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어쩔 수 없이 한국 유턴? NO!
최근 블리자드는 2016년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 운영 방식을 발표했습니다. 그 안에는 2015년 비자 획득을 통해 외국 리그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막는 안도 포함돼 있었죠. 이 때문에 이제동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동은 이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제동은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한국 리그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2016년 WCS 방안이 발표되기 전 이제동은 한국 리그에서 뛰겠다는 의사를 팀에 전했고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팬들이 그리웠고 보고 싶었어요. 이제는 한국 리그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에 이미 정리를 모두 마친 상태였어요. 한국으로 들어오고 나니 블리자드에서 WCS 방안을 발표하더라고요. 전 이미 한국 리그에서 활동하겠다고 결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았어요."
자신을 지금까지 키우고 버티게 해준 한국 팬들을 위해 한국 리그로 돌아온 이제동. 그리고 처음 돌아온 리그에서 이제동은 예선을 통과하면서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이영호의 은퇴를 바라보며
이제동은 사적으로 가장 친한 프로게이머를 이영호로 꼽았습니다. 두 사람은 '리쌍'이라는 이름으로 라이벌이기도 했지만 최고의 위치에서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누구보다 훌륭한 조력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영호의 은퇴를 바라보는 이제동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이머가 몇 남지 않았고 함께 천하를 호령했던 선수와 공식전에서 맞붙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제동은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다 보니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다른 의미로 (이)영호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는 과연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먼 미래에 대한 고민은 나중에 할 것"
이제동의 현재 고민은 당장 있을 GSL경기뿐입니다. 언제 은퇴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언제까지 프로게이머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저 너머로 던져 버렸습니다. 아직까지 답을 낼 수 없다는 생각에 이제동은 바로 앞에 주어진 일부터 열심히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제가 언제 은퇴할 예정이고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는지 말 하는 것부터가 이상하죠. 전 아직 EG 소속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잖아요.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 프로게이머가 먼 미래를 걱정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당장 눈앞에 놓인 경기부터 최선을 다해야 미래도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제동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그를 둘러싼 많은 추측과 소문들을 날려 버렸습니다. 아직까지 이제동은 우리에게 '폭군'이고 '최고의 저그'였던 프로게이머 이제동일 뿐입니다.
"저그전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해요(웃음). 이왕 한국 리그로 돌아왔으니 후회 없는 경기 해보고 싶어요. 팬 여러분들께서도 제 경기에 집중해 주시고 프로게이머로서의 이제동의 모습에 더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