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에서 정종현과 더불어 최고의 테란 중 하나로 꼽혔던 'MMA' 문성원이 군 입대로 인해 은퇴를 선언했다.
2011년 GSTL을 통해 스타2 판에 혜성같이 등장한 문성원은 미친 듯한 다방향 의료선 견제로 팬들의 머릿속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소속팀 슬레이어스에 두 번의 우승을 안겼다. 그해 가을에는 GSL 코드S와 블리자드컵까지 연달아 우승을 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로 데뷔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문성원은 스타2에서 그 한을 완벽히 풀었다. 이후에도 IEM, 아이언 스퀴드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테란의 황태자'로 우뚝 섰다.
슬레이어스가 해체되는 시점에 불거진 오해들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며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꿋꿋이 선수생활을 이어나갔고, 군단의 심장에서도 WCS 유럽과 드림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5년 12월, 문성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군 입대로 인해 은퇴를 선언했고, 스타크래프트2 마지막 시리즈인 공허의 유산으로 치러진 홈스토리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게이머로서의 화려한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었다. 자유의 날개부터 공허의 유산까지, 모든 타이틀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7년 남짓한 자신의 프로게이머 인생을 "롤러코스터 같다"고 표현한 문성원. 군 입대를 열흘 남짓 앞두고, 오르락내리락 했던 문성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은퇴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
A 쉽게 입을 열지 못하겠다. 7년간의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위아래로 많이 왔다 갔다 했다. 힘들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지만 홈스토리컵 우승으로 마지막 커리어를 잘 쌓은 것 같아서 흡족하다. 이런저런 구설수도 어떤 선수들보다 많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Q 홈스토리컵 우승한 걸 보니 공허의 유산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지 않나.
A 일단 프로토스가 너무 세다.(웃음) 홈스토리컵 준비할 때도 많이 힘들었다. 나이도 나이이고, 손가락과 팔꿈치가 계속 아팠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생각했는데 영장도 나왔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군대 연기가 가능하거나 몸이 허락되면 더 하고 싶었다.
Q 무릎을 다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훈련에 지장 없겠나.
A 예전에 특전사에 지원했을 때 53일 정도 훈련을 받았다. 훈련 과정은 잘 알고 있지만 그 때의 몸과 지금 몸 상태가 완전 다르니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시 다친 뒤에 재검을 받았을 때 3급을 받았다. MRI 사진을 들고 병무청에 갔는데 담당하시는 분 말이 애매하게 다쳤다고 하더라. 4급을 내기에 애매하다고 했다. 그리고 5년 뒤 다시 재검을 받았는데 1급이 나왔다. 걷거나 뛰는데 문제는 없지만 힘든 훈련 받을 때 문제가 생길까봐 조금 걱정이다.
Q 어떻게 다쳤나?
A 완전군장으로 산악 행군을 했는데, 3일차에 무릎에 무리가 왔다. 통증이 왔지만 공수 자격을 따기 위해 버티다가 악화됐다.
Q 그 때 스타2를 하게 된 것인가?
A 스타1할 때 1년 해보고 성적 안 나오면 군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딱 1년 한 뒤에 군에 갔다가 다쳐서 다시 사회로 나왔고 당시 알고 지내던 김민혁의 추천으로 스타2를 하게 됐다. GSL 첫 출전에 예선 결승까지 올라가서 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를 이기고 올라간 '제니오' 최정민 선수가 결승이 쉬웠다고 해서 발끈했다. 덕분에 열심히 하게 됐다(웃음).
Q 제대 후 계획은.
A 손이 굳지 않는다면 다시 스타2를 하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나를 알릴 수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돌아오고 싶다.
Q 자유의 날개 시절 성적이 너무 좋아 군단의 심장에선 비교적 부진했던 것 같은데.
A 잘 모르겠다. 선수마다 슬럼프는 오니까……. 주춤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우승은 여러 번 했다. 크게 부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Q '테란의 황태자', '병무청 테란', '습관성 역전 증후군' 등 별명도 참 많았다.
A 황태자는 멋있었는데, 지금은 뭐…, 쓰면 안 될 것 같다(웃음). 입에 담기 죄송스럽다. 곧 군대에 가니 진짜로 병무청 테란이다.
Q 습관성 역전 증후군, 그 별명 내가 지어줬다.
A 그런가. 그 별명도 해설자들이 많이 불러주셨는데, 덕분에 불리한 상황에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Q 황태자 얘기를 하니 황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A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댓글도 다 읽어 본다. 많은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것은 내가 주로 욕먹는 것 중에서 '형해뭔'은 내가 한 말이 아니고 '문비디아' 사건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Q 스타2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가.
A 2011년 블리즈컨 현장에서 정종현을 상대로 GSL 옥토버 우승했을 때와 블리자드컵 결승에서 박수호 선수를 꺾고 우승했을 때. 두 결승 모두 극적이어서 짜릿했다.
Q 반면에 아쉬웠던 순간은.
A 슬레이어스 시절 한이석 선수와 경기를 한 적이 있었다. 실망스러운 경기였는데,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는 경기력이었다. 당시 팀 사건 이후로 게임을 제대로 못했다. 제일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Q 기억에 남는 팬이나 선물이 있나.
A 한 사람이 바로 떠오른다. 'JING'이란 중국 팬인데, 자기 인생이 힘들었던 시점에 나를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 팬이 됐다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경기를 보러 직접 오기도 하고, 중국 대회에 출전했을 때 보러오기도 했다. 이번에 군대에 간다하니 또 한국에 온다고 하더라. 내 이름 중 성 자가 '별 성' 자인데, 그 의미를 알았는지, 생일에 별을 선물해줬다. 수많은 별 중에서 특정 별에 원하는 이름을 붙여 구입하는 게 있나보더라. 진짜 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선물이라 잘 간직하고 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다.
Q 스타2 게이머로서 블리자드에 바라는 점은.
A 상금을 많이 올려줬으면 좋겠다. 이번에 좀 올라가긴 했지만 엄청 늦게 올라갔다 생각한다. 생계형 게이머들이 의외로 많다. 전에는 생활할 수 없는 정도의 상금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밸런스나 정책 등 모든 부분에서 프로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잘 받아줬으면 좋겠다. 개인리그에서 떨어지면 몇 개월 동안 백수로 지내야한다. 2군 선수들은 상금도 없고 월급도 적어 정말 힘들다. 2군 리그도 열렸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프로리그 규모가 커졌으면 좋겠다.
Q 새롭게 바뀐 WCS 시스템은 어떻게 생각하나.
A 외국 선수들이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바꿨는데도 못 올라가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Q 스타2말고 다른 게임을 하고 싶었던 적은 없나.
A 피파온라인3를 해보고 싶었다.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축구 게임을 간간히 했다. 난 피파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았는데, 현질을 못 이기겠더라. 화가 나서 접었다.(웃음) 물론 대회에선 공정하게 가지만. 재미로 잠깐 했다.
Q 후배 게이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프로게이머 초창기에 게임을 배울 때 최연성 감독님한테 배웠다. 게임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라고 하셨다. 예를 들면 게임하고 있을 때 대통령이 와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해도 성공하기 힘든 게임인데, 청춘 걸고 하는 건데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게임밖에 몰랐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게임할 때 보다 2~3배 더 열심히 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들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프로리그에 나가면서 1승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 1승을 위해 몇 백 경기를 연습하고, 서로 연구하고 전략을 짜고, 그런 식으로 연습하는데, 그 승리라는 것이 자기가 열심히 했을 때의 결실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승부 조작 등 나쁜 길로 빠지지 말고 강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Q 앞으로 테란의 황태자 계보는 누가 이어갈 것 같은가.
A 조성주라고 생각한다. 워낙 잘하기도 하고 나이도 어리고. 이미 프로리그에서 많이 승리했고, 앞으로도 가장 잘 할 것 같다.
Q 본인의 게이머 인생을 한 줄로 정리한다면.
A 롤러코스터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은퇴 이전에 나보다 먼저 은퇴한 동생들이 있다. 최재원, 김민혁, 양준식(형) 정말 고생했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다 잘되길 바란다. 아직 활동하고 있는 김동원과 방태수, 김준혁 모두 좋아하는 동생들인데 더 잘했으면 좋겠다. 윤영서는 너무 잘해서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스타2를 하면서 정말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났다. 군대 가기 전 한 분, 한 분 찾아뵙겠다. 게임하면서 사회에 나가기 적지 않은 나이인데 많은 사랑을 주셔서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전역일을 계산해보니 2017년 10월 24일이더라. 한번 다쳤던 경력이 있어서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몸 건강히 제대하겠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