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MVP 블랙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슈퍼리그 2016 시즌1에서 TNL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결승에서 4대2로 패하며 블리즈컨 진출에 실패했던 MVP 블랙은 이번 결승전에서 4대0 완승을 거두며 통쾌한 복수에 성공했다.
결승전 뒤 이어진 시상식에서 MVP 블랙의 '사케' 이중혁은 우승 소감을 전하던 중 "꼭 할 말이 있다"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중혁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비록 아쉽게 졌지만 TNL이 있기에 지금의 MVP 블랙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 졌기 때문에 이 자리에 (우리가)서 있을 수 있고, 많은 의지를 심어준 TNL에게 상대 팀이지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우승한 선수와 준우승한 선수 사이에 평소 친분이 있어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은 자주 봤지만 감사의 표시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승자임에도 불구하고 눈치가 보일 수도 있는 말인데 이중혁은 용기를 내어 진심을 표시했다.
이중혁의 말대로 TNL은 MVP 블랙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슈퍼리그 2015 결승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MVP 블랙의 승리를 점쳤지만 우승은 TNL(당시 DK)이 차지했다. 결승에서 무릎을 꿇은 MVP 블랙은 숙원이었던 블리즈컨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고, 더욱 열심히 칼을 갈았다.
이후 MVP 블랙은 국내외 가리지 않고 모든 대회에서 단 한 차례밖에 패하지 않았다. WCA 2015 조별 리그에서 리퀴드에게 한 경기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리퀴드전 이후 18연승이다. WCA 2015, 커뮤니티 오픈 시즌2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르는 MVP 블랙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2015 블리즈컨에 TNL 대신 MVP 블랙이 출전했다면 한국이 우승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을 한다. 물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지만 지난 슈퍼리그 결승에서 MVP 블랙이 TNL에게 지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적을 거두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자만하다 중요한 순간 미끄러졌을 수도 있다. 그만큼 TNL에게 진 것이 MVP 블랙에겐 큰 자극이 됐고, 무엇보다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MVP 블랙은 TNL이라는 훌륭한 라이벌을 뒀고, 심리적으로 아주 잘 활용했다. 그리고 한 시즌 만에 TNL을 뛰어넘었지만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존중의 자세를 보였다. 라이벌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TNL은 블리즈컨 이후 후원사를 잃고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MVP 블랙과 함께 국내 히어로즈를 이끄는 쌍두마차임이 분명하다. 이제 TNL이 MVP 블랙이라는 라이벌을 이용해야 할 때다. 완패를 당한 것이 분하겠지만 이를 발판 삼아 딛고 일어서야 한다. 크고 작은 대회의 결승전에서 수차례 만났던 두 팀에겐 앞으로 더 많은 대결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MVP 블랙은 지금의 포스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TNL도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 스프링 글로벌 챔피언십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대표로 선발된 최고의 라이벌 두 팀이 해외 강호들을 상대로 동반 활약해 결승에서 다시 한 번 멋진 대결을 펼치길 바라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