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앞서 말했던 '피버지'는 김세환 과장입니다. e스포츠팀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김세환 과장은 피파온라인3팀에 있었습니다. 당시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이 시작되면서 정신 없던 선수들을 이끌고 그들과 함께 좋은 리그를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김세환 과장은 선수들에게 '피버지'로 불렸죠.
하나의 호칭만으로도 부족했던 것일까요? '피버지' 김세환 과장은 e스포츠팀에 와서 또 하나의 별명인 '카버지'를 추가했습니다. 별명만큼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가득해 '욕심쟁이'라고 불리는 김세환 과장. 최다 동시 시청자수 돌파, 최다 현장 관객 돌파 등 다양한 기록을 써 내려갔던 카트라이더 버닝타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욕심 부리지 않았던 카트라이더 리그
처음 카트라이더 리그 재개 미션이 떨어졌을 때 김세환 과장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2년이나 쉬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진데다 방송국이 바뀐 상황에서 리그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먹먹한 생각만 들 수밖에 없었죠.
"예전 리그를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새로운 리그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사실 정말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기존 스피드전으로 치러진 개인전, 팀전에서 벗어나 팬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방식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죠. 고민 끝에 카트라이더도 팀전으로 완전히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모았죠."
2대2로 치러진 팀전도 팬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아예 팀전으로 가겠다는 생각은 위험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스타 탄생이 어렵고 개인전에 익숙한 팬들이 팀전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2년 동안 리그가 중단됐던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기존 리그 방식을 답습하는 것 역시 위험한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김세환 과장을 비롯한 넥슨 e스포츠팀은 팀전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떨면서 리그를 지켜봤어요. 레이싱 모델도 섭외하고 직접 필드에서 레이싱을 펼치는 선수들을 감독으로 두면서 이슈도 잡고 리그 관심도도 끌어올릴 생각이었죠. 하지만 정통 리그를 좋아하는 e스포츠 팬들에게는 낯선 접근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첫 시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김세환 과장은 팀전으로 치르는 것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다만 팀전에 대한 매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의 한 수였던 드래프트 방식 변경과 문호준
한 시즌을 치르고 난 뒤 김세환 과장은 개인 드래프트 방식이 팀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강한 선수들이 팀을 짜서 나오면 승패가 한쪽으로 기울어 경기가 재미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개인 드래프트를 도입했지만 팀전의 묘미인 팀워크를 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개인전이 줄 수 없는 팀전만의 매력을 보여줘야 팬들도 즐거워 할 수 있고 팀전을 해야 하는 당위성도 찾을 수 있는데 개인 드래프트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죠. 아무래도 친하지 않은 선수들이 팀에 들어오다 보니 팀워크가 생기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모험이었지만 예선부터 팀을 짜서 나오고 그 팀을 드래프트 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데 모두 동의했어요."
잘하는 선수들끼리 팀을 이루게 되면 그 팀이 독주하는 부작용이 따를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팀 드래프트 방식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었습니다. 유영혁이 꾸린 팀이 독주할 수도 있었지만 적절한 시기에 유영혁 팀을 견제할 새로운 팀이 탄생했기 때문인데요. 바로 유영혁을 2인자로 만들었던 문호준이 돌아온 것입니다.
"문호준이 팀을 꾸려 리그에 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영혁팀의 독주는 막아낼 수 있었죠. 게다가 생각지도 않게 이재인이라는 스타가 탄생하면서 유영혁과 문호준을 위협하며 리그는 점점 박진감을 더해갔어요. 더욱 기뻤던 것은 선수들의 팀워크가 살아나면서 개인전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다양한 팀플레이가 팬들에게 선보였다는 사실이었죠."
팀전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팬들은 점점 늘어갔고 결국 지난 시즌 카트라이더 리그는 최고 동시 시청자수, 최다 현장 관객 기록 갱신 등 다양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팬들은 카트라이더 리그가 예전 명성을 회복했다며 박수를 보냈죠.
게다가 카트라이더 리그 흥행과 더불어 게임도 오랜만에 PC방 점유율 10권을 돌파했습니다. 자연스럽게 e스포츠 리그 효과에 대해 불신하던 넥슨 내부의 목소리도 잠잠해졌습니다. 김세환 과장이 "정말 뿌듯했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보여집니다.
◆"이제 시작...재미 더 끌어 올릴 것"
다양한 수치로 카트라이더 리그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지만 김세환 과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세환 과장 머리 속에는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리그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 이벤트전에서 오랜만에 개인전을 치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차기 시즌에는 개인전과 팀전 모두를 보여줄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어요. 이용자들이 원하는 리그로 만들어 가기 위해 계속 고민 중입니다."
카트라이더 리그가 너무나 재미있다고 말하는 김세환 과장. 그가 카트라이더 리그에 갖는 애정은 상상 이상입니다. 그렇기에 카트라이더 리그도 다양한 시도 속에서 점점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겠죠. 무엇보다 리그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리그를 기획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
"카트라이더 리그를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현장에서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보기도 하죠(웃음). 앞으로도 카트라이더 리그에 대한 제 애정은 변치 않을 겁니다. 선수들과 팬들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