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시즌을 마치고 나진 e엠파이어 소속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질 때 조재걸은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의 하부 리그인 LSPL(리그 오브 레전드 세컨더리 프로리그)의 ZTR 게이밍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함께 나진에서 활동하던 미드 라이너 '꿍' 유병준과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나진 e엠파이어의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어떻게 활동해야 할 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혼자 한국에서 지내고 있을 때 중국에서 연락이 왔어요. 멍하니 손 놓고 있기 보다는 게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에 중국행을 결심했고 때마침 중국 쪽에서 미드 라이너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길래 유병준과 함께 가기로 결정했죠. 혼자 적응하는 것보다는 한국 사람과 같이 적응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았고 오래 호흡을 맞춘 병준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여름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이 중국에 진출한 이후 한국에서 받는 연봉보다 더 많이 받는 선수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많은 선수들이 중국행을 모색했고 중국에서도 강력하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의사 소통과 현지 적응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속속 들리면서 유턴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저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죠.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염려했는데 통역사가 따로 있더라고요. 그리고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금세 적응했어요. 함께 뛰고 있는 중국 선수들도 의욕적이고 간절함이 있어서인지 호흡을 잘 맞춰가고 있었어요. 제가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에 처음 섰을 때와 비슷한 간절함 같은 것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어요."
워낙 낙천적인 성격인 조재걸은 팀 적응 뿐만 아니라 중국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다. 남들과 비슷하게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즐겨 찾지는 않지만 훠궈를 가장 좋아하고 다른 음식들도 익숙해지고 있다고.
"대부분 중국 음식을 먹지만 쉬는 날에는 상해에 있는 한인 타운 식당가를 가요. 중국에는 한국 사람도 많고 한식당도 많거든요. 그곳에 자주 가는데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죠."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다. 한국에서 여성들에게 한 번도 전화 번호를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던 조재걸은 중국에서는 전화 번호 좀 알려달라,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 달라는 여자분들을 자주 만난다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국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한국에서 정글러들이 맹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조재걸에게도 전해졌다. 한국에서 정글러들이 자주 사용하는 챔피언들이 중국에서도 사랑 받고 있고 조재걸도 자주 쓴다고.
"중국에 가기 전에도 중국 선수들의 플레이 패턴을 보면서 '전투롤'이라고 불렀는데 현지에서 뛰어 보니 더 많이 느껴요. 게다가 정글러 챔피언들 중에 화력이 좋은 챔피언들이 대세를 이루니까 초반부터 정신 없이 싸우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정글러가 후반에 화력이 떨어지니까 맷집을 높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다 공격 아이템으로 두르는 경우가 많아요. 글로벌하게 다 그 스타일을 쓰는것 같아요."
조재걸이 속한 ZTR 게이밍은 LSPL에서 15승15패로 8위에 랭크됐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지만 상위 리그인 LPL 승격은 하지 못했다. 조재걸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루라도 빨리 LPL에 올라가서 중국 팬들은 물론, 한국 팬들에게도 존재감을 알리고 싶지만 한 시즌 뒤로 미뤄야 한다.
한국 팬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조재걸도 그 부분이 가장 답답하단다. SNS를 따로 하지 않아서 소식을 주고 받기가 어렵다고. 휴가를 맞아 한국에 오면서 팬들에게 근황을 전하고 싶어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고도 말했다.
"중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한국에서 지내면서 개인 방송할 생각이에요. 중국에 돌아가서는 웨이보를 통해 소식을 알려 드릴 생각이에요. 한국에서 활동할 때에는 팬들을 자주 만났기에 고마운 점을 몰랐던 것 같아요. 중국에서 뛰다 보니 한국 팬들이 그립기도 하고 가끔씩은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어요. 스프링 시즌에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면서 내면을 다졌다면 서머 시즌부터는 SNS를 통해서 저를 알리려고요."
팀이 해산되면서 중국과 연이 닿아 중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조재걸은 월드 챔피언십 진출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지금은 LSPL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곧 본선 무대인 LPL로 올라갈 것이고 중국을 평정한 뒤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무대에 다시 서보겠다는 욕심도 밝혔다.
"롤챔스에서는 제가 가장 많이 롤드컵 무대에 섰던 선수였어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 번 연속 진출했거든요. 작년과 올해에는 롤드컵에 나서지 못했지만 2017년에는 네 번째 무대에 서면서 '와치' 조재걸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롤드컵은 꿈의 무대이니까요."
글,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